보더 랜드 2 슬롯 머신의 위로 [조남대의 은퇴일기(92)]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10 14:38  수정 2026.02.10 14:38

고향은 태어난 장소라는 단순한 지리적 개념을 넘어선다. 그곳에는 삶을 지탱해 온 기억과 부모의 체취가 배어 있다. 계절마다 달라지던 풍경과 고요히 쌓인 시간은 숨결처럼 밀려온다. 자신이 어디에 있던 생의 근원지이니 어찌 쉽게 잊을 수 있으랴. 고향 떠난 많은 시인이 그리움을 시로 위안 받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스스로 등을 돌리지 않았음에도,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뉴스 속 이야기로만 바라보던 그런 사연이 어느 날 내 삶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왔다.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내 고향 풍경ⓒ

한국전쟁으로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실향민들,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마을 주민들,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떠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얼마나 깊이 헤아려 보았던가. 오래전에 안동댐 건설로 고향 마을이 수몰된 친구가 있었다. 그는 “명절이면 고향의 산천을 보러 갔다가 댐 너머 물결 속 어딘가에 묻힌 옛집을 향해 미련처럼 눈을 굴리다 돌아섰다”라고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명절이면 임진각 망배단에서 차례를 지낸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매년 정례적으로 해 오는 행사를 한다는 정도로 이해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명절을 맞아 임진강 망배단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는 모습ⓒ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마을에 공단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보상 절차가 진행되었다. 오랜 세월 정들었던 논과 밭이 잘려나가고, 집들은 흔적 없이 허물어졌다. 조상들이 잠들어 있던 산소마저 다른 산으로 옮겨야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은퇴 후 고향에 작은 집을 짓고 농사지으며 옛 친구들과 소박하게 늙어가겠다는 꿈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삶의 터전이 사라지자 평생 소망하며 버텨낸 날들이 마음 한켠에 허연 재처럼 가라앉았다. 떠난 것이 아니라, 고향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주소는 남았지만, 돌아갈 길은 없었다. 그때 비로소 실향이라는 말을 이해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추억의 뿌리가 뽑혀 나가는 애석함이라 해야 할까. 삶의 바탕이 한순간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안동댐으로 수몰된 친구의 심정이 뒤늦게 마음에 와닿는다.


고향 마을과 논밭이 공단으로 조성되어가는 모습ⓒ

살던 흔적이 없어지자 애달픈 마음에서 한 편의 시가 나왔다. 위로라기보다 사라진 땅에 대한 마지막 인사에 가까운 시였다. 2021년 공단 조성 공사가 진행될 무렵 현장 책임자에게 시를 전달했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잠시 서서 마음을 내려놓고 공허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하나를 세워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거창한 기념물이 아니라, 기억이 머물 수 있는 최소한의 자리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좋은 제안이라며 시청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행정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검토 중이라는 말은 계절을 몇 번이나 건너뛰었고, 담당자는 수차례 바뀌었다. 공단이 완공되고 회사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건립은 어느새 관심에서 멀어진 듯 보였다.


소공원 조성을 축하하는 마을 주민들과 시 관계자들ⓒ

그렇게 네 해가 흘렀다. 그동안 여러 번 관계자와 통화하고 마을 이장과 주민들을 만났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건립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누군가는 공감했고, 어떤 이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했다. 그러던 중 뒤늦게 주민센터로 업무가 이관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산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던 중 2025년 8월 마침내 고향 마을 입구에 공원을 조성하고, 마을 유래비와 함께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도 세우겠다는 연락이 왔다. 체념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들은 말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예상보다 큰 규모였다. 7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어 산업단지 옆 국도변에 테마공원을 만들어 마을 이름인 ‘물방골’을 형상화한 지름 5m의 거대한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가 들어설 자리가 눈 앞에 펼쳐지자 심장의 박동이 한층 또렷해졌다.


물레방아와 정자가 설치된 국도변 소공원ⓒ

늦가을의 바람이 스미던 11월 말,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 앞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를 다시 읽어보니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살던 집과 아버지와 함께 농사짓던 들녘, 단옷날 은행나무에서 그네 타던 아낙네들, 여름날 개울에서 목욕하던 동무들의 풍경이 떠올랐다.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린 곶감 또한 내게로 걸어왔다. 답답한 진행 상황을 들을 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참고 견뎌 냈기에 보람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고향은 사라졌으나,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가 묵묵히 자리하고 있으니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소공원에 설치된 ‘내 고향 새띠’보더 랜드 2 슬롯 머신와 마을 유례비ⓒ

사람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부럽다는 말, 축하의 인사와 함께 소속된 문인단체에서는 이번에 상주로 문학기행을 가자며 반가운 제안을 해왔다. 정호승 시인은 “슬픔은 나눌수록 꽃이 된다”고 말했다. 고향을 잃은 상처가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를 통해 공유되는 순간, 그 슬픔은 비로소 나 혼자의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기억으로 서서히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곳이 유명 문인의 기념관처럼 북적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았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기대어 옛 기억을 소환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돌아갈 집은 없어도,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줄 수 있지 않을까.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를 찾은 문우들과 기념 촬영ⓒ

공원에 듬직하게 서 있는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는 누가 언제 찾더라도 반갑게 맞아 줄 것이다. 물레방아 도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발걸음 멈추고, 한 줄의 시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월이 흘러 비바람에 글씨가 지워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더라도, 보더 랜드 2 슬롯 머신는 이 땅에 뿌리처럼 눌러앉아 고향의 숨결을 품고 있을 것이다.



조남대 작가ndcho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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