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82% “온라인 슬롯 활용 아직”...자금·인재·확신 ‘발목’

백서원 기자 (sw100@kestrelet.com)

입력 2025.11.18 12:00  수정 2025.11.18 12:00

응답기업 74% “투자비용 부담”...81% “인력 없어”

대한상의 “대기업 맞춤형·중소 단계별 지원 필요”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K-성장 시리즈(7) 기업의 온라인 슬롯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2.3%가 ‘온라인 슬롯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슬롯사이트 온라인 슬롯 삽화 이미지


‘인공지능(온라인 슬롯) 전환이 기업의 미래 생사를 가늠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자금과 인재, 효과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K-성장 시리즈(7) 기업의 온라인 슬롯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응답기업의 82.3%가 ‘온라인 슬롯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49.2%)보다는 중소기업의 활용도(4.2%)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슬롯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73.6%는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온라인 슬롯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규모별 비용부담 호소 비율은 대기업(57.1%)보다 중소기업(79.7%)이 높았다.


대구의 한 제조업체는 “생산공정만 해도 온라인 슬롯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축적을 위한 라벨·센서 부착과 CCTV 설치, 데이터 정제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비용, 로봇 운영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구축, 관련 인력 투입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자금이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 슬롯의 ‘연료’라 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서도 응답기업의 절반(49.2%)은 ‘전문인력 채용 부담’을 꼽았다. 이어 ‘개인정보 이슈에 따른 규제 부담’(20.2%), ‘데이터 정제(Cleansing) 부담’(16.3%), ‘데이터 수집 시설 부담’(14.3%) 등을 꼽았다.


온라인 슬롯 전환 수요가 늘면서 ‘인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 슬롯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0.7%가 ‘없다’고 응답했다. ‘온라인 슬롯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의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내부직원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전환한다는 기업(14.5%)이나 신규 채용한다는 기업(3.4%)은 17.9%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온라인 슬롯 인재는 2만1000명 수준으로 중국(41만1000명), 인도(19만5000명), 미국(12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라며 “절대적 숫자도 적은데 그나마 있는 인재조차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대한상의

올해 스탠퍼드 HAI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온라인 슬롯 인재 ‘순이동(Net Flows)’이 마이너스(-)0.36으로 인재 순유출국에 해당한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슬롯 누적 투자액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9위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정작 인재들이 빠져나간 것이다.


‘온라인 슬롯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슬롯 전환이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60.6%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바라봤다. 온라인 슬롯 전환에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제조업 특성상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 7개국(G7) 및 브라질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온라인 슬롯의 도입·활용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투자 수익률 추정의 어려움’이 지목된 바 있다. 지난해 한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서도 국내기업 CEO의 57%가 ‘온라인 슬롯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온라인 슬롯 도입의 걸림돌로 꼽았다.


대한상의는 온라인 슬롯 전환을 통한 기업 성장을 위해 먼저 ‘역량에 맞는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슬롯 활용도가 높은 기업에게는 유연하게 정책 지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슬롯 도입률이 낮은 기업에게는 단순 자금 지원과 장비 보급보다는 ‘단계별 지원’을 강조했다.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는 구독형 서비스(SaaS) 기반의 온라인 슬롯 도입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한상의는 많은 제조기업들이 온라인 슬롯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실증 모범사례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온라인 슬롯 활용 목적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64.1%가 ‘생산 효율화’를 꼽았다. 제조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 제조 온라인 슬롯 모델 공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지금은 온라인 슬롯에 대한 미래 조감도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실제 데이터 축적과 활용, 인재 영입 등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모델 공장과 솔루션 보급 등 제조 현장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강력한 지원,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담은 실행전략이 맞물려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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