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슬롯=레버리지’ 발언…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역행한 메시지
금감원장 ‘부동산 투자’ 논란 겹치며 온라인 슬롯당국 신뢰 흔들
정책보다 먼저 바로잡아야 할 건, 온라인 슬롯 수장의 언행
온라인 슬롯은 신뢰의 산업이다. 감독과 정책은 도덕적 기준과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 위에서만 힘을 갖는다. ⓒ슬롯사이트 AI 삽화 이미지
“빚내서 투자하는 게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권대영 온라인 슬롯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발언의 요지다.
그는 “그동안 온라인 슬롯(빚내서 투자)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봤지만, 일종의 레버리지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당국 핵심 인사의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불렀다. 서민 가계의 위험을 키우는 ‘온라인 슬롯’를 투자기법의 한 갈래로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금리 상승시 이자 부담은 청년·취약차주에 집중된다. 빚으로 자산 가격의 상승을 추격하는 ‘온라인 슬롯’는 오르면 수익이 커지지만 떨어지면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기업의 레버리지와 달리, 개인은 한 번의 급락에도 신용등급 하락·채무불이행으로 직행할 수 있다. 온라인 슬롯정책 수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이 발언이 나온 시점도 공교롭다. 이찬진 온라인 슬롯감독원장도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 원장이, 정작 자신은 상가와 도로를 경매로 사들이며 부동산 투자를 이어온 사실이 드러났다.
부동산 과열을 비판하던 이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부동산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한쪽은 ‘온라인 슬롯도 레버리지’라는 언급으로, 다른 한쪽은 ‘부동산 투자 논란’으로 금융 당국 투톱의 인식이 서민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인상을 동시에 남겼다.
온라인 슬롯감독의 최전선에 있는 인사들이 서민들과는 전혀 다른 인식구조를 지닌 게 아니냐는 냉소까지 나온다.
물론 권 부위원장의 발언은 투자 일반론 즉, 차입이 늘 곧바로 악(惡)은 아니라는 기술적 설명의 맥락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커뮤니케이션은 문장 자체의 해석 가능성까지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수년째 ‘온라인 슬롯·영끌 자제’,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해 온 상황에서, ‘레버리지’라는 긍정적 용어 선택은 메시지 혼선을 낳기에 충분했다.
‘영끌해 부동산을 매입해야 한다’, ‘빚내서라도 상승장에 올라타야 한다’는 온라인 슬롯의 후유증은 사회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현실에서 금융당국의 핵심 인사가 “온라인 슬롯도 레버리지”라고 말하니, 서민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당국이 해야 할 말은 “리스크를 감내하라”가 아니라 “차입 투자의 임계치가 어디인지, 신용·담보·현금흐름 기준을 어떻게 점검할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일이다.
동시에 불완전판매·과잉신용을 유발한 온라인 슬롯회사 내부통제에 대해선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는 신호가 필요하다.
이찬진 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장은 부동산·대출 시장의 규율을 감독하는 자리다. 그 수장이 시장에서 적극적 투자자로 비칠 때 감독 신뢰는 약해진다. 이해충돌 소지에 대한 선제적 해명과 기준 제시가 있었더라면 논란의 파장은 줄었을 것이다.
온라인 슬롯은 신뢰의 산업이다. 감독과 정책은 도덕적 기준과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 위에서만 힘을 갖는다. 이번 사안을 ‘실언’이나 ‘개인적 견해’로 축소할 수 없는 이유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기준, 공직자 이해충돌 관리, 소비자보호에 대한 일관된 신호,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할 때 신뢰는 굴러갈 수 있다.
정책 기조를 또렷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자의 인식과 행동도 발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은 숫자에 반응하지만, 국민은 언행에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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