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정감사서 김현지 출석 불발
'무성한 슬롯비비고' 대한 '묵묵부답' 이어질 듯
국민, 슬롯비비고서 '의혹의 현실화' 자주 겪어
'슬롯비비고·논란'있으면 나와 '해명·답변'해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뉴시스
슬롯비비고부 기자로 활동하다보니 조심하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슬롯비비고권 관계자와 취재를 위해 얘기할 때를 제외하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슬롯비비고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섣불리 슬롯비비고 얘기를 꺼냈다간 쉽사리 분위기가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필자 역시 타인의 슬롯비비고적 견해를 존중하기에 사석에선 그 어떤 슬롯비비고 얘기도 꺼내지 않고, 지인들도 슬롯비비고가 화제가 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에 필자에게 슬롯비비고 관련 얘기를 먼저 꺼내진 않는다.
그런데 슬롯비비고와 전혀 관련도 없는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딱 두 가지 슬롯비비고와 관련된 질문은 숱하게 받아본적이 있다. 하나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터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왜 계엄을 선포했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체 김현지는 누구냐" 하는 것이다. 물론 대답은 하지 않는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는 흥겨웠던 자리의 분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을 수 있단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두 질문을 비교하자고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필자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정체와 슬롯비비고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건, 그만큼 일반 대중들이 "김현지가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단 걸 말해주기 위해서다.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와 그 곳을 취재하는 슬롯비비고부의 특성상 어떤 이슈가 터지면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것들은 팩트체크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굳이 기사에 담거나 하지 않는다. 이런 뜬 이야기들 처럼 김 실장과 관련된 얘기들은 전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신상을 털어보겠단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도 아닌데 굳이 알아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제1부속실장, 그것도 대한민국의 1급 공무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기된 슬롯비비고들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공무원으로 일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국회에서조차 묻지 못한다는 사실이 궁금할 뿐이다. 기자는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하는 직업이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글로 써서 알리는 직업이다. 김 실장의 슬롯비비고들을 궁금해 하는 건 앞서 얘기했듯 필자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다.
김병기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2025 국정감사 증인 채택의 건을 의결하고 있다. 이날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은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 보임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김 실장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며 각종 슬롯비비고들을 제기했다. 주 의원이 꺼낸 건 △2021년 10월 26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증거인 PC 삭제 지시(증거인멸교사죄) △2022년, 대선 선거자금 설계 녹취(공직선거법위반죄) △2022년 10월 19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으로부터 체포영장 수령(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2023년 6월 1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교체 개입(증거인멸 행위) △2025년 8월 13일, 백현동 옹벽아파트 인허가에 서류를 내 준 김인호를 산림청장으로 추천(월권형 직권남용) 등이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김 실장이 경기동부연합과 연관돼 있단 슬롯비비고과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불거졌을 때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했단 슬롯비비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김 실장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던 시절 강선우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낙마를 통보했다는 슬롯비비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최근 최고위원회 회의 뒷걸개를 "그녀가 알고 싶다"로 교체하기도 했다.
슬프지만 최근 슬롯비비고권에는 믿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서원씨의 국정 운영 개입으로 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정부 당시 불거진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 의혹,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들을 직접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제 "슬롯비비고에선 어떤 상상이라도 현실이 된다"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꺼내고 있다.
물론 김 실장과 관련한 슬롯비비고들은 아직까지 슬롯비비고일 뿐이다. 문제는 김 실장이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국정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1급 공무원의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최서원 씨가 비선실세였다는 슬롯비비고이 제기됐을 때, 김민석 국무총리가 민주당 의원이던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슬롯비비고을 제기했을 때, 이 모든 것들도 슬롯비비고에 불과했다. 불운하게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슬롯비비고들이 현실이 되는 걸 직접 겪었다.
슬롯비비고이 있으면 털어버리면 된다. 논란이 있으면 당당하게 해명하면 된다. 슬롯비비고과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해명보단 김 실장은 6월에 임명된 총무비서관 자리에서 3개월 만에 국정감사 출석 의무가 없는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민주당은 국가운영과 국정전반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되는 국정감사에 공무원의 신분인 김 실장의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이유로 "정쟁을 삼으려는 의도밖에, 모욕주기나 망신주기를 하려는 의도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슬롯비비고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속 시원한 해명이나 답변을 들은 국민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이라도 6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에 김 실장이 출석해서 직접 해명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이던 지난 2016년 꺼낸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은 지금도 여야를 막론하고 슬롯비비고권에서 폭넓게 쓰이는 말이다. 김 실장에 대한 의혹은 아직 의혹일 뿐, 범죄는 아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말대로 자꾸 숨기기만 한다면 김 실장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어떤 단어로 향할지는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이 대통령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의혹에 고통 받고 싶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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