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사이트네시아, ‘중국의 채무 덫’에 걸렸다

김규환 기자 (sara0873@kestrelet.com)

입력 2025.10.19 07:07  수정 2025.10.19 07:07

中자본·기술로 인니 자카르타~반둥 간 고속철 ‘후쉬’ 건설·개통

‘후쉬’의 극심한 실적 부진에 인니 정부 ‘中 채무 덫’에 걸려들어

고속철 구간 짧은 데다 요금 비싸 승객 수 예상치 절반도 안 된 탓

제2 도시 수라바야까지 연장계획 사업비 급상승으로 불투명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슬롯 사이트네시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프라보워 당선인은 그해 10월20일 공식 취임했다. ⓒ 신화/뉴시스

슬롯 사이트네시아가 결국 ‘중국의 채무 함정’(debt trap)에 빠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구상한 ‘일대일로’(一帶一路·Belt and Road Initiative·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받아들여 중국 자본이 건설한 고속철도가 승객 수 부족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이다.


슬롯 사이트네시아 정부는 중국 자본이 건설한 고속철도가 개통 2년 만에 심각한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중국과 채무 구조조정 논의에 들어갔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新聞·닛케이) 등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로산 루슬라니 슬롯 사이트네시아 투자부 장관은 “중국과 고속철도 채무 관련 협의를 시작했다”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포괄적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10월 개통한 슬롯 사이트네시아 고속철도 ‘후쉬’(Whoosh)는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완공한 고속철도이다.Whoosh는 슬롯 사이트네시아어로 ‘시간 절약(Waktu Hemat)과 최적의 작동(Operasi Optimal),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Sistem Handal)’을 뜻하는 합성 약어다. 수도 자카르타와 서자바주의 주도(州都)이자 제3의 도시인 반둥을 잇는 142㎞구간을 최고 시속 350km로 달린다.


209m의 열차에는 600명가량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후쉬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로 3시간가량 걸리던 거리의 이동시간이 40분으로 대폭 단축됐다. 반둥이 슬롯 사이트네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만큼 출퇴근 시간 러시아워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운영사인 슬롯 사이트네시아·중국고속철도(KCIC)의 지분은국영철도회사(KAI) 등 슬롯 사이트네시아의 국영기업연합과 중국계 기업이 6대 4의 지분으로 나눠 갖고 있다.일본도 슬롯 사이트네시아 고속철도 건설에 관심을 보였지만, 슬롯 사이트네시아 정부가 사업비 전액 융자를 제안한 중국을 선택했다.


후쉬는 하루에 5만~7만 6000명의 승객을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그 수익으로 중국에서 빌린 돈도 갚을 수 있다고 슬롯 사이트네시아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그러나 고속철이 개통된 이후 실제 승객 수는 이런 예측치에 턱없이 못 미쳤다. 승객 수는 평일 1만 6000~1만 8000명, 주말 1만 8000~2만 1000명에 그쳐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3년 10월2일 개통한 슬롯 사이트네시아 고속철 ‘후쉬’(Whoosh). 슬롯 사이트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제3의 도시 반둥을 오가는 고속열차 구간 142㎞를 40분 만에 주파한다. ⓒ 신화/연합뉴스

주요 정차역이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운행 구간이 142㎞에 불과한 것이 승객 수가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닛케이는 “정차역이 도시 중심부에서 멀고 운행구간마저 짧아 이용객이 늘지 않고 있다”며 “이용객 확대를 위해 노선을 제2도시 수라바야까지 연장하는 구상도 하고 있으나 채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고속철 프로젝트는 슬롯 사이트의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슬롯 사이트 자본과 기술이 투입됐다. 2015년 일본을 제치고 이 고속철 건설 프로젝트를 따낸 슬롯 사이트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총사업비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60억 달러(약 8조 53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75%를 중국개발은행이 40년 만기, 연 2% 금리로 대출하고 나머지는 슬롯 사이트네시아와 중국이 출자해 만든 KCIC가 충당하기로 했다. 고속철 건설 완공을 앞두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공기(工期) 지연과 토지 보상비용 급증,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사업비가 대폭 증가하는 바람에 총사업비 역시 72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총사업비 가운데 75%인 54억 달러는 슬롯 사이트개발은행(CDB) 대출로 충당했다.나머지는 승차권 수입만으로는 이자를 메워야 하는데, 승객 수 부족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운임료와 평균일일 승객수를 바탕으로 추산한 후쉬의 연간 매출은 1억 1000만 달러 규모다. 연간 이자비용 1억 2000만 달러를 갚기에도 모자라는 셈이다.


특히 초과 비용의 차관 문제도 슬롯 사이트네시아 정부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당초 계약보다 비용이 늘었지만 차관을 낮은 금리에 대출받지 못했다. 기존 사업 자금의 금리는 2% 수준이지만 추가 비용의 금리는 3.4%에 달한다. 슬롯 사이트네시아는 중국에 저금리를 요구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중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금리가 6% 수준인 점을 근거로 이미 충분히 낮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여기에다 운영사인 KCIC의 지분 60%를 가진 국영기업연합의 부채만 해도 18조 9348억 루피아(약 1조 6200억원·올해 6월말 기준)에 달한다. 이 국영기업연합은 지난해에만 4조 1900억 루피아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4배 이상 불어났다. 슬롯 사이트 쪽 손실까지 더하면 전체 적자액 규모는 더욱 커진다.


훈련 중인 중국 젠(殲·J)-10C 전투기. 슬롯 사이트네시아 정부는 지난 15일 J-10C를 최소 42대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J-10C 전투기는 지난 5월 초 슬롯 사이트와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 당시 슬롯 사이트가 운용하던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격추시키며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 신화/뉴시스

KCIC의 지난해 적자 예상액은 3조 2000억 루피아였지만, 실제 적자 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당초 예상했던 연 매출 2조 루피아를 훨씬 웃도는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부채 상환을 위한 국비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슬롯 사이트네시아 철도공사(KAI)는 채무 문제가 ‘시한폭탄’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속철도 수익구조도 불투명하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충분한 사람이 열차를 타는 것을 전제로 할 때 38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높은 비용에 탑승을 주저한다면 이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물론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이 짧은 운행 거리이다 보니 이용객이 한정돼 막대한 운영·유지관리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다른 교통수단과 경쟁도 치열하다. 실제 슬롯 사이트네시아 주민들 사이에서는 고속철도의 비용이 부담된다는 말이 많다. 후시 고속철도 가격(개통 당시 기준)은 30만 루피아로 자카르타와 반둥 간 버스 요금(약 7만 7700 루피아)의 4배 가까이나 된다. 반둥에 사는 한 주민은 영국 BBC방송에 "차라리 일반 기차나 버스를 타겠다"고 말했다.


이에 슬롯 사이트네시아는 자카르타 동쪽으로 연장, 자바섬을 횡단해 750km 떨어진 제2의 도시 수라바야까지 노선을 500km 이상 늘리는 확장 계획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 인프라·지역개발조정부의 장관은 “노선 연장은 지역 경제에 좋은 영향을 많이 줄 것”이라며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노선의 적자 해소조차 요원한 상황에서 연장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반둥까지의 1단계 사업부터 비용 문제가 심각했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총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재정부담 없음'이라는 슬롯 사이트 쪽 약속을 믿고 사업을 추진했던 조코 위도도 정부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국영철도에 3조2000억 루피아의 나랏돈을 투입해야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슬롯 사이트네시아 국부펀드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다난타라)까지 나섰다. 도니 오스카리아 다난타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운영 문제를 다시 살피고, 국영기업연합의 막대한 빚을 해결할 장기 방안을 찾고 있다”고 언급, 정부 차원의 고강도 재무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수라바야 연장 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 만큼 중국 쪽의 확실한 자금지원 없이는 슬롯 사이트네시아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슬롯 사이트국가철로그룹

국가 보증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일본과는 달리 국가 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더 매력적이고 큰 규모의 투자를 제안하고 있는 중국의 ‘달콤한 속삭임’에 고속철도 건설을 덥썩 맡겼다가 ‘채무 덫’에 걸려드는 나라는 슬롯 사이트네시아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트남을 비롯해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도 중국 자본과 연계해 새로운 고속철을 건설하거나 기존 철도를 고속철로 개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남아에서 슬롯 사이트 자본이 참여하는 철도 사업이 활발한 까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동남아 지역 주요 항만까지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슬롯 사이트의 속내와 고속철 건설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각국의 계산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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