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거리두기?…GC녹십자, '마크 슬롯약 러시' 왜 빠졌나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2.19 06:00  수정 2026.02.19 06:00

오는 2028년 마크 슬롯약 시장 107조원 규모로 성장 예고

한미약품 선두로 국내 주요 제약사들 마크 슬롯약 개발 나서

마크 슬롯 파이프라인 없는 녹십자, 혈액제제·백신에 집중

마크 슬롯 치료제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마크 슬롯 치료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며 제약 업계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5대 제약사 중 GC녹십자 만이 유일하게 해당 시장에 참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C녹십자는 마크 슬롯 치료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대신 혈액제제와 백신 등 ‘잘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100조원 시장’…주요 제약사 마크 슬롯 치료제 개발 사활

19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를 중심으로 글로벌 마크 슬롯 치료제 시장이 전례 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넥스트 파마 코리아’ 리포트에서 정수용 아이큐비아 대표는 글로벌 마크 슬롯 치료제 시장이 오는 2028년 740억 달러(약 107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들의 치료 지침 확대 시 최대 1310억 달러(약 189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속도를 내며 시장 진입을 서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5대 제약사(유한양행·GC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한미약품) 중 4곳은 마크 슬롯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마크 슬롯 치료제 부문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독자적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GLP-1 수용체 작용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서양인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낮은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용량 설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에페글레나타이드 품목 허가를 신청, 이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투약 편의성을 높인 장기 지속형 주사제(IVL3021)를 공동 개발하는 한편 신규 타깃 ‘GDF-15’ 기반 마크 슬롯 치료제 후보물질 ‘YH34160’으로 임상 진입을 꾀하고 있다. 종근당은 위고비의 국내 공동 판매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마크 슬롯 치료제 ‘CKD-514’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GLP-1과 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 경구제로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동제약, 대원제약이 각각 경구용 신약과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 차별화된 제형으로 시장 진입을 예고한 상태다.


외길 걷는 GC녹마크 슬롯…“잘 하는 데 집중”
GC녹마크 슬롯 본사 전경 ⓒGC녹마크 슬롯

반면 GC녹십자는 “현재로선 마크 슬롯 치료제 개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5대 제약사 중 GC녹십자 만이 유일하게 마크 슬롯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지 않다. 업계에서는 GC녹십자의 행보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풀이한다.


GC녹십자가 마크 슬롯 치료제 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이유는 후발주자로서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크 슬롯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통상 10~15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기초 연구부터 시작하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기존 마크 슬롯 치료제와 연계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GC녹십자는 그렇지 못하다. 현재 주류인 GLP-1 계열 마크 슬롯 치료제 대다수는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에서 파생됐다. 한미약품 등 경쟁사들은 기존에 구축된 당뇨병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으나, 혈액제제와 백신을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성해 온 GC녹십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반을 닦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대신 GC녹마크 슬롯는 독보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GC녹마크 슬롯의 실적은 고마진 혈액제제와 백신이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는 연매출 1억600만 달러(약 1440억원)를 기록하며 당초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GC녹마크 슬롯는 북미와 유럽 시장 공급 확대를 통해 알리글로의 매출 기여도를 보다 높인다는 계획이다.


백신 분야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GC녹마크 슬롯의 백신 관련 매출은 30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증가했다. 수두 백신 ‘배리셀라주’가 세계보건기구(WHO) PQ 인증을 획득하며 국제 입찰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힌 가운데 독감 백신 ‘지씨플루’ 역시 태국 등 해외 시장 수주를 성공하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마크 슬롯 치료제 시장의 성장성은 높지만 외부 후보물질 도입 없이 진입할 경우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강점이 뚜렷한 (혈액제제 및 백신) 부분에 역량을 쏟는 것이 보다 유리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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