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강경 기조에 금융당국 선택지 축소
‘집값 안정’ 주문 속 가계대출 규제 수위 상향 불가피
전문가 “마른 수건 쥐어짜기…정책 부담은 실수요자 몫”
이재명 슬롯 머신 규칙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시장을 정조준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슬롯 머신 규칙)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해 무주택자의 고액 전세대출에도 슬롯 머신 규칙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슬롯 머신 규칙이 지적한 ‘망국적 부동산 투기’ 세력을 겨냥한 규제가 자칫 전세 실수요자들까지 대출 문턱에 가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일 이 슬롯 머신 규칙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 투기 세력을 향해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건 아니겠지요?”라고 직격했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는 동안,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층의 현실을 거론하며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대신 자본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슬롯 머신 규칙은 “이전에는 부동산이 유일한 투자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대체 수단이 생겼다”며 이른바 ‘코스피 5000 시대’를 언급해 부동산 투기 자금의 이동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처럼 이 슬롯 머신 규칙이 연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금융당국도 이재명 정부의 강경한 부동산 압박 노선에 따라 가계대출 압박 정책을 검토하는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슬롯 머신 규칙 규제 적용 대상 확대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슬롯 머신 규칙은 차주의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규제로,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원리금과 수도권 1주택자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에만 적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발표할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슬롯 머신 규칙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포함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주택자라도 고액 전세대출일 경우 이자 상환분을 슬롯 머신 규칙에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가 통상 4억~5억원 수준인 가운데, 최근 전세대출 금리가 4%대로 올라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5억원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월 이자만 160만원을 웃돌아, 신용대출 등을 함께 보유한 차주는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규모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을 시뮬레이션하며 규제 적용 범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대출에 슬롯 머신 규칙을 적용하더라도 원금은 제외하고 이자 상환분만 반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슬롯 머신 규칙 확대 카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당시에도, 10·15 대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전세대출에도 슬롯 머신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계속 있었다”고 했다.
다만 전세대출은 실수요와 직결된 영역인 만큼 실제로 꺼내 들기에는 정치적·여론적 부담이 컸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대통령이 지금은 부동산보다는 자본시장 쪽에 자신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을 강하게 눌러도 자금이 빠져나갈 데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면, 금융당국은 그동안 검토만 해오던 슬롯 머신 규칙 확대 같은 강한 카드들을 실제로 꺼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정책의 형평성과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명분으로 전세대출까지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방식”이라며 “집을 사는 것도 막고 전세로 이동하는 경로까지 막으면 무주택 실수요자는 갈 곳이 없어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슬롯 머신 규칙 규제 확대의 파급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세대출에 슬롯 머신 규칙을 적용할 경우 소득이 높지 않은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대출 자체가 막힐 가능성이 크다”며 “슬롯 머신 규칙은 상환 능력을 기준으로 한 제도지만, 고금리 환경에서 전세대출에까지 적용되면 체감 규제 강도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전세 실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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