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궤도 오른 마스가…슬롯사이트·HD현대, 美 해군 공급망 ‘핵심’ 부상

백서원 기자 (sw100@kestrelet.com)

입력 2025.11.17 15:15  수정 2025.11.17 15:15

팩트시트 이후 협력 구체화…美 해군 지휘부 국내 현장 점검

국내 기업들 마스가 기반 공급망 구축 시동…협력 영역 확대

오커스 참고해 선체 모듈 수주 기대…“해외 핵잠 진입 기회”

지난 15일 슬롯사이트오션을 방문한 대릴 커들(왼쪽 두 번째) 미국 해군참모총장과 김희철 슬롯사이트오션 대표이사(왼쪽 세 번째)가 슬롯사이트오션이MRO 중인 미국 해군 보급함 찰스 드류함을 둘러보고 있다.ⓒ슬롯사이트오션

한·미 팩트시트 발표 이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급물살을 타며 본격 가동 단계에 들어섰다. 양국이 한국의 조선 역량을 미국 해군 전력 확충에 직접 연결하면서 슬롯사이트와 HD현대가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떠오른 모양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기자재와 유지·보수·정비(MRO) 전반에서 신규 수요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승인 등이 포함된 팩트시트 공개 이후 사흘 만에 한·미 조선 협력이 구체화 되고 있다. 미국 해군 지휘부의 한국 조선소 시찰과 국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연달아 나오면서 조선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기업들은 미국 측의 움직임에 맞춰 마스가 기반 생산체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슬롯사이트는 거제 옥포조선소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5년간 11조원을 투자해 생산과 정비 역량을 동시에 확대한다.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선박의 설계와 블록 제작 약 40%를 한국에서 공급해 한·미 이원 생산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HD현대는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함께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업그레이드, 첨단 선박 개발·건조, 조선 기자재 공급망 확충이 핵심 추진 과제다. 이와 함께 미국 최대 방산조선소 헌팅턴잉걸스와 손잡고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도 검토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스가는 단순한 미국 시장 진입이 아니라 양국 조선 생산체계를 동맹 기반의 공동 공급망으로 재편하는 과정”이라며 “국내 중소 기자재 기업과 블록업체까지 성장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같은 날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과 최신예 이지스함 2번함인 ‘다산정약용함’에 직접 승선해 함정 내부를 살펴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HD현대

앞서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15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와 슬롯사이트오션 거제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생산 현장과 기술력을 직접 확인했다. 대릴 커들 총장은 한·미 정상이 14일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 협력을 문서화한 것에 대해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하며 관련 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의 역할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양국이 합의한 팩트시트에는 핵잠수함 건조 등 한국이 요구해온 핵심 사안이 포함됐다. 핵잠수함을 어디서 건조할지 명시되지 않아 향후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정부는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2021년 출범한 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를 주요 참고 사례로 삼고 있다. 현재 핵잠수함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보유하고 있으며 호주는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2030년쯤 핵잠수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한국이 2030년대 중반 이후 핵잠수함을 건조하게 되면 8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될 전망이다.


업계는 오커스의 사업 구조를 감안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체 모듈 건조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국내 사업은 주로 원가형 계약이지만 핵잠 플랫폼 부분 건조를 미국과 호주에서 수주할 경우 생산 효율성 차이로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특히 호주가 최근 서호주 핸더슨 조선단지를 핵잠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50억 달러(약 36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면서 국내 조선업체의 해외 확장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핵추진 동력과 같은 핵심 자산은 외부에서 공급받고 선체는 국내에서 조립하는 형태일 것”이라며 “국내 핵잠수함 건조 승인의 실질적 이익은 해외 핵잠수함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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