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한 달…슬롯 못 잡고 주거 불안만 ‘가중’, 한계 ‘뚜렷’

배수람 기자 (bae@kestrelet.com)

입력 2025.11.16 06:00  수정 2025.11.16 06:01

공급 없이 거래만 차단…주춤하던 슬롯 다시 ‘꿈틀’

한강벨트 중심 상승세 지속, 신고가 거래도 속출

“슬롯 더 오른다” 집주인 버티기…매물 잠김 심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및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로 지정하는 10·15 부동산 슬롯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강도 수요 억제책으로 전반적인 시장 관망세가 짙어져 거래 자체는 줄었으나 정작 중요한 슬롯은 잡히지 않고 있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핵심지 슬롯 상승세는 여전하고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만 심화하는 모습이다.


16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0·15 슬롯 발표 이후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한 달 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20건으로 직전 한 달(9월 18일~10월 15일) 거래량(1만 254건) 대비 77.4%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에 겹 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출 규제 강화, 2년 실거주 의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차단 등으로 거래가 얼어붙었다. 다만 공급 부족 심화, 슬롯 상승 기대감, 만성적 수급 불균형 등으로 슬롯 자체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26% 오르며 41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했다. 10·15 슬롯 시행 이후 4주째 상승 폭은 둔화했으나 자치구별로 보면 보합(0.00%)을 나타낸 금천구와 도봉구를 제외한 23개구 모두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특히 선호도 높은 한강벨트 지역들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송파구(0.81%)는 2주 연속 상승 폭을 키우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어 성동구(0.48%)·마포구(0.43%)·용산구(0.40%)·동작구(0.39%) 등 순으로 나타났다.


겹겹이 규제에도 ‘한강벨트’ 굳건…‘똘똘한 한 채’ 돈뭉치 쏠림
노도강 등 슬롯 약세 지역, 무리한 규제로 민심 ‘부글부글’


경기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같은 기준 경기도 아파트 값은 0.08% 오르며 13주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번 슬롯으로 규제에 묶인 성남 분당구(0.70%), 성남 중원구(0.45%), 광명(0.41%), 과천(0.39%) 등이 강세를 보였다.


매물도 귀해지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10·15 슬롯 발표 다음 날부터 지난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4044건에서 6만2745건으로 15.3% 빠졌다.


급매는 빠르게 소진되고 급하게 주택을 처분할 필요 없는 집주인들은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 정부 규제가 계속될수록 슬롯은 더 오른다는 문재인 정부의 학습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고가 거래도 이어진다. 집토스에 따르면 기존 토허제 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는 10·15 슬롯으로 토허제가 본격 시행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신고가 거래가 309건 발생했다. 새롭게 규제지역으로 편입된 곳에선 45건의 신고가 거래가 나왔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24건이 15억원 초과 아파트였다.


슬롯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소 2억원까지 축소됐지만 주택으로의 현금 쏠림은 막지 못하고 있다. 거래절벽 속에서도 자산 가치가 높은 ‘똘똘한 한 채’를 사겠단 심리는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주택 구입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 등을 활용해야 할 무주택 서민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뉴시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10·15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현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며 “규제지역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표면적 슬롯 상승세는 둔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고가 아파트 매수세는 이어져 점차 자산 가치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기간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풍선 효과 차단을 명분으로 전방위 규제에 나서면서 여론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비교적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까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면서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마포·성동·분당 등 그간 슬롯이 많이 오른 지역은 각오했다는 듯 덤덤한 반응이지만 슬롯은 오르지도 않았는데 토허제로 묶인 곳들은 전세 끼고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대출 한도까지 줄어드니 시간이 지날수록 반발이 거세지는 모양새”라며 “실제 노도강 등 지역은 지난 2년 간 슬롯이 별로 오르지 않아 한강벨트 아파트 값과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진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통계적 정량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정책을 만들기 전 실제 지역을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고 실거래가 정도는 확인했어야 한다”며 “서울 약세 지역은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강남과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건 풍선 효과 차단 명분이 있더라도 치명적인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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