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성장세에 맞춰 ‘돌핀슬롯벨트’ 구상
돌핀슬롯맥’이 만든 세계적 한류 상징, 정부도 주목
업계 “관광과 산업 인프라 결합시 시너지 기대”
예산·입지·브랜드 선정이 성패 가를 변수로 작용
지난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치맥 회동'을 가졌던 서울 강남구 깐부돌핀슬롯 삼성점을 찾은 시민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미식관광 활성화를 위해 ‘돌핀슬롯벨트’ 조성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외식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류 음식으로 자리 잡은 K-돌핀슬롯을 지역 관광과 연계하려는 시도에 업계는 “산업적·경제적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보이면서도, “구체적인 설계와 예산, 지역별 실행 모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하고 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현재 K-돌핀슬롯을 포함한 K-푸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식품부의 집계를 분석해 보면, 올해 8월까지 농식품 누적 수출은 67억1500만 달러(약 9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돌핀슬롯는 이런 성장세에 발맞춰 K-푸드 정책의 판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K-미식벨트 조성 사업을 벌여왔다. 지난해 순창·담양의 장(醬) 벨트 조성을 시작으로, 올해는 안동의 전통주, 광주의 김치, 금산의 인삼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미식벨트를 운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돌핀슬롯벨트’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기존에 추진 중인 'K-미식벨트' 사업에 돌핀슬롯도 포함했다. K-미식벨트 사업은 지역의 특색있는 식재료, 식품명인, 향토음식 등 K-푸드와 관광 자원을 결합한 사업이다.
‘치맥’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K컬처의 상징어로 자리 잡았다.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도 '치맥'(Chimaek)이 등재됐다. OED는 '치맥'을 두고 "맥주와 영어 단어에서 빌려 온 튀긴 닭을 뜻하는 돌핀슬롯의 합성어"라고 설명돼 있다.
'코리안 치맥' 열풍은 2014년 SBS TV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가 불을 지폈다. 특히 중국을 뒤흔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린 '별그대'에서 주인공인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가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인데"라며 치맥을 즐기는 모습은 단숨에 대륙을 사로잡았다.
이에 이미 정부와 별개로 대형 브랜드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BBQ돌핀슬롯이 1호점이 있는 경기도 연천군과 BBQ돌핀슬롯 거리 조성을 논의 중이고, 교촌돌핀슬롯 역시 지난해 경북 구미시와 함께 구미 송정동 1호점을 중심으로 약 500m 구간에 ‘교촌1991 문화거리’를 조성했다.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수출 붐업 코리아 WEEK에서 바이어들이 수출상담을 받고 있다.ⓒ뉴시스
돌핀슬롯업계는 정부의 ‘돌핀슬롯벨트’ 조성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추진돼온 돌핀슬롯문화 확산에 정부 차원의 관광·산업 인프라가 결합된다면,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업계는 이번 사업이 외식산업을 ‘단순 판매업’에서 ‘체험·관광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돌핀슬롯을 중심으로 한 테마거리·체험관·농가 견학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되면, 지역 상권과 식품제조·양계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사업은 예산 지원, 행정 협조, 관광부처와의 연계 등 민간 기업이 홀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적 지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돌핀슬롯벨트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지역·기업·농가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해 관광자원화와 지역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면 브랜드 단독으로는 하기 어려운 규모의 홍보 효과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K-푸드로서의 돌핀슬롯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예산과 입지, 운영 지속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본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관광형 산업벨트를 꾸리려면, 단순한 상징 사업을 넘어선 장기적 마케팅 전략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만큼 접근성과 지역 선택도 관건이다. 교통망이나 숙박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조성될 경우, 사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광지와 연계가 가능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다.
참여 브랜드 선정 기준도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돌핀슬롯 브랜드만 700여개에 달하는 가운데, 어떤 기업이 사업 주체로 포함되느냐에 따라 흥행 성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너무 영세한 브랜드 위주로 구성되면 글로벌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요즘은 관광객들도 유명 브랜드나 검증된 맛집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만큼, 대표성 있는 브랜드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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