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슬롯 65세 시대 ‘초읽기’…임금체계 개편·세대갈등 해법이 관건

김성웅 기자 (woong@kestrelet.com)

입력 2025.11.07 14:39  수정 2025.11.07 14:41

與, 무료 슬롯연장특위 출범

65세 무료 슬롯연장 법안 연내 마련

노동계, 조속한 입법 요구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위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무료 슬롯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이 법정 무료 슬롯을 65세까지 높이는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나서면서 노동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고됐다. 고령 근로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층 일자리 잠식 사이에서 세대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무료 슬롯연장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무료 슬롯을 65세로 확대하는 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구성된 무료 슬롯 연장 태스크포스(TF)가 정식 특위로 격상된 후 열린 첫 공식 회의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출산율은 0.8명대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가파르게 감소 중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면서 현행 60세 무료 슬롯으로는 최대 5년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노동계는 무료 슬롯연장이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요구”라며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60세 무료 슬롯이 유지되면 베이비붐 세대는 국민염금 수급 시기까지 소득 공백을 겪게 된다”며 “이는 노후 빈곤과 복지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5세 무료 슬롯연장…고임금 근로자 급증


그러나 무료 슬롯이 연장된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어떻게 조정하는가를 두고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다수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서열형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된 상태에서 무료 슬롯이 65세로 늘어나면 고임금 구간 근로자가 급증해 기업의 인건비가 폭증하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인 단체는 법정 무료 슬롯연장은 노동시장의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총은 “현행 만 60세 무료 슬롯제는 2017년 전면 시행됐지만 고령자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기보다는 신규채용 위축, 조기퇴직 확대, 인사적체 심화 등 부정적 영향만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임금 삭감 없이 근로자의 무료 슬롯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60∼64세의 추가 고용에 따른 비용이 연간 최대 30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청년층 일자리 감소도 우려된다. 한국은행의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무료 슬롯이 58세에서 60세로 의무화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5∼59세 근로자는 8만명 증가(1.8%p↑)하는 반면 23∼27세 근로자는 11만명 감소(6.9%p↓)했다. 무료 슬롯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채용은 1.5명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무료 슬롯체계 개편 필요…“인건비 부담 완화해야”


이에 따라 기업들은 무료 슬롯체계 개편을 통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임금피크제’다. 무료 슬롯연장 구간에 들어선 근로자의 임금을 일정 비율로 점진 조정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령자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에 따라 보상하는 직무급제나 성과 중심의 성과급제로의 전환도 논의되고 있다.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의 수직적 경력구조도 청년층의 노동시장 유입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직급과 직책을 분리하고, 전문가 트랙 등 다원적 경력경로를 제시해 조직 내 순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총 관계자는 “고령자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인 연공급 임금 체계를 직무 차기와 개인의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무료 슬롯 후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계는 재계에서 주장하는 선별적 재고용 방식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대 노총은 “사업주가 뽑고 싶은 사람만 계약직으로 뽑아 불합리하게 무료 슬롯을 삭감하는 고용 방식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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