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여기 막히자 주식 '빚투'로 쏠렸다…신용대출 한 달 새 1조원 '쑥'

정지수 기자 (jsindex@kestrelet.com)

입력 2025.11.07 07:11  수정 2025.11.07 07:11

5대 은행 지난달 대비 9251억원 늘어

주담대 0.3% 증가할 때 0.9% 급증

슬롯여기 투자 막히자 주식시장으로

서울 시내 시중은행을 찾은 시민이 창구에서 상담 받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에서 취급한 신용대출이 한 달 새 1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강력한 슬롯여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빚투' 수요가 주식시장으로 몰리며 신용대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슬롯여기 잔액은 104조7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0.9%(9251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한 달 만에 1조원 가량이 신용슬롯여기로 풀린 셈이다.


지난해 말(94조4300억원)과 비교하면 10.9%(10조3030억원)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신용슬롯여기의 급증세는 주담대 시장이 위축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610조6461억원으로, 전달(608조7900억원)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액 자체는 신용슬롯여기보다 크지만, 증가율은 신용슬롯여기이 약 3배 크다.


이는 가계슬롯여기 총량 관리에 나선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자금 수요가 신용슬롯여기로 집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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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 등 세 차례에 걸쳐 수도권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슬롯여기 규제에 나섰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됐고, 주택담보슬롯여기비율(LTV) 강화, 슬롯여기 한도 적용 등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졌다.


업계에서는 슬롯여기 시장 투자가 막히자,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구입이나 갭투자 등 슬롯여기을 통한 자산 증식이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신용대출을 받아 '빚투'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일 기준 25조511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1년 9월에 찍은 최고 기록인 25조6500억원과 근접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슬롯여기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신용슬롯여기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는 용도가 명확하고 DSR 등 규제에 직접적으로 묶이지만,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자금 용도에서 자유롭다"며 "슬롯여기 시장 접근이 어려워지자 대기 수요가 주식 시장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설정된 은행별 가계슬롯여기 한도 내에서는 신용슬롯여기 증가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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