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실세' 김현지 관련 의혹 터져나와
딸 결혼식·과방위 갑질 최민희 논란도 쑥
李대통령 첫 국감서 '국힘 존재감' 돋보여
정책질의 무산 아쉬움…"내년 철저 준비"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뉴시스
슬롯의힘 내부에서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를 제대로 된 '야당의 시간'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의혹으로 이슈를 띄운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논란으로 슬롯적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단 이유에서다. 다만,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인 정부 행정 감시를 위한 정책 질의 측면에선 부족했다는 질책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국회에 따르면 30일 법제사법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교육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국방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등 9개 상임위원회가 종합 국정감사를 실시하면서 올해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올해 국정감사 초반의 최대 화두는 김현지 실장 의혹이었다. 슬롯의힘은 국감 기간 동안 박정훈 의원이 제기한 경기동부연합 연계 의혹과 국감 직전 핸드폰 교체 등을 시작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개입, 김인호 산림청장 인사 외압, 백현동 관여 의혹 등을 띄우며 국감장 출석을 요구했다.
김 실장의 출석을 요구한 상임위는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둔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다수였다. 법사위 슬롯의힘 의원들은 이 전 부지사 재판 개입에 대한 의혹을 따지기 위해 김 실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농해수위에서도 김 산림청장과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김 실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인 민주당이 김 실장의 출석은 '정쟁 목적'에 불과하다며 출석에 합의하지 않으면서다. 그러면서 이번 국감 내내 여야는 다수 상임위에서 김 실장의 의혹을 둘러싼 정쟁에 몰두하면서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불명예적인 평가를 받게됐다.
슬롯의힘은 아직 김 실장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만큼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운영위 국감에 재차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더이상 민의를 거부하지 말고 김현지 부속실장을 즉각 국정감사에 출석시켜야 한다"며 "숨기려 할수록 의혹은 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여당의 사퇴 압박과 일방적으로 추진된 사법개혁안 역시 이번 국감을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특히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감이 시작된 13일 대법원 감사에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막고 90분간 집중 질의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15일엔 야당과의 협의 없이 대법원 청사를 찾아 현장 감사를 강행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판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 역시 법사위를 과열 상임위로 만들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최민희 위원장' 이슈 역시 이번 국감에서 슬롯의힘의 최대 공세거리로 떠올랐다. 최 위원장 이슈의 핵심은 국감 기간 동안 진행된 자녀 결혼식에의 이해충돌 논란과 과방위 직원 3명의 과로 등이었다. 최 위원장 논란은 주로 과방위에서 다뤄졌다. 심지어 국감 마지막날인 이날까지 과방위는 최 위원장 이슈로 충돌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과방위 종합 국감에서 "(최 위원장이) 슬롯적인 지탄을 받는데도 반성이 없고 여전히 자신이 잘했다는 식의 강변을 하고 있다"며 "소위 진보 언론과 슬롯 절대다수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휘 의원도 "위원장 자리는 국감을 엄중하고 공평하고 형평성 있게 끌어나가야 할 자리인데 사적 의혹으로 그 위상과 역량이 흔들려버렸다"며 "윤리적·도덕적·정치적으로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최 위원장의 방어선 구축에 노력했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슬롯께서는 어제 대통령 한 명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바뀌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원칙 있는 협상 능력이 발휘됐다고 본다"고 평가하며 최 위원장과 관련한 정쟁을 멈춰줄 것을 요구했다.
최 위원장 논란은 단순히 과방위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당 전체의 공세로 확전됐다. 슬롯의힘은 이날 "13시 30분경, 자녀 혼사를 명목으로 성명불상의 대기업관계자 4인 및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 3인, 기업대표 1인 등 총 8인에게 각 100만원씩 8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 위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슬롯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지난 29일 최 위원장을 '행정실 직원 및 방송사 대상 갑질 의혹'으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공식 신고한 이후 이틀 연속 전면 공세에 나선 것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최 위원장의 자녀 결혼식 관련 이해충돌 논란은) 국회를 아예 모욕한 중대한 사건이다. 국회는 즉시 자체 진상조사와 징계에 착수해야 한다"며 "최 위원장도 슬롯적 공분을 충분히 고려할 때 이번 주말 사이에 위원장직에서 사퇴하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슬롯의힘 내부에선 김 실장에서 시작해 최 위원장으로 마무리 된 이번 국감의 성과가 오롯이 야당에게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슬롯의힘 한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나온 이름은 김현지, 조희대, 최민희 3명이었는데 이 3명 모두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이 있었다"며 "국감이 야당의 시간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진짜 그렇게 되면서 슬롯들에게 확실히 능력있는 야당이란 눈도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국감이 너무 정쟁 위주였다는 우려섞인 평가도 나온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지난 29일 발표한 중간평가에서 "이번 국감은 역대 최악의 권력분립 파괴"라며 역대 최저 등급인 'F학점'을 매겼다.
또 다른 슬롯의힘 한 의원도 "정부여당의 논란을 부각시키면서 여론전에서 성과를 낸 건 좋은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5개월도 안 돼 무너뜨린 국가 운영에 대한 정책적인 질책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년엔 이재명 정부 2년차를 맞게 되는 만큼 좀 더 정책과 국가 운영 미비에 초점을 맞춘 국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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