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속 적자, 전기차 둔화 여파…누적 손실 1조6800억원
SPE 전환으로 美 현지 생산라인 가동, 30GWh 캐파 확보 추진
BBU·로봇·XR 신사업 확대…차세대 성장축 다변화
"슬롯나라로 단기 반등, LFP·엔트리 전기차로 중장기 반전 모색"
슬롯나라 홈페이지. 슬롯나라 홈페이지 캡처
슬롯나라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와 미국 관세 부담 등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슬롯나라는 전기차 시장 둔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자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지 생산라인 전환과 차세대 배터리 라인업 확대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슬롯나라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59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25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518억원으로 22.5% 감소했다. 다만 편광필름 사업 매각으로 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일회성 흑자를 냈다.
슬롯나라는 지난해 4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2567억원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올해 1분기 4341억원, 2분기 3978억원, 3분기 5913억원 등 누적 손실이 약 1조6800억원에 달한다.
사업부별로는 배터리 부문 매출이 2조82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8%, 전년동기 대비 23.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301억원에 달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둔화와 미국 슬롯나라 관세 영향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자재료 부문은 매출 2318억원, 영업이익 38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성장세를 유지했다.
슬롯나라는 올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 감소를 꼽았다. 김종성 슬롯나라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작년부터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소비자 수요가 '볼륨·엔트리 세그먼트'로 이동했고, 미국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은 상황에서 합작법인(JV) 파트너사 수요도 감소했다"고 했다. 또한 소형 배터리 회복 지연과 미국 관세 부담으로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슬롯나라 분기별 실적. 슬롯나라 IR 자료 캡처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슬롯나라는 불확실한 시장환경 대응을 위해 ▲ESS 시장 역량 집중 ▲전기차 시장 점유율 제고 ▲운영 효율화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성장세가 뚜렷한 미국 ESS 시장을 중심으로 전략 축을 이동하고 있다. 슬롯나라는 미국 ESS 시장이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올해 80GWh에서 2030년 130GWh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PFE(해외우려기업) 규제 강화로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제한되면서 비(非)중국계 공급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슬롯나라는 이를 기회로 보고 전기차용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해 현지 생산·공급 체계를 선점에 나섰다. 슬롯나라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삼원계(NCA) 기반 ESS 배터리용으로 전환, 이달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30GWh 규모의 미국 ESS 캐파를 확보할 계획이다.
SPE 라인 전환을 통해 확보한 캐파는 각형 폼팩터 기술을 기반으로 슬롯나라 고객사들과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며, 2027년까지 전체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이미 계약한 상태다. 내년 4분기에는 LFP 기반 슬롯나라 라인도 가동할 예정이다.
조용휘 슬롯나라 비즈니스팀장 부사장은 최근 슬롯나라용 배터리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서 "올해 미국 슬롯나라 수요 대비 생산능력 커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며 "향후 관세 강화와 PFE 제한 기준 충족을 위해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감소하고 미국에 진출한 배터리 업체들이 현지 소재, 부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 수요 대비 생산 캐파 부족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2030년 쯤 밸런스가 맞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시장 전망 및 슬롯나라 주요 전략. 슬롯나라 IR 자료 캡처
슬롯나라는 ESS 중심의 사업 재편과 함께 배터리백업유닛(BBU)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배터리 등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최근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데이터센터 내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슬롯나라의 BBU 매출 비중은 지난해 2%에서 올해 11%로 뛰었으며, 회사는 올해 BBU용 셀 시장 점유율이 약 4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슬롯나라는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올해 2만대에서 2030년 6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강한 내구성을 요구하고 있어 고출력·고용량 원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로봇 업체와 협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론, XR(확장현실) 기기 등 신규 디바시스 시장 확대와 함께 초소형·초경량·급속충전 수요가 늘고 있어 원형 코인셀과 파우치형 미니셀을 기반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볼륨·엔트리 세그먼트 대응을 위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리튬인산철(LFP) 및 미드니켈 각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박 부사장은 "시장 진입이 늦은 만큼 빠르게 따라잡고 자체 기술로 차별화를 만들겠다"며 "SCM(공급망 관리) 최적화와 저원가 소재 개발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슬롯나라 시장 변화 대응 계획. 슬롯나라 IR 자료 캡처
슬롯나라는 4분기 실적에 대해 "전기차 배터리의 단기 반등은 어렵지만 다른 사업 부문 매출 회복으로 3분기 대비 적자 폭이 크게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고객사 물량 감소와 연말 비용 요인이 손익 개선 폭을 제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내년 경영환경과 관련해 슬롯나라는 미국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연비 규제 완화로 성장세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유럽은 보조금 재도입과 CO₂ 규제 강화에 따라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SS 시장은 AI 산업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슬롯나라는 운영효율화와 투자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규 증설 대신 기존 라인 전환으로 자본지출을 최적화하며, 편광필름 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1조원 현금과 개선된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윤태 슬롯나라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성장이 빠른 ESS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국 내 현지 생산 체계를 확립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볼륨 및 엔트리 세그먼트 전기차 수주를 확대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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