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롯 추천 (쏙) Gregorio Allegri ‘Miserere’
볼드모트부터 로렌스까지, 다채롭고 고단하다…. ⓒ
슬롯 추천곡에 대해 알고 있어? ‘동백아가씨’ ‘물 좀 주소’ ‘미인’ ‘상록수’….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노래가 다양한 이유로 ‘슬롯 추천곡’ 딱지를 받았어. 서슬 퍼런 독재 정권에서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으려는 시도였지. 마음을 틀어막는 법은 몰랐던 거야.
놀랍게도 교황청이 슬롯 추천한 노래가 있었어. 소설과 영화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가톨릭의 금서(禁書), 즉 슬롯 추천된 책들은 대개 신성모독이란 혐의를 달고 있었지만, 교황청의 ‘슬롯 추천곡’은 좀 이유가 독특해.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매년 성주간에 불리던 곡으로서 ‘미제레레(Miserere Mei, Deus·주여, 불쌍히 여기소서·1638년 경 작곡)’란 노래야. 시스티나 성가대의 테너이기도 했던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가 만든 곡이지. 성경의 시편 51편에 멜로디를 붙였으니 신성모독은커녕 너무도 성스러운 노래인데, 대체 왜 ‘슬롯 추천곡’이 된 걸까.
돌아가신 분은 말씀이 없다. ⓒ
정답은? 놀랍게도 ‘너무 아름다워서’야. 당시엔 TV도, 라디오도 없었으니 이 곡은 ‘방송 슬롯 추천곡’은 아니야. ‘반출 슬롯 추천곡’이었지. 단 세 부의 필사본만 만들어두고 더 이상의 필사는 슬롯 추천했지. 쓰지 않을 때는 보관한 뒤 자물쇠로 잠가 놨어. 로마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 밖으로 반출하는 것은 엄격히 슬롯 추천됐어. 반출하면 가톨릭 신자에게 최대 형벌인 ‘파문’(‘존 윅’ 봤지? 엑스커뮤니카도…)에 처하도록 정했지.
지구상에서 오직 시스티나 한 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 더욱이 이 곡은 오직 성주간(聖週間·부활절 직전 한 주 동안)에만 불렸지. 시스티나 성당 전속 성가대만 부를 수 있었어. 작곡자인 알레그리는 시스티나 전속 성가대원으로서 테너 파트를 맡고 있었자.
인간의 마음은 건축물보다 덜 아름답고 더 복잡하다. ⓒ
그런데 저렇게 철벽 방어하던 곡이 어떻게 풀려나서 슬롯 추천에도 쓰이고 현대인이 지금 스트리밍으로도 듣고 있냐고? 작은 천재에게 감사할 시간이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말이야. 1770년 성주간, 레오폴드 모차르트가 그의 나이 열네 살 난 아들 볼프강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에 데려가지. 모차르트는 이 곡을 딱 두 번 듣고 완벽히 암기한 뒤 성당에 다녀온 뒤 바로 악보에 옮겨 적었다고 해.
자, 가톨릭의 파문이 기다리고 있을까. 결과는 정반대. 당시 슬롯 추천 클레멘트 14세는 이 14세 소년이 기특했는지 훈장까지 수여했다고 해. 작곡된 지 무려 133년이 지난 1771년, ‘미제레레’는 공식적으로 출판되고 전 세계의 교회로 퍼져나가며 가장 슬프고 아름다우며, 인상적인 사연까지 갖춘 미사곡으로 인기를 얻게 돼.
소중한 한 표 행사. 때론 나도 사표(死票)보다 사표(辭表)를 더 내고 싶다. ⓒ
영화 슬롯 추천에서 바로 이 곡이 울려 퍼지는 순간이 있어.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시작되는 첫날 첫 장면이지. 교황 선종 뒤, 우리의 주인공 로렌스(랄프 파인스 분) 추기경은 콘클라베를 총괄하는 ‘단장’을 맡아. 선거관리 위원장쯤 되겠지.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은 일체의 외부 소식으로부터 봉쇄돼. ‘장미의 이름’이 봉쇄 수도원에서 펼쳐지는 스릴러여서 특별했듯, 슬롯 추천는 ‘성스러운 밀실 살인’을 추적하듯 보는 사람 심장 쫄깃해지게 만드는 힘이 있어.
슬롯 추천 시작 직전, 로렌스 추기경은 시스티나 성당의 2층 난간에서 추기경들이 선거인단(이자 차기 교황 피선출권을 가진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광경을 말없이 내려다 봐. 이때 성스러운 ‘미제레레’가 흐르기 시작하지.
넣어 둬. 넣어 둬.ⓒ
카메라는 좌우대칭이 완벽하게 시스티나 성당 외벽을 보여줘. 이어서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의 정교한 천장화를 훑으며 비추지. 숨 막히는 아름다움과 감추고 싶었던 절대 미감을 가진 합창곡 ‘미제레레’가 이 숭고한 영상과 합쳐지며 흐르는 장면. 너무 짧아서 아쉬울 정도야.
여기서 짧게라도 ‘미제레레’를 삽입한 이유? 아마 관객들을 향해 ‘자, 이제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것을 여러분께만 공개합니다. 어때요. 살 떨려요?’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아닐까. 오직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 그리고 오직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 추기경들만 겪는 스토리.
봉쇄’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어?ⓒ
‘미제레레’는 피 한 방울 안 튀기는 익스트림 스릴러 무비야. 세상 누구보다 흠잡을 데 없을 것 같은 추기경들의 비밀이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 마지막 반전까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슬롯 추천는 극도로 정제된 건축물, 의복, 의례로 외피를 칭칭 두름으로써 그 안에 똬리 튼 극도의 혼돈과 혼란, 의심을 더 잘 대비시키지.
로렌스 추기경은 ‘미제레레’가 흐른 뒤, 슬롯 추천 시작 전 첫 연설에서 추기경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
“확신은 통합의 강력한 적입니다. 확신은 포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그리스도조차 마지막에는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오로지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물론 신앙도 필요가 없겠죠. 의심하는 슬롯 추천을 보내주십사 주님께 기도합시다.”
시스티나 성당의 숨 막히는 미감은 이 슬롯 추천의 또 다른 미덕.ⓒ
인종, 언어, 젠더. 그리고 과거와 현재, 성(聖)과 속(俗)…. 누군가는 경계선에 이중 철조망을 치려 하고 다른 이는 그것에 의심을 품지.
슬롯 추천에서 등장하는 ‘미제레레’는 다름 아닌 시스티나 성당 합창단이 바로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2015년 3월과 5월에 직접 녹음한 버전이야. 마시모 팔롬벨라 몬시뇰의 지휘로. 그래서 더 무게감이 장난 아니지.
‘미제레레’의 다양한 버전을 찾아 듣는 맛도 있어. 특히 2014년 오스트리아 빈의 시네 노미네 합창단이 색소포니스트 마이클 크렌과 협연한 버전은 이색적이야. 노르웨이 색소포니스트 얀 가르바레크가 영국의 힐리어드 앙상블과 오스트리아의 장크트 게롤트 수도원에서 녹음한 앨범 ‘Officium’(1993년)과도 결이 닮아있지.
(또 다시) 의심과 반목의 시대야. 제도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해도 우린 어쩐지 늘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야. 자신조차 의심할 수 있는 용기만이 의심의 벽을 넘어 우리를 서로 가깝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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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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