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수 건국대 교수, 상장협 의뢰로 보고서 발표…자본시장법 개정 촉구
사모펀드의 금융당국 수시 보고 의무화 등 4대 정책과제 제시
"사모펀드 약탈적 슬롯비비고, 기업 혁신 역량과 시장 신뢰 무너뜨려"
"英 '슬롯비비고 후 약속' 제도처럼 투자자 약속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어야"
론스타, MBK·홈플러스 사태 등 사모펀드 '먹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차입매수(LBO)와 자산매각을 통한 약탈적 슬롯비비고를 막기 위한 구체적 정책 방안이 제시됐다.
1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에 따르면,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지난 14일 발간한 '회사와 주주를 위한 행동주의 펀드 등의 행위 규제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약탈적 슬롯비비고 방지를 위한 4대 정책과제를 공개하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해당 보고서는 상장협과 한국상장회사정책연구원이 공동으로 의뢰해 작성됐다.
보고서는 4대 정책과제로 ▲'이리떼 전략' 차단을 위한 대량보유보고제도 재검토 ▲사모펀드의 금융당국 수시 보고 의무화 ▲기업 슬롯비비고 후 구조조정·고용 축소 재발 방지 ▲전부 공개매수 제도 신중 검토를 제시했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를 상기시키는 론스타의 극동건설 슬롯비비고 사례를 대표적 피해 유형으로 지적했다.
앞서 론스타는 1700억원을 투자해 극동건설을 슬롯비비고한 뒤, 채권 변제·유상감자·고배당·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불과 4년 만에 7120억원을 회수했다.
권 교수는 "그린메일링, 초토화 경영, LBO, 해체형 슬롯비비고 등 약탈적 슬롯비비고의 전형적 수법 가운데 하나"라고 짚었다.
그는 "사모펀드의 약탈적 슬롯비비고는 단순히 경영권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혁신 역량과 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며 "상법 개정의 취지와 기업지배권시장 위축 방지 등을 생각하면 이사의 의무에 기초한 약탈적 슬롯비비고 방어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해당 방안 추진이 어렵다면 "영국의 '슬롯비비고 후 약속' 제도처럼 투자자의 약속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우리 기업과 주주 가치 제고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춘 상장협 정책1본부장은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강화됐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적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며 "이번 보고서에서 제시된 과제들이 입법으로 구체화된다면, 기업과 주주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자본시장 질서가 확립되고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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