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불편해도 포기 못하는 매력덩어리 [시승기]

편은지 기자 (silver@kestrelet.com)

입력 2025.10.16 06:00  수정 2025.10.16 06:00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시승기

BMW 심장에 세련된 디자인+강력한 내구성

화려해지는 오프로드 시장 속 '진또배기'

회전반경 넓고 편의사양 부족해도… 아이덴티티 뚜렷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험난한 산길이 널렸는데도 한국인들은 좀처럼 '오프로드'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최근 캠핑, 낚시 등 도심을 벗어나 교외를 찾는 이들이 늘었지만, 여전히 차량의 내구성과 튼튼함 보다는 넓은 실내와 화려한 편의사양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 럭셔리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벤츠 G클래스를 제외하면 수많은 오프로드 차들은 그저 '불편한 차'로 치부될 뿐이다.


무료슬롯나라의 한국 진출은 그런 점에서 매우 도전적이다. 오프로드를 취미로 즐기는 소비자가 극소수인 데다, 화려한 전자장비로 반짝이는 G클래스만이 인기를 끄는 시장에서 '아날로그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그레나디어 모델을 불쑥 들이밀었다.


생긴 것 부터, 내부까지 투박함으로 점철된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는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직접 시승해봤다. 오프로드가 아닌 막히는 시내 등 일상 도로를 위주로 달려봤다. 시승 모델은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필드마스터 에디션으로, 가격은 1억2990만원이다.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와, 예쁘다."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를 처음 봤을 때 부터 시승을 마치는 순간까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단연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다. 2박3일 간 이어진 시승 내내 주유소에서, 휴게소에서, 도로 위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무슨 차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수많은 신차를 시승했지만, 디자인 만으로 이렇게 많은 질문을 듣긴 또 처음이다.


무료슬롯나라라는 브랜드와 그레나디어라는 모델명이 익숙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레나디어의 얼굴은 마치 외국 전쟁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곡선없이 직선으로만 이뤄진 박스형 자동차. 꾸밈없이 솔직하고 단도직입적인 디자인이 멀리서도 눈길을 끄는 비결이다.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측면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측면으로 돌아서면 '실용성'만을 강조한 디자인임이 여실히 드러난다. 캐릭터 라인이나 곡선 따위 없이 엉덩이까지 일자로 뻗은 루프는 내부 공간이 얼마나 광활할지 한 눈에 보여준다. 섀시 모서리에 위치한 휠은 차체 오버행을 최소화하는데, 접근각, 이탈각을 향상시키기 위한 디자인으로, 오프로드 기능에 아주 충실한 요소다.


후면은 그간 오프로드차, 박스카 모델에서 익히 봐온 모습이다. 후면 중앙에 스페어 타이어가 달려있고, 양쪽으로는 전면과 통일한 원형 리어램프가 탑재됐다.


특이한 점은 후면 왼쪽에 달린 사다리인데, 단순 디자인이 아니라 사다리를 직접 밟고 루프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할 일이 많지는 않겠지만, 캠핑이나 낚시 등 여가를 즐기거나 자연 속에서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전망대가 늘 함께 다닌다고 생각하니 꽤나 낭만적이다.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후면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무료슬롯나라가 얼마나 '진짜 오프로드'에 진심인 지는 내부로 들어서면 더욱 선명해진다. 1억이 넘는 차지만 앰비언트 라이트 같은 '예쁜 요소'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터치 디스플레이가 중앙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내비게이션과 차량 운행 정보 등을 보는 데 그치고 운행 중 필요한 기능은 모두 물리식으로 배치됐다.


디스플레이 아래로 넓게 배치된 물리 버튼들이 정신 없을 법도 하건만, 생각보다 필요한 기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대부분 버튼과 다이얼이 두툼하고 큼직하게 배치된 덕이다.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물리버튼이 숨어있는 것 처럼 보이도록 하거나, 작게 배치하는 요즘 차들에 앙심을 품기라도 한 듯 하다. 실제로 무료슬롯나라는 장갑을 끼고도 운전자와 동승객이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내부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천장을 올려다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버튼이 또 위치한다. '오버헤드 컨트롤 패널'이라고 부르는 운전석 천장 중앙부는 오프로드 주행 시 사용하는 기능만 따로 떼서 모아놓은 공간이다.


항공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웨이딩 모드, 디퍼렌셜 록, 다운힐 어시스트 등 모든 오프로드 기능과 스위치 기어가 담겼다. 적어도 일상 주행 중 천장으로 팔을 뻗지 않는 이상 오프로드 기능을 잘못 누를 일은 없겠다.


스티어링 휠 뒤편에 위치한 전조등 및 경고등 알림 화면. 이를 제외한 계기판 정보는 중앙 디스플레이에 표시된다.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하는 계기판도 없앴다. 차량 속도, 오일 잔량 등 기존 계기판에 위치하는 정보들은 중앙 디스플레이 왼편에 표시된다. 오프로드 주행시에는 정면에서 눈을 뗄 수 없고, 정교하게 움직여야하는 만큼 차량의 콘셉트과 쓰임새를 최우선으로 둔 선택이다.


계기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전조등, 경고등 표시만 간략하게 표시된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기도 전에 무료슬롯나라의 오프로드 진심에 압도 당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돈 쓴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거나, 투박하기만 한 것은 또 아니다. 큼지막한 터치 디스플레이나 앰비언트 라이트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아날로그 감성에 충실한 고급감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두꺼운 스티어링 휠을 감싼 브라운 가죽, 같은 색상으로 마감된 조수석 대시보드 손잡이, 양쪽 도어 트림에 들어간 나무 무늬까지. 레트로가 인기를 끄는 요즘, 자꾸만 화려해지는 요즘 차에 지친 이들에게는 오히려 취향을 저격하는 포인트일 지 모른다.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 배치된 수많은 물리버튼들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내외부 디자인을 보고 있자니 최소한 비포장 도로라도 내달려야할 것 같은 압박감이 커졌으나,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아쉬운 대로 무료슬롯나라를 끌고 서울 성수동 도심 한복판에서부터 가평까지 내달렸다. 결국 제 아무리 대단한 오프로드 차라도 일상에서 탈 수 없다면 매력이 없지 않은가.


내외관 만으로 진흙 냄새를 풍기는 것 같은 무료슬롯나라는 가속페달을 밟을 때부터 묵직함이 달랐다. 2700kg의 공차중량 답게 페달이 무거운(?) 편인데,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고 힘을 줘 지긋이 밟아야 한다. 거칠게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주행감은 꽤 부드러운 편이다.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 ⓒ슬롯사이트 편은지 기자

아날로그에 충실한 진짜 오프로드 차량인 탓에, 필연적으로 감수해야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커다란 박스카 형태에서 오는 풍절음, 저속 위주의 기어 세팅, 무거운 스티어링 휠이 대표적이다.


특히 회전반경이 무려 14m에 달하는데, 유턴 시 차선 3개가 부족한 수준이다. 난데없는 곳에 주차장 입구가 마련된 서울 시내에서 타려니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지만, 하루 정도 무료슬롯나라한 이후부터는 금세 적응이 됐다. 오프로드 냄새만 나는 대중차가 아니라 진또배기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시시각각 느껴진다.


묵직한 몸무게 탓에 차량이 굼뜰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다. 무료슬롯나라에는 BMW의 3.0리터 직렬 6기통 터보차저 엔진(B58 가솔린)이 탑재됐는데, 힘 좋기로 입증된 심장을 매단 덕에 무거운 몸을 하고도 가볍게 달려낸다.


웬만한 SUV보다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속도를 올려내고, 승차감도 아주 안정적이다. 다만, 엔진이 운전석과 가까이 위치한 탓에 속도를 올릴 수록 견뎌야하는 엔진 소리도 큰 편이니 정숙함까지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연비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눈으로 보니 처참한 수준이다.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의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연비는 5km/L로, 주행 중 잠시 눈을 돌렸다가 확인하면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기름 게이지를 볼 수 있다. 기름 냄새만 맡아도 가는 차가 점점 늘어가는 시대에선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통 오프로더의 오너라면 초연해야하는 영역이다.


이미 무료슬롯나라 그레나디어에 푹 빠진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건 시승을 마치고 나서였다. 분명히 살짝 불편하고, 차가 알아서 다해주는 요즘 시대에 운전자가 직접 개입해야할 일이 더 많지만, 거짓말이라곤 못하는 정직한 외모와 근사한 승차감이 자꾸만 맴돌았다.


결국 한국에서 오프로더를 구매한다는 건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에겐 구매할 이유가 없는 불편한 철판 덩어리일 수 있겠지만, 무료슬롯나라를 타본 사람이라면 불편함 마저 매력으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아는 이가 극히 적은 브랜드 자체의 희소성은 오히려 매력도를 극대화해주는 요소일 지 모른다.



▲타깃

-지바겐, 레인지로버는 흔해서 싫어! 주목받고 싶은 당신

-자꾸 화려해지는 오프로더 말고, '진짜'를 찾고 있다면


▲주의할 점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서 한번에 유턴하지 못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1억 3000만원 썼지만 무슨 차인지 알아봐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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