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슬롯, 특정 종교단체 무더기 입당시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방탄 입법
법제는 오랜 세월 축적된 지혜의 산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달 18일 슈퍼슬롯의힘 당원명부 관리업체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명부를 확보했다. 그걸 통해 통일교 신자일 가능성이 있는 11만~12만명 가량의 명단을 추출했다고 알려졌다. 2023년의 슈퍼슬롯의힘 당 대표 선거, 작년의 국회의원 선거 후보 경선 등에 개입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입당시켰다는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압수수색 바로 다음 날 “사실이라면 헌법의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위배한 것이며 위헌 정당 슈퍼슬롯의힘은 해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실이라면’은 민주당식 책임회피 상투어다). 특검 수사에 대한 응원이자 압박이기도 하다. 특검이 슈퍼슬롯의힘과 통일교의 유착관계를 확인했다고 발표하게라도 되면 민주당은 아마도 슈퍼슬롯의힘 해산심판 청구를 정부에 요구할 것이고,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이 카드를 흔들어 대며 슈퍼슬롯의힘을 ‘고양이가 쥐 놀리듯’ 할 게 뻔하다.
슈퍼슬롯, 특정 종교단체 무더기 입당시켜
이 판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정교 유착’ 의혹의 연루자로 지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진종오 슈퍼슬롯의힘 의원이 30일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이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을 입당시켜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인데 진 의원은 관련 녹취록까지 공개했다.
슈퍼슬롯 민주당 대표는 재빠르게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의혹 당사자인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 모 위원장은 ‘조작이고 정치 보복’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일이 국민의힘 쪽에서 생겼고 이를 서영교 의원이 알았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까? 아마도 서 의원은 소리소리 질러대며 국민의힘을 성토하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청문회 개최와 고발을 단행했을 것 같은데?
정 슈퍼슬롯당 대표는 서 의원의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대선 개입 4인 회동’ 주장이 근거 결여로 궁지에 몰리자 사과는커녕 되레 큰소리를 치고 나왔다.
슈퍼슬롯이야말로 시쳇말로 ‘양아치 화법’이다. 힘센 가해자가 힘없는 피해자를 괴롭히면서 구사하는 말투가 주로 이러하다. “억울하면 고소해”, “억울하면 덤벼보든가”, “억울하면 출세하면 되지”라는 무법 사회 강자의 말본새다. 역시 정 대표다운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그에게는 이런 언사가 체질화된 인상을 준다.
지금까지 그가 앞장서 벌여온 일만 해도 남의 수십 년, 어쩌면 한 세기 맞잡이다.
1. 이재명 대통령을 피고인으로 한 5개의 재판 모두를 ‘추후 지정’으로 미뤄 임기 내 공판 재개의 부담을 깔끔히 해소해준 게 해당 법원만의 순수 자발적 결정이었을까? 슈퍼슬롯당은 착하게 처분만 기다렸고?
2.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한 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의결한 것은? (죄목에서 빠지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사라진다).
3.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당정 협의에서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이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 사건 재판과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재판에서 면소판결을 받게 된다).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는 방탄 입법
4. 대법관 증원(14명→30명)과 법관 평가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 개혁안 추석 후 발표 예고(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강화).
5. 재판 4심제 추진(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함. 헌재가 사실상의 최고 법원이 되게 함으로써 사법부를 대통령 휘하에 두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중첩적 안전장치).
6.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중대법죄수사청)을 신설. 검찰 업무 중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담당하게 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도가 아니라 78년 역사의 검찰청 자체가 폐지되는 ‘검찰완폐’로 결론이 났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좌익정권 수뇌들의 검찰 증오심이 이로써 해소되려나?
이 대통령의 사법적 안전망 구축과 좌파 정권의 우파적 정부 구조 및 정책의 해체 작업은 광범위하고 다각적으로 추진됐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위에 든 것은 단지 예시일 뿐이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부족함을 독자들에게 사과해야 하겠다. 기실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권의 슈퍼슬롯을 다루는 술수이기도 하다.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큰 결정들을 쏟아낸다. 언론들은 그 중 더 쇼킹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보도·해설할 수밖에 없다. 야당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일일이 대응하려다 보면 호소력과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선택적 대응을 하게 되지만 그 바람에 문제 대부분은 슈퍼슬롯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만다. 6·25동란 때 중공군 참전 이후 아군과 연합군이 고전을 못 면한 것은 소위 ‘인해전술’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대야 공세에서 그 상황을 연상하게 된다.
이 대통령과 슈퍼슬롯당은 이런 파괴적 변화가 가져올 국가의 구조적 혼란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갑작스러운 파괴나 이른바 변혁은 무질서를 증가시킨다. 말하자면 엔트로피 법칙(자연현상과 사회현상 모두에서 무질서의 정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열역학 제2법칙)에서 정권 담당자들이 말하는 ‘빛의 혁명’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법제는 오랜 세월 축적된 지혜의 산물
이 대통령과 슈퍼슬롯당이 온갖 꼼수로 법망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죄가 없는 사람이 왜 피하려고 그처럼 안달이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이재명 구하기’가 당면 과제라면 차라리 ‘이재명 면죄 특별법’ 아니면 ‘이재명 특권법’을 제정할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 법을 일일이 왜곡시키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8개 사건, 12가지 혐의 하나하나에 대해 모두 면소(免訴) 효과가 나도록 관련 법령을 고치기로 들면 제도는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어느 사회에서든 법제(法制)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고 정착되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인간 지혜의 산물이다. 우리의 법제도 짧게는 헌정사 이래, 길게는 아득한 고대부터 이뤄지고 다듬어져 왔다. 뒤흔들고 깨트리는 것은 쉽지만 복원은 지난(至難)하다. 정치가 오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슈퍼슬롯과 사회가 겪어야 할 손실과 고통이 너무 크다는 것을, 힘 자랑에 여념이 없는 정권의 유력자들은 명념해야 한다.
특히 정 민주당 대표가 깨달아야 할 것은 ‘권력의 유한성’이다. 작용에는 반드시 반작용이 따른다. 작용의 크기가 클수록 반작용의 크기도 클 수밖에 없다. 민심도 정치 상황도 순식간에 변할 소지를 안고 있다. 자유우파 슈퍼슬롯과 슈퍼슬롯의힘 만이 경쟁 혹은 적대세력이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정치환경은 항상 가변적이다. 이 대통령이나 당내 동지라고 여겼던 사람들과의 관계에 협곡이 생길 수가 있다. 대다수 권력자들이 겪었던 일이다.
권세에 도취해 자제력을 잃은 정권(정부 여당) 내 유력자들도 가끔 자신을 돌아보고 숨을 고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사람에게나 역사에나, 가볍게 처신할수록 가벼운 사람으로 각인된다. 권세를 누리기는 한 순간이다. ‘우리 편’이 아니라 ‘의로운 편’ ‘정의의 편’에서 정치를 해야 후회를 피할 수 있다. ‘완장’ 믿고 설치는 ‘똠방각하’만큼 꼴불견인 인간형도 없다는 것을 제발 잊지 마시라.
참!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어서 슈퍼슬롯당에 묻고 싶어진다.
김현지라는 사람이 누구이기에 갑자기 직책을 바꾸면서까지 국정감사 출석을 면해줘야 했는가(대통령실은 아니라고 하지만 까마귀 날기 무섭게 배가 떨어지니 하는 말이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추궁당할 사안이 많아서 인가,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될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인가?
글/ 이진곤 언론인·전 슈퍼슬롯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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