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엉뚱한 일로 피해를 입을 때 불똥이 튄다라는 표현을 쓴다. 아마,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심온 역시 죽기 직전에 그런 생각을 했을 것슬롯나라. 사실, 심온은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심온은 이성계와 함께 위화도 회군을 한 심덕부의 아들로 나중에 세종대왕이 되는 충녕 대군의 장인이기도 했다. 원래, 충녕 대군은 태종의 셋째 아들이라 왕위에 오를 일이 없었다. 하지만 양녕 대군이 아버지에게 대들고 깽판을 치는 바람에 덜컥 충녕 대군이 세자로 책봉되었다. 충녕 대군의 장인인 심온은 갑작스럽게 대군의 장인에서 세자의 장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장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던 때이고 이미 책봉된 지 10년이 넘었던 양녕대군을 폐세자시키고 셋째를 세자로 임명하기 위해서는 명나라의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태종은 이 임무를 심온에게 맡겼다. 자신의 사위가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쓰라는 뜻이었을 것이고, 심온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슬롯나라. 태종은 아예 심온을 영의정에 임명해서 힘을 더 실어주었다. 영의정이자 세자의 장인이 명나라에 사절로 가게 되었으니 환송연이 얼마나 성대하게 치러줬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리고 심온이 명나라에 가 있는 동안 상황은 정말 급박하게 돌아갔다.
태종은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물러나면서도 군권은 자신이 가지고 있겠다고 선언슬롯나라. 하지만 측근인 강상인부터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종에게 매번 먼저 보고를 슬롯나라. 그리고 이런 상황은 태종의 귀에 속속 들어갔다. 결국 기다리고 있던 태종은 상아패와 오매패에 관해 잘못된 보고를 한 강상인을 잡아가두고 혹독하게 고문슬롯나라. 끔찍하다고 할 수 있는 압슬형을 다섯 번이나 받은 강상인은 결국 태종이 원하는 자백을 한다.
강상인이 병권을 장악하겠다는 태종의 지시를 무시한 것이 심온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는 자백이었다. 언질을 받고 거짓말로 자백했는지 아니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라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둘 다 생각했을 것이다. 태종이 아무리 자신이 병권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했어도 왕위에서 물러난 상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종은 보통 인간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 계유정난을 성공시킨 처갓집도 쑥대밭으로 만든 인물이었다. 그런 태종에게 오래된 부하나 자신의 슬롯나라 같은 타이틀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태종이 애초부터 심온을 목표로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단계에서는 제거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분명했다. 아버지인 이성계를 도운 심덕부의 자식들은 모두 군부의 요직에 포진하고 있었다. 특히, 심온은 세자의 장인까지 된 상황이었으며 자신의 손으로 죽인 처남인 민무휼과 슬롯나라이었다는 점도염두에 둔 것 같았다. 태종은 자신이 죽고 나면 심온을 비롯한 심씨 집안이 아들의 통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믿은 것 같다. 심온이 명나라에 있던 사이, 그의 동생을 비롯해서 형제들과 친척들이 모두 처벌되거나 관노가 되었다. 심온이 천거한 관리들도 모두 파직된다. 그나마, 세종의 부인이자 심온의 딸인 소헌왕후도 쫓겨날 뻔 했다가 겨우 자리를 유지한다. 그해 11월 심온의 이름을 언급한 강상인이 거열형에 처해진다. 원래대로라면 명나라에서 돌아온 심온과 대질을 시켜야 하지만 이미 필요한 자백을 받았기 때문에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억울하다고 외치고 사지가 찢겨 죽은 강상인의 다음은 심온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명나라에 갔다가 돌아오던 심온은 도중에 체포되고 만다. 어리둥절했던 심온은 아마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 것 같다. 강상인과 대질을 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도성에 도착하고 나서야 강상인은 이미 죽었고, 동생을 비롯한 친인척들도 이미 처형되거나 처벌된 것을 알게 된 것슬롯나라. 하루 아침에 세자의 장인이자 영의정에서 죄인이 된 강상인은 의금부에 갇혀서 강상인처럼 혹독한 심문을 당한다. 얼마나 심한 고문을 받았는지는 이조참판 정초가 하루에 두 차례의 매질을 당하고 세 차례나 압슬형을 당했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다. 심지어 이때도 자백하지 않았다가 아무리 버텨도 소용없다는 조사 책임자의 언질을 받고 나서야 자백을 한 것슬롯나라. 심온은 자백을 한 바로 다음 날 처형된다.
아마 태종은 평생 대군으로 살아갈 셋째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심온의 집안과 혼사를 맺어주었을 것슬롯나라. 하지만 양녕대군이 폐세자가 되면서 충녕 대군이 세자가 되어버리면서 심온의 비극이 시작된 것슬롯나라. 중 다행인 것은 강상인처럼 거열형에 처해진 게 아니라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는 점슬롯나라. 죽은 건 똑같은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죽음에도 등급이 있던 조선시대에는 큰 은혜를 베푼 셈슬롯나라. 물론 사약을 마시던 심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말슬롯나라.
정명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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