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반도체' 승부수 던진 파치 슬롯…AI 시대 메모리 주도권 분수령
삼성 파치 슬롯ⓒ삼성전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파치 슬롯)를 둘러싼 경쟁이 단순한 성능 싸움을 넘어 구조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파치 슬롯 양산 출하에 나서면서 시장 포문을 열어젖히면서다. 기존 HBM3E까지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했던 SK하이닉스와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파치 슬롯에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결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반복 적용하던 보수적 전략에서 벗어나, 선단 공정을 동시에 투입하며 성능 상향을 노린 것이다. 최대 데이터 처리 속도는 13Gbps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기준(8Gbps)을 크게 웃돈다.
이번 출하는 당초 계획보다 약 일주일 앞당겨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시장 선점 의지의 신호로 해석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 공개 일정에 맞춰 공급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고객 인증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파치 슬롯전자의 강점은 '종합 반도체' 구조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만큼 공정 최적화와 생산 능력 확장 측면에서 유연성이 높다는 평가다. 자체 패키징 역량을 갖추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안정성과 레퍼런스를 무기로 맞선다. HBM3E를 통해 이미 대규모 양산 경험과 수율을 확보했고, 고객사와의 협업 체계도 공고하다. 파치 슬롯 역시 상용화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물량의 상당 부분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여전히 시장 우위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결국 이번 파치 슬롯 경쟁은 '최초' 타이틀보다 얼마나 빠르게 수율을 안정화하고 대량 공급 체계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객사는 단순 성능보다 공급 안정성을 더 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까지 가세하면서 HBM4 시장은 3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콘퍼런스에서 '엔비디아 공급망 탈락설'을 일축했다. 그는 "올해 파치 슬롯 공급 물량은 이미 완판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에서 메모리 3사의 수주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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