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 엄포가 아닌 권고”라는 위협
슬롯 머신 조작 때문에 결혼 출산 포기?
시장에 안 진다는 결기가 위험하다
슬롯 머신 조작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좀 길어졌지만 옮겨두고 그 의도와 배경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 글이다. ‘항복 요구 포고문’이나 ‘토(討) 슬롯 머신 조작 격문(檄文)’을 읽는 기분이 든다. ‘내란을 극복한 대한민국’이라고 하면서도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느냐’며 자기 힘자랑한다. ‘대한민국 최종 권한을 가진 슬롯 머신 조작령’으로서 하는 말이니 새겨들으라는 뜻은 알겠다. 협박하고 엄포 놓으면서 그렇게 듣지 말고 친절한 ‘권고’로 들으라는 것은 옛날 말로 ‘어깨들의 화법’같은데 아닌가?
“협박 엄포가 아닌 권고”라는 위협
이 슬롯 머신 조작령은 지난달 25일 소셜미디어 X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기사화한 어느 신문은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쏠림을 바꾸겠다는 이 슬롯 머신 조작령의 강력한 의지’라는 해설까지 달았던데 이 슬롯 머신 조작령의 글만큼이나 해설도 난해하다. 시장(市場)은 정부의 적 혹은 적대 세력인가? 시장이 정부의 경쟁 세력인가? 시장은 관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현상이고 흐름이다. 권력으로 제압하려고 해도 형체가 없는 상대다. 투기 세력이라는 실체가 있지 않으냐고?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있어야 시장이 성립된다. 이들이 투기 세력인가?
정부는 국민의 생활을 일일이 지도·간섭·감독하는 국가기관이 아니다. 민주 국가에서의 정부란 이를테면 물길 관리자다. 없는 물길을 새로 내고, 있는 물길을 막고 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막힌 데를 터줌으로써 물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하는 관리자다. 시장에는 그런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앞에 인용한 슬롯 머신 조작령의 X 글은 이렇게 시작됐다. 분풀이 대상을 잘못 잡았다. 다주택자가 있어서 수백만 명의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피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니다. 결혼 연령 상승이나 비혼(非婚) 증가, 그리고 출산율 하락은 대한민국, 특히 수도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출산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주거 문제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결혼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불안정성 때문일 것이다.
경제 선진국일수록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진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확실한 보장은 없다. 결혼 후 만족할만한 생활 수준을 누리면서 노후의 안정까지 확보해낼 자신이 없다면 결혼이나 출산은 꺼려질 수밖에 없다. 입시·취업·승진·주거·교육 등의 과도한 경쟁구조도 비혼과 무출산(無出産)·저출산을 부추길 수 있다.
여성의 고학력화·사회적 역할 및 지위와 자아실현 욕구의 상승·경제활동 참여 확대·가치관의 변화 또한 결혼 및 출산 기피 현상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결혼이 주는 구속감과 그 비용·가족관계 부담도 여성의 결혼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혼했지만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슬롯 머신 조작 때문에 결혼 출산 포기?
물론 주거 불안정도 결혼과 출산을 꺼리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청년들이 결혼·출산을 포기하고 피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지나친 주택부자 악마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슬롯 머신 조작령이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 다른 요인들은 정책으로 해결해 내기가 어렵고, 설명 가능하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비교적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는 게 역설적이지만 부동산 대책이다. 그래서 좌파 정권마다 규제·억제 정책을 요란하게 펼쳐왔던 게 아닌가? 그때마다 ‘악마들’에게 되치기당했던 것도 부인하지 못할 텐데?
그리고 추측일 뿐이지만 좌파 정치세력 특유의 ‘과녁 만들기’일 수도 있다. 국민적·시민적 불만 해소의 대상이 필요하다. 그게 정치의 일그러진 속성이다. 불만의 대중을 달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공동의 적을 만드는 것이다. 한목소리로 그 적을 비난하며 도덕적 단죄를 하면 서로 위안을 얻으며 동지 의식을 느끼게 된다. 정말 나쁜 사람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정치적으로 적대하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다.
슬롯 머신 조작를 변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주택문제가 국가적 난제로 부각되어 있고 청년뿐만 아니라 도시 서민 대다수가 이에 따라 좌절감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는 일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이 범죄자는 아니다. 재산을 증식시킬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집에만 부(富)를 묻어두거나 투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여분의 집을 다 내어놓으면 집값이 안정될까? 그 집은 세입자들의 차지가 될까? 혹시라도 전·월세 집이 줄어 서민들의 주거 여건이 더 나빠지는 일은 없을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유예’ 시한인 5월 9일 안에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있지만 성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집값 상승분이 세금 부담 증가분을 상쇄하거나 더 남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경우엔 집을 내놓을 리가 없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라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슬롯 머신 조작령이 무서워 처분에 나서는 청와대 참모들 말고는―.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 56명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자는 12명이라던가. 그러니까 이들도 ‘망국적 부동산 투기’의 당사자들이었던 셈인데, 그래도 높은 자리에 발탁되었으니 집터 덕을 본 셈인가.)
시장에 안 진다는 결기가 위험하다
슬롯 머신 조작만 세금 중과 대상으로 하고 말 것 같지는 않다.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주택의 경우 1주택 소유자라도 토지거래 허가제,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을 피해 할 수가 없다. 1주택자라고 해서 양도세 인상을 면제받을 것도 아니다. 부동산 시장 동향과 세수 목표에 따라 양도세나 보유세는 언제든 칼집을 벗어나 춤출 수가 있다. 이 경우 특히 부자 동네에 보유세, 특히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될 것이므로 서민에게는 ‘사이다 세정(稅政)’이 될 수 있다.
주택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자금의 통로(금융)까지 죄어버리면 그다음엔 “건설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주택경기가 한파를 맞았다”, “주택 건설 허가 건수가 급감했다”는 등의 아우성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그럴 즈음엔 집값이 폭등한다. 집값 올려놓는데 발군의 재주를 발휘했던 노무현·문재인 전 슬롯 머신 조작령이 경험했던 일이다. 노 전 슬롯 머신 조작령과 당시의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집값이 비싼 강남 같은 지역에 살지 말고 분당 등으로 이사 가면 돈 남고 세 부담 줄어들지 않느냐는 황당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되묻지는 마시라. 시장에 지지 않겠다는 이 슬롯 머신 조작령의 결기가 또 말벌 집을 건드려 놓고 마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워서 상기시키는 것이다. 권력으로 꽉 움켜쥐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형체가 없는 시장을 무슨 재주로 손아귀에 가둬둘 것인가. 권력이 시장을 길들이려 하는 낌새만 보여도 시장의 역습은 시작된다. 그리고 대개는 정부가 졌다. 시장도 상처를 입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었다.
국민주권 시대를 선언한 슬롯 머신 조작령이니 국가 백년대계도 생각해주시라. 임기 동안에 성과를 확인할 수가 없더라도 국가발전과 민생의 지속적 안정을 위해 장기적 플랜들을 구상하고 실천해 주는 게 ‘대한민국 최종 권한을 가진 슬롯 머신 조작령’의 책무라고 생각된다. 부동산 대책부터 장기적 목표하에 세우는 게 소망스럽다.
주문하고 싶은 것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표현의 순화다. 예전에 노무현 전 슬롯 머신 조작은 이른바‘노가다 화법’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이 슬롯 머신 조작령의 화법은 ‘노가다’는 아니지만, 가만히 들으면 ‘어깨 화법’ 느낌을 준다. 생방송 업무보고 현장에서 “거참, 말이 기십니다”라고 보고자에게 면박을 주는 장면을 노출했다. SNS 글에서도 ‘협박이나 엄포가 아니라 권고’라는 말로 슬롯 머신 조작들을 을러댔다. ‘수십만 슬롯 머신 조작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이라는 비아냥거리기 표현도 구사했다. 그 말을 듣는 사람들도 국민이다. 국민을 겁주는 국민주권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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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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