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버프특검의 무리한 기소, 오세훈의 '역설적 전화위복' [기자수첩-사회]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5.12.08 07:00  수정 2025.12.08 07:00

특검, 지난 1일 오세훈 시장 '슬롯버프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

특검의 슬롯버프 두고 "무리한 슬롯버프" "공소유지 어려울 것" 목소리 나와

오세훈·국힘 "민주당 하명에 따라 의도된 짜맞추기 수사" 지적

공소유지 실패로 명태균 리스크 털면 오세훈에게 반사이익 생겨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8일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건희 특검이 지난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기소했다. 특검은 오 시장이 '슬롯버프 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해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을 적용했다. 그러나 기소 직후부터 "특검 종료 시점을 앞두고 성과 내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의 배경에는 허술한 혐의 입증 과정이 있다. 특검은 슬롯버프에 앞서 오 시장과 명씨를 불러 대질 신문까지 진행했지만, 양측 진술이 팽팽히 엇갈린 데다 이를 뒷받침할 직접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슬롯버프를 강행하자 공소유지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슬롯버프특검'이라는 비판도 재차 고개를 든다. 국민의힘에서는 "특검이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채 흠집내기용 기소를 밀어붙였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설계하고 특검이 집행한 전형적인 하명수사이자 표적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시장이 줄곧 부인해 온 사안을 대납 공모라고 규정하는 억지 논리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의혹의 핵심 고리인 브로커 명씨는 기소하지 않았다"며 "오직 오 시장만을 겨냥한 의도된 짜맞추기 수사"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도 "특검이 법과 양심을 저버리고 민주당 하명에 따라 정해진 슬롯버프를 강행했다. 오세훈 죽이기"라며 "사기범죄자 명태균의 거짓말뿐, 증거도 실체도 없이 공소유지가 힘든 사건에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슬롯버프 이유를 조각조각 꿰어맞췄다. 제대로 된 증거가 단 하나도 없는 무리한 짜맞추기 슬롯버프이며 무죄가 예정된 슬롯버프"라고 항변했다.


특검이 스스로 '슬롯버프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이에 대해 특검 측은 "관련자 진술뿐 아니라 물적·인적 증거를 종합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오 시장을) 기소한 것"이라고 맞섰다. 다만, 공소 유지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결국 이번 기소는 오 시장에게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었다. '명태균 게이트' 논란은 지난 1년 동안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닌 그림자였다. 선거를 앞둔 슬롯버프인에게 이런 의혹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특검이 충실한 증거 없이 기소를 밀어붙였다는 논란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오 시장에게는 탈출구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이 공소유지에 실패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무리한 기소가 확인될 경우 해당 의혹 자체가 '무위(無爲)'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번 기소는 오 시장에게 슬롯버프적 부담이 아닌 반사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 시장에게 가장 치명적인 리스크로 꼽혔던 의혹인 만큼 재판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슬롯버프적 공간은 더 넓어질 것이다.


특검의 기소가 그에게 '전화위복'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슬롯버프적 부담으로 돌아올지는 향후 사법적 판단이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무리한 특검이 가져다주는 슬롯버프적 파장은 언제나 특검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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