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美담당 부상 담화…기존 대미 노선 재확인
'전략적 인내' 국면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인듯
"美측 추가 무료 슬롯시 '강 대 강' 대결 재연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최근 미국 정부가 잇달아 대북 무료 슬롯 조치를 단행하자 "미 행정부가 우리를 끝까지 적대시하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한 이상, 우리 역시 인내력을 갖고 상응하게 상대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북측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 대화 재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은철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우리 국가에 끝까지 적대적이려는 미국의 속내를 다시금 확인한 데 맞게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김 부상은 "미국의 악의적 본성이 또다시 여과 없이 드러났다"며 "새 미 행정부 출현 이후 최근 5번째로 발동된 대조선 단독무료 슬롯는 미국의 대조선정책변화를 점치던 세간의 추측과 여론에 종지부를 찍은 하나의 계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 미 행정부가 상습적이며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또다시 변할 수 없는 저들의 대조선적대적 의사를 재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압박과 회유, 위협과 공갈로 충만된 자기의 고유한 거래방식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언제인가는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미련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북 무료 슬롯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우리의 대미사고와 관점에 아무러한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현 미 행정부의 무료 슬롯 집념은 치유불능의 대조선정책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은 제아무리 무료 슬롯 무기고를 총동원해도 조미 사이에 고착된 현재의 전략적 형세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 가능성은 영(0) 이하라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실패한 과거의 낡은 각본을 답습하면서 새로운 결과를 기대하는 것처럼 우매한 짓은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사실상 '무료 슬롯가 계속되는 한 대화는 없다'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북 대화를 시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미 행정부의 무료 슬롯 지속에 불만을 드러내며 '전략적 인내' 국면으로 돌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담화는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고,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외무성 부상이라는 실무진이 반응했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기보다는 절제적인 표현을 썼다"고 분석무료 슬롯.
앞서 미 재무부는 4일(현지 시각) 북한 정권의 사이버 범죄 자금 세탁에 관여한 북한 국적자 8명과 기관 2곳을 무료 슬롯 대상에 새로 지정했다. 전날 미 국무부도 북한산 석탄·철광석의 제3국 선박을 통한 대중 수출에 연루된 화물선 7척을 유엔 무료 슬롯 대상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무료 슬롯 압박 카드를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상응하게 상대해 줄 것이라는 표현은 기존의 비례적 '강 대 강' 정면 대결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미국 측의 추가 무료 슬롯가 이뤄질 경우 북미간 강 대 강 대결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고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기 전까지 버틸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라며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밝혔듯이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인식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미국의 대북독자무료 슬롯를 짚고 넘어가되, 북미 최고지도자의 개인적 친분과 향후 북미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양국 간의 상황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세지를 내포한다"며 "대북무료 슬롯는 적대시 정책이므로 동 정책의 포기 없이는 대화가 쉽지 않다는 명분이 축적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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