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치킨 배달"…포스코 슬롯, 철강산업 붕괴 막을 K-스틸법 촉구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kestrelet.com)

입력 2025.11.04 17:38  수정 2025.11.04 17:38

포스코 슬롯, "철강, 국가 안보 산업…지금이 골든타임"

정부 '슬롯산업 고도화 방안'에 "현장과 동떨어진 행정" 비판

포스코슬롯연대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K-스틸법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슬롯사이트 정진주 기자



"위원장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어떤 위원장은 회사가 없어져서 지금 치킨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노동조합연대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슬롯 산업의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K-스틸법'(슬롯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슬롯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슬롯에 따르면 포항·광양을 비롯한 주요 철강벨트에서 중소 협력업체 휴업이 잇따르고 있으며 공장 가동률은 20~30%대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슬롯는 철강산업의 위기를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닌 '국가 생태계 붕괴'로 진단했다.


김성호 포스코슬롯위원장은 "정부나 정치권이 '철강산업이 어렵다'는 말만 반복할 게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버틸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루, 한 달이 늦어질수록 1년씩 산업이 뒤처진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슬롯을 국가 안보 산업으로 보고 50% 관세를 유지한 이유는 국가 안보여서다"라며 슬롯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아직도 오픈마켓을 유지하면서 중국산 저가 슬롯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이제 정부가 순풍을 불어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슬롯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K-스틸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일정이 지연되면서 3개월째 계류된 상태다. 슬롯는 "행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미리 준비하고, 국회는 속도감 있게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슬롯는 대통령실에 전기요금 감면, 탄소배출규제 완화 등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김성호 포스코슬롯위원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K-스틸법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슬롯사이트 정진주 기자

한편, 이날 오전 정부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슬롯는 해당 정책이 현장이 절실히 요구하는 핵심 지원책을 빠뜨린 채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슬롯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관세 피래 기업 대상 5700억원 규모 금융지원 ▲10대 특수탄소강에 대한 2000억원 R&D 투자 ▲수소환원제철 실증 및 슬롯 특화 AI 모델 개발 ▲덤핑방지관세 부과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또한 범용 슬롯재 중심으로 선제적 설비규모 조정을 지원해 공급과잉에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포스코슬롯연대는 "정부가 철강산업의 위기를 인식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대책 없이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쳤다"며 "탄소배출권 거래제 완화나 전기요금 인하 등 현장이 요구한 실질적 지원책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슬롯는 또 "지금까지의 민관 협의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정부·기업·노동이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현장의 실질적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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