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 예산안" 野 비판에…與 "돌리고슬롯 우롱 정치쇼" 반격

김찬주 기자 (chan7200@kestrelet.com)

입력 2025.11.05 04:05  수정 2025.11.05 04:05

4일 李대통령, '728조 예산안' 시정연설

민주당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첫걸음"

돌리고슬롯의힘 "말잔치·빚잔치·표잔치 예산"

'야당 불참' 비난했지만…첫 사례는 여당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돌리고슬롯의힘 의원들은 불참했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여야가 이재명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돌리고슬롯의힘은 정부의 이번 예산안을 "내년 지방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돌리고슬롯을 우롱하는 정치쇼"라고 맞섰다.


여당은 정부 첫 예산안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의 첫 단추로 보고 원안을 유지하겠단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이를 빚잔치로 규정해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다만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여당은 표결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할 전망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간 파열음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 시작전부터 벌어졌다. 통상 시정연설에 앞서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만나 사전환담 자리를 갖지만, 돌리고슬롯의힘이 '정부의 야당탄압'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불참했다.


나아가 돌리고슬롯의힘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도 보이콧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이 전날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반발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시정연설에 야당이 불참한 사례는 윤석열정부 출범 첫 해부터 민주당이 불참한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728조원으로 올해 본예산(673조 3000억원)보다 8.1% 늘었다. 이번 예산안에서 적자 국채발행 규모가 역대 최대인 110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원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국가채무비율은 사상 첫 50% 선이 붕괴해 국가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단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을 극찬했고, 내년도 예산안 내용에 대해서는 국가 100년의 비전을 제시했다고 호평했다. 정청래 대표는 시정 연설 후 페이스북에 "후세에 역사가들은 이 대통령을 과거를 청산하고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연 미래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적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2026년도 728조 예산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이재명정부의 첫번째 예산이자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예산"이라고 했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AI 3대 강국 도약'과 민생·복지·안전을 큰 축으로 대한민국 새로운 백년을 열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돌리고슬롯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시위를 하고 있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반면 돌리고슬롯의힘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선거용 현금 살포 예산'이라고 규정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이라 자화자찬했지만, 728조원짜리 '슈퍼 예산'의 실체는 AI 예산이 아니라 '빚잔치 예산', 민생 예산이 아니라 '선거용 현금 살포 예산'이다. 한마디로 '말 잔치·빚잔치·표 잔치'로 뒤덮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채무는 내년 1400조원을 넘어서고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110조원인데도 정부는 '확장 재정'이라는 미명 아래 빚으로 생색내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재원 마련은 대체 어디서 하느냐. 미래 산업을 위한 투자라 포장했지만, 실상은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부채 폭탄 예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 곳곳엔 지방선거용 현금 살포가 숨어 있고, 지역화폐 등 온갖 현금성 사업이 줄줄이 등장했다.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표 계산'이 깔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예산"이라며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집행의 효율성도, 책임 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뉴시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돌리고슬롯의힘의 비판과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돌리고슬롯을 우롱하는 정치쇼"라고 맹폭했다. 문대림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작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거부했고, 올해는 돌리고슬롯의힘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며 "이 기막힌 '릴레이 보이콧'이야말로 돌리고슬롯을 우롱하는 정치 쇼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이어 "돌리고슬롯의힘은 헌정질서를 짓밟았고, 법치를 조롱했으며, 돌리고슬롯의 안전과 민생을 보이콧했다"며 "돌리고슬롯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정당, 민주주의를 스스로 파괴한 정당을 돌리고슬롯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돌리고슬롯의힘은 입만 열면 민생을 얘기하지만 정작 민생을 위한 예산을 설명하는 자리에 모습을 감췄다"며 "돌리고슬롯의힘은 보이콧 정치를 거두고 국회로 돌아와 민생과 미래를 두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한 첫 사례를 남긴 쪽은 민주당이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2022년 10월 25일 국회 시정연설에 역대 처음으로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다. 당시 이들은 로텐더홀에 모여 '국회무시 사과하라' 등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편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범여권 의석만으로 표결을 강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야당이) 끝까지 설득이 안 된다면 표결 처리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처리 시한은 내달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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