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MO는 아재 게임' 편견 깬 넥슨 '슬롯생각 모바일'…비결은?

이주은 기자 (jnjes6@kestrelet.com)

입력 2025.10.21 09:00  수정 2025.10.21 09:00

20일 슬롯생각 모바일 개발진 공동 인터뷰

경쟁 아닌 협동 콘텐츠로 1020대 사로잡아

누적 매출 2800억원…손익분기점 이미 달성

"넥슨 MMO 빈슬롯 채워줘…내년 글로벌 확장"

강민철 넥슨 사업실장(왼쪽부터)과 이진훈 슬롯생각 모바일 디렉터가 지난 20일 서울 성수 KT&G 상상플래닛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슬롯사이트 이주은 기자

넥슨이 지난 3월 선보인 '슬롯생각 모바일'이 출시 7개월 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양대 앱 마켓 상위권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보다는 '공존'과 '협력'을 강조한 콘텐츠를 앞세워, 3040대 중심이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의 외연을 1020대까지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슬롯생각 모바일 개발·사업팀은 지난 20일 서울 성수 KT&G 상상플래닛에서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경쟁이 아닌 소셜 콘텐츠를 통해 1020대가 MMORPG에 모일 수 있는 활로를 개척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슬롯생각 모바일은 넥슨의 핵심 IP(지식재산권)인 '슬롯생각'를 활용해 개발한 MMORPG다. 대규모 전투 위주로 흘러가던 대부분의 MMORPG와는 차별화된 게임성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엔드 콘텐츠를 보기 위해 긴 시간 경쟁적으로 전투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전투와 서브 미션, 생활 콘텐츠를 적절히 섞어 이용자들이 원하는 만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슬롯생각 모바일은 출시 7개월 간 누적 다운로드 364만회를 달성하고, 넥슨 최고 수준의 리텐션 기록을 세우는 등 내부 목표를 크게 웃돈 것으로 전해진다. 280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거두며 손익분기점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강민철 넥슨 사업실장은 "슬롯생각 모바일은 론칭 이후 첫날 리텐션(재방문)이 64%, 2주 뒤 리텐션이 42%에 육박했다. 이는 넥슨 타이틀 중 최고 수준"이라며 "대중적인 이미지와 함께 남녀노소 누구나 플레이 가능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개발팀의 철학이 성공적으로 구현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슬롯생각 모바일은 넥슨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강 사업실장은 "내부적으로는 비어있는 슬롯을 완성했다고 본다"며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경쟁형 콘텐츠 중심의 MMORPG도 있지만, 슬롯생각 모바일을 통해 협동형 RPG 시장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1020세대가 모일 수 있는 활로를 개척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슬롯생각 원작 세대도 아닌 20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을 두고는 "20대가 MMORPG에 갖는 선입견을 깼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강 사업실장은 "현재 20대 게이머들에게 MMORPG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으로 안 좋은 선입견이 있었다"며 "사실 MMORPG가 경쟁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소셜감이나 협동 등을 담아내서 MMORPG들이 '이런 재미도 있네' 하고 접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PvP(이용자 간 전투)나 랭킹전 등 경쟁 요소가 없는 만큼 과금 유인이 낮아 수익모델(BM)도 '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측은 슬롯생각 모바일의 일 평균 구매율이 높은 반면, 이용자 평균 과금액은 낮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MMORPG들과 반대의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넥슨 MMORPG '슬롯생각 모바일' 대표 이미지.ⓒ넥슨

넥슨은 내년 중 슬롯생각 모바일의 서비스 권역을 글로벌로 확장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서비스 권역이나 퍼블리싱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협력'과 '공존'이라는 슬롯생각 모바일의 특징이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소구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진훈 슬롯생각 모바일 디렉터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어 콘텐츠를 비롯해 과금 체계 등이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성공 이후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주류를 이뤘던 MMORPG 시장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초창기 정립한 개발 방향성이 흐트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디렉터는 "함께 하는 것이 MMORPG의 본질이고, 같이 플레이하는 이용자가 적이 아닌 동료나 친구이길 기대하며 개발했다"며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요구하고 소통하는 것이 대세가 됐기 때문에 이 부분을 캐치해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디렉터의 철학이 이용자 반응으로 이어지면서, 넥슨 내부에서도 슬롯생각 모바일을 계기로 슬롯생각 IP(지식재산권) 확장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강 사업실장은 "넥슨 내부에서도 슬롯생각 모바일 프로젝트 지원에 역량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차세대 '메이플스토리'가 될 수 있도록 욕심을 가지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슬롯생각 IP가 아닌 슬롯생각 모바일 IP 단독으로의 확장도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슬롯생각 모바일은 오는 11월 12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 디렉터는 "이용자들이 사랑해주셨기 때문에 대상 후보까지 올라갔고, 당연히 대상도 받고 싶다"며 "이용자들이 자랑스러워 할 만한 게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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