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레전드 40'에서 2위에 오른 슬롯 머신 사이트(왼족)과 6위에 오른 장효조의 일러스트 ⓒKBO

야구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50대 이상이라면 야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타격의 달인' 장효조(張孝祚·1956~2011)와 ‘무쇠 팔’ 슬롯 머신 사이트(崔東原·1958~2011)을 기억하리라. 이들은 공교롭게도 2011년 9월 7일과 14일, 불과 일주일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후대가 새겨 볼 파워풀한 독종 근성을 지녔기에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두 사람이다.

슬롯 머신 사이트과 장효조는 근면과 성실, 열정과 집념으로 상징되는 ‘70~80년대 산업화 시대의 모델 한국인’이다. 두 사람은 하드워크(Hard work)의 대명사였고 완벽주의자였다. 절대 지기 싫어하는 승부 근성으로 다른 선수들이 경악할 정도의 연습 벌레였다. 사석에서는 속이 여리지만, 경기장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눈에서 레이저 빔을 뿜었다. 요즘처럼 선수가 경기장에서 농담을 주고받으며 실실 웃다니, 가당치도 않았다.

1970~80년대 한국 사회는 근면·성실·열정·집념 같은 덕목이 우러름을 받았다. 그런 덕목으로 독종 근성을 발휘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진입슬롯 머신 사이트. 물론 요즘 자신의 권리와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보면 “뭔 꼰대 같은 소리여”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열정과 집념 없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법칙을 인정한 뒤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한국 야구사에 수많은 투수가 있지만, 슬롯 머신 사이트을 첫손에 꼽는 이유는 남다른 독종 근성 때문이다. 슬롯 머신 사이트은 경남고 2학년인 1975년 우수 고교 초청대회에서 강호 경북고를 노히트노런으로 이기면서 주목받았고, 당시 생소한 ‘50만원 어깨보험’에 가입해 화제를 모았다. 고3 때는 청룡기 대회 승자결승전에서 군산상고에게 20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선발투수가 공 100개만 던져도 어깨 다칠까 봐 교체하기 바쁘고 적어도 4~5일의 휴식은 준다. 하지만 슬롯 머신 사이트은 고교·대학·실업·프로 내내 거의 매일 마운드에 올라도 불평한 적이 없다. 1983년 롯데자이언츠에 입단한 그는 1987년까지 매 시즌 200이닝 이상을 던지며 무쇠 팔을 과시했다.

특히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혼자 4승(1패)을 챙기는 괴력을 발휘했다. 1차전(9.30) 완봉승, 3차전(10.3) 완투승, 5차전(10.6) 완투패, 6차전(10.7) 5이닝 구원승, 7차전(10.9) 완투승. 한국 야구사를 빛낸 초인적 기록이다. 당시 5차전과 7차전을 잠실에서 직접 관람했던 필자는 극한의 피로에도 괴력을 발휘하는 슬롯 머신 사이트의 독기(毒氣)가 무섭기까지 했다. 슬롯 머신 사이트은 당시 인터뷰에서 “7차전 때는 아침에 못 일어날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날도 선발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권유로 마운드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를 끝낸 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코에서 피를 쏟았다”라고 밝혔다. 오른손 둘째손가락에는 하얀 본드가 발라져 있었다. 살인적인 연투(連投)로 인해 잘려 나간 손톱을 임시로 붙여 놓았다.

1987년 5월 16일 롯데 슬롯 머신 사이트과 해태 선동열은 15이닝씩을 던지며 2대2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는 영화 ‘퍼펙트게임’의 소재가 되었다. 당시 슬롯 머신 사이트은 209개, 선동열은 235개를 던졌다. 선동열은 5월 말까지 쉬었을 정도로 후유증이 컸으나, 슬롯 머신 사이트은 사흘 뒤 멀쩡하게 마운드에 올라 완투승·완봉승을 거두었다. 슬롯 머신 사이트이 프로 생활 8년간 남긴 통산 성적은 103승74패26세이브, 방어율 2.46이다.

그는 마운드에서 자신의 '업무'를 시작하는 자세가 진지했다. 무슨 제의(祭儀)라도 치르듯 로진백, 양말, 금테안경, 모자챙을 차례로 만지고 나서야 공을 던졌다. 왼팔과 왼발을 다이내믹하게 휘두르고 내디디는 슬롯 머신 사이트의 피칭은 팬들에게 시원함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2013년 발행된 추억의 인물 장효조(왼쪽)와 슬롯 머신 사이트 우표 ⓒ 우정사업본부.

슬롯 머신 사이트의 주무기는 시속 155㎞ 정도까지 나오는 강속구와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였다. 가끔 그는 시속 50㎞ 정도 되는 아리랑 볼을 던져 타자를 농락했다. 심리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었다. “네가 감히 내 공을 쳐? 이 아리랑 볼이나 쳐 봐”하는 느낌이었다. 경남고 3년 선배인 김용희 롯데자이언츠 퓨처스 감독은 “평소 얌전하고 예의 바른 동원이가 마운드에만 오르면 카리스마 넘치게 돌변해 타자를 압도했다”라면서 “우리 야수들은 동원이의 그런 모습이 참 든든했다”고 회고했다.

슬롯 머신 사이트이 잘 던지는 비결은 피나는 연습에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학교에서 하루 400개의 투구 연습을 했고 괴정동 집에 오면 미니 연습장에서 다시 보충 피칭을 했다. 하체의 힘과 균형감을 키우기 위해 집에서는 스파이크가 아니라 바닥이 꽤 미끄러운 운동화로 갈아 신고 공을 던졌다. 공 1개 차이로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던진다는 칼날 제구력은 그때 완성되었다. 또 매일 10㎞씩 부산 시내 도로를 뛰는 것은 물론, 경기가 끝나도 마무리로 늘 몇km를 뛰었다. 라이벌인 선동열은 “경기를 마치면 나는 피곤해서 쉬는데 동원이 형은 꼭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서야 집으로 갔다”라고 감탄했다.

장효조도 독종 근성에서 슬롯 머신 사이트에게 뒤지지 않는다. 장효조는 1983년 1월 프로 데뷔를 앞두고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부챗살 타법을 선보이겠다. 그러자면 체력을 충전시켜야 한다. 하루 1000개 휘두르는 스윙을 500개나 더 늘렸다”라고 말했다. 요즘 하루 1500개를 연습하는 현역 선수가 있을까.

슬롯 머신 사이트는 1992년 은퇴할 때까지 네 번의 타격왕(1983, 1985~1987)과 한 번의 MVP(1987), 최다안타 1위(1983), 출루율 1위(1983~1987, 1991), 골든글러브 5회(1983~1987)를 각각 기록했다. 경이로운 성적이다. 통산 타율 0.330으로 이정후 이전에는 누구도 깨지 못했다.

슬롯 머신 사이트는 1973년 대구상고 2학년 때 전국대회 3관왕을 이끌며 스타가 되었고 ‘안타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양대에 진학해서도 계속 빛을 발했다. 1976년 백호기 대회에서는 0.714라는 만화 같은 타율로 타격왕이 되었다.

비결은 역시 지독한 연습이었다. 중학교 시절 150cm의 작은 키 때문에 열등감이 심했다. 그는 작은 체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수만 번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도 짧게 쥐었다. 고교 시절에는 빈 교실에서 배트 20번 휘두르고 선 하나 그으면서 ‘바를 정(正)’자를 수십 개 그렸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 미친 듯 스윙 연습하다가 막차를 놓치면 교실에서 갈탄을 피워 놓고 자기도 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터졌으나 그의 집념을 막지는 못했다. 동시에 근력을 키웠다. 덩치 큰 선수도 혀를 내두르는 140kg 벤치프레스를 척척 들어 올리는 놀라운 괴력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덕분에 스윙 스피드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리고 공에 새겨진 브랜드 로고까지 볼 정도로 정교해졌다. 당시 “슬롯 머신 사이트가 안 치면 볼”이라는 말이 나돌았는데 헛소리가 아니었다.

프로 시절에도 라커룸에서 속옷만 입고 4시간 스윙 연습을 하는가 하면, 배트박스에 한 번 서면 100번을 쉬지 않고 스윙슬롯 머신 사이트. 집에는 마치 무사(武士)처럼 수십 개의 배트를 걸어놓고 정성껏 관리슬롯 머신 사이트.

슬롯 머신 사이트의 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삼성라이온즈 후배인 홈런왕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은 “슬롯 머신 사이트 선배와 야간 특훈을 하면서 누가 더 연습을 많이 하는지 선의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그의 타격을 옆에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예술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슬롯 머신 사이트과 장효조의 독종 근성을 야구 외의 분야에 적용해보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 슬롯 머신 사이트과 장효조와 같은 독종 근성을 발휘했다가는 꼰대 취급받든지 아니면 약간 시대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주 52시간제를 통해 더 오래 근무하겠다는 사람들조차 일하지 못하게 막는 불량 정책을 강제하고 있고, 대한민국 전체가 이런 분위기에 안주하고 있다.

그러면 “열심히 더 일하자”라는 소리는 과연 고리타분한 메시지일까. 최첨단 AI(인공지능) 분야를 주도하는 미국 엔비디아를 보자. 요즘 언론에서 가끔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를 르포 취재한다. 심야든 새벽이든 불이 켜져 있고 일하는 직원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는 “우리가 망할 때까지 30일 남았으며, 매 순간 우리는 파산 직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아침에 눈 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주 7일 일한다”고 태연하게 말한다. 젠슨 황은 중국의 경쟁자들이 바로 턱밑까지 추격슬롯 머신 사이트는 위기감에다 세상을 바꾼다는 자부심으로 밤낮없이 근무한다고 강조슬롯 머신 사이트. 대단한 독종 근성이다. 중국의 화웨이 같은 경쟁업체들이야 두말할 필요 없이 24시간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고 심야 회의도 수시로 열린다.

한국은 AI 전쟁에서 명백한 후발주자이고 주요 업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배부른 표정이다. 독기가 사라졌다. 재계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업종의 기업들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사정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예전 슬롯 머신 사이트과 장효조가 보여주었던 독한 승부 근성이 새삼 그립다. 지금 한국경제에는 바로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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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홍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