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아에서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전세기를 타고 18일 수갑을 찬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날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송환된 이들은 모두 천으로 가려진 수갑이 채워졌다. 송환자 대부분은 남성이었으나 여성도 일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 모자 등을 동원해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었다. 피의자 1명당 경찰관 2명이 양쪽 팔을 붙잡고 연행했다.
이들은 범죄단지 구금 피해자면서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피싱 등 범죄를 저지르며 공범 및 가해자인 상황이다. 경찰 호송차에 탑승하던 이들은 기자들 질문에 전혀 답변하지 않았다. A4 종이나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피의자도 있었다. 일부 피의자는 반팔·반바지 밖으로 드러난 몸을 덮은 문신이 보이기도 했다.
국적법상 국적기 내부는 대한민국 영토여서 전세기에서 체포영장은 즉각 집행됐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수갑을 채우고 양옆에 형사들이 앉았다. 송환자들은 전세기에서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먹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포크·나이프 등 날카로운 식기류가 필요 없는 음식 제공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송차 주변에는 소총을 든 경찰 특공대원들이 도열했고, 공항 곳곳에 경찰 기동대원들이 배치됐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호송 행렬에 욕설을 하며 달려들었지만, 경찰이 제지하면서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호송차 탑승은 약 35분 만에 마무리됐다. 새벽부터 대기하던 호송용 승합차 23대는 피의자들을 태우고 차례로 출발했다. 이들은 △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경찰청 15명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김포경찰서 1명 △원주경찰서 1명 등으로 분산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웬치'로 불리는 슬롯사이트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스캠 등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이들 중 59명은 슬롯사이트아 당국의 사기 단지 검거 작전 때 붙잡혔고, 나머지 5명은 스스로 신고해 범죄단지에서 구출됐다.
한국 범죄자들을 해외에서 전세기로 집단 송환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한 국가에서 한 번에 송환하는 기준으로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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