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보석 대신 이례적인 슈퍼슬롯취소 청구…왜? [법조계에 물어보니 615]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있다.ⓒ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슈퍼슬롯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에 슈퍼슬롯 취소를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보석 대신 슈퍼슬롯 취소를 청구한 게 이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보석은 일단 슈퍼슬롯 자체는 수긍한다는 전제 아래 임시로 슈퍼슬롯 상태에서 풀어 달라는 취지인 반면, 슈퍼슬롯 취소는 실질적으로 슈퍼슬롯 자체가 처음부터 위법, 부당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자신의 슈퍼슬롯이 부적법하다는 윤 대통령 주장의 연장선에 있고, 슈퍼슬롯취소 청구가 기각되면 향후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 슈퍼슬롯 취소 청구서를 냈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슈퍼슬롯 취소 청구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슈퍼슬롯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이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등의 청구에 의해 슈퍼슬롯을 취소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슈퍼슬롯 사유가 없는데도 슈퍼슬롯했음이 판명된 경우나 슈퍼슬롯 사유가 사후적으로 소멸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졌다는 등의 사유를 들 수 있다.

법원의 슈퍼슬롯 취소 결정에 대해서는 검사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슈퍼슬롯 취소 후라도 새로 슈퍼슬롯 사유가 생길 경우 다시 슈퍼슬롯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입장해 있다.ⓒ연합뉴스

법조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슈퍼슬롯이 위법하다고 주장해 온 윤 대통령 측에서 바로 보석을 청구하면 슈퍼슬롯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먼저 슈퍼슬롯 취소를 청구했다고 봤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보석은 일단 슈퍼슬롯 자체는 수긍한다는 전제 아래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임시로 슈퍼슬롯 상태에서 풀어달라는 취지인 반면 슈퍼슬롯 취소는 실질적으로 슈퍼슬롯 자체가 처음부터 위법, 부당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보통 형식적으로는 이후 슈퍼슬롯 사유가 없거나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무래도 윤 대통령의 슈퍼슬롯 주체나, 절차가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여러 의문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석이 아닌 슈퍼슬롯 취소를 주장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슈퍼슬롯이 위법하다고 주장해 온 윤 대통령 측에서 바로 보석을 청구하면 슈퍼슬롯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모양새가 이상해진다. 슈퍼슬롯 취소 청구가 기각되면 향후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슈퍼슬롯 취소는 애초부터 슈퍼슬롯이 부적법하거나 필요성이 없어졌을 경우 슈퍼슬롯 자체를 취소하는 제도"라며 "반면 보석은 슈퍼슬롯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보증금 납부 등과 같은 조건을 부과해 슈퍼슬롯 상태에서 석방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 측은 슈퍼슬롯기간 연장이 불허되기 전부터 슈퍼슬롯이 부적법하다는 주장을 계속해 오지 않았느냐. 그 주장의 연장선 같다. 슈퍼슬롯 취소 청구가 불허돼도 또다시 보석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슈퍼슬롯 취소가 되면 다시 슈퍼슬롯할 때 새로운 슈퍼슬롯영장이 발부돼야 하지만 보석의 경우에는 기존 슈퍼슬롯영장의 효력으로 다시 슈퍼슬롯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측이 슈퍼슬롯 취소를 청구한 이유는 '슈퍼슬롯의 사유 자체가 없다', 즉 슈퍼슬롯 자체가 정당성이 없다는 주장을 강조하면서 무조건적인 석방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슈퍼슬롯 취소와 보석은 별개의 제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슈퍼슬롯 취소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보석 청구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