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기 드문 자연 같은 존재"
2018년 5월21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석한 제시 슬롯무료 목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던 제시 슬롯무료 목사가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족은 성명을 통해 17일(현지시간) 슬롯무료 목사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아버지는 우리 가족뿐 아니라 전 세계의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 목소리 없는 이들을 섬기는 지도자였다”고 밝혔다. 슬롯무료 목사는 2017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투병해 왔다.
슬롯무료 목사는 미국의 대표적 인권 지도자였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끈 1960년대 민권운동 시절부터 미국 흑인과 소외계층의 권익 향상에 앞장서왔다. 킹 목사의 열렬한 추종자로, 1968년 그가 암살됐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후 인종차별 철폐와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한 그는 1971년 슬롯무료 민권 단체 오퍼레이션 푸시를 설립했고, 1984년에는 여성과 성소수자 권익까지 아우르는 전미 무지개 연합을 창립했다. 두 단체는 1996년 레인보우푸시연합(RPC)으로 통합돼 미국 내 소외계층을 폭넓게 대변하는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인종과 성, 종교를 넘어 연대를 강조한 ‘무지개 연합’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대선 승리를 가능하게 한 정치적 토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슬롯무료 목사는 2023년 RPC 회장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50년 넘게 단체를 이끌며 인권운동에 헌신했다. 공식적인 직함은 없었지만 시리아와 쿠바, 이라크, 세르비아 등 해외에 억류된 미국인과 타국인들의 석방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1984년과 198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해 흑인 유권자와 백인 자유주의자의 지지를 얻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비록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흑인 정치인의 대권 도전을 현실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말년에도 그는 흑인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2022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를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당시 슬롯무료 목사는 경찰의 과잉 진압을 강하게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투르스소셜을 통해 “나는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그를 잘 알았다”며 “그는 강한 개성과 투지, 실용적 지식을 지닌 좋은 사람이고 매우 사교적이며 진정으로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롯무료는 그 이전에도 보기 드문 자연 같은 존재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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