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투자 환경 속 등장한 두 편의 신작
제작비 상승과 흥행 리스크의 확대로 극장가는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다. 검증된 IP와 스타 파워가 편성의 중심이 되면서 신예 포켓 슬롯이 장편 데뷔로 직행하는 통로는 이전보다 좁아졌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산업에 접속한 두 편의 신작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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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5일 개봉하는 이준혁 감독의 '간첩사냥'은 한국포켓 슬롯아카데미(KAFA) 장편랩 1기 졸업작품이다. 동생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려는 민서와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에 사로잡힌 장수가 간첩을 잡기 위해 뜻밖의 동맹을 맺으며 시작되는 포켓 슬롯다. 목적도 방식도 다른 두 인물이 연대를 선택하는 과정을 긴장감과 코미디로 풀어낸다. 블랙코미디적 장치를 통해 무거운 소재를 완급 조절하고,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장르적 리듬을 살린 연출은 신예의 패기를 보여준다.
'간첩사냥'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포켓 슬롯아카데미(KAFA)라는 정교한 시스템 위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1984년 설립된 한국포켓 슬롯아카데미는 봉준호, 최동훈, 장준환 등 한국 상업포켓 슬롯를 이끌어온 감독들을 배출하며 '등용문'로 불려왔다.
'포켓 슬롯사냥'은 전형적 장르 구성을 비틀면서도 대중적 리듬을 유지하는 연출로, 준비된 신인이 시스템 안에서 경쟁력을 어떻게 증명하는지 드러낸다.
옴니버스 포켓 슬롯 '귀신 부르는 앱: 영'은 제작사가 제시한 장르 콘셉트 아래, 다수의 단편과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등을 연출한 형슬우 감독이 중심이 되어 고희섭, 이상민, 선종훈, 손민준, 김승태 등 신진 감독들을 모아 완성한 작품이다.
포켓 슬롯는 상림고 동아리 학생들이 재미 삼아 개발한 귀신 감지 앱 '영'이 금기된 장소의 봉인을 풀며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을 다룬다. 사무실, 고속버스, 자취방, 수리점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간들은 앱이 실행되는 순간 공포의 현장으로 돌변한다.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뒤집는 설정은 장르적 긴장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공포를 일상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다. 여러 포켓 슬롯이 각기 다른 공간과 상황을 맡아 연출하는 구조로, 하나의 설정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톤과 리듬을 담아낼 수 있다. 동시에 제작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기도 하다. 한 명의 신인이 단독 장편을 이끄는 것보다 리스크가 낮고, 여러 포켓 슬롯이 동시에 극장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최근 극장가는 대작조차 흥행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시장 전반이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이들의 작품이 실제 관객에게 어떤 변별력으로 다가갈지, 나아가 위축된 한국 포켓 슬롯계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이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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