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우리가 낼게"…美도 줄서는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효성중공업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2.05 12:35  수정 2026.02.05 12:35

AI·재생에너지 수요에 초고압 변압기 공급자 우위

미국 전력망 투자 사이클 속 한국 기업들 수혜

관세 전가에도 美 수입업체들 물량 확보 경쟁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 변압기 공장 전경.ⓒ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에너지 전환이 맞물리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공급 주도권을 쥐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까지 감수하겠다는 수입업체들이 등장하며 거래 구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전력기기 업계에 따르면 초고압 변압기와 송·변전 설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이 글로벌 전력망 투자 사이클의 수혜자로 부상했다.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은 내년 미국 수출 물량부터 변압기에 부과되는 관세 전액을 판매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생산한 변압기를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상호관세와 파생상품 관세 등을 포함해 18~20%의 관세가 붙지만 글로벌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미국 수입업체들은 가격 인상에도 물량 확보를 우선하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유사한 환경을 맞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처럼 공급 부족이 장기화된 품목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에서도 관세 비용이 고객 측에 전가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증설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송·변전 인프라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대 765킬로볼트(kV)에 달하는 초고압 변압기는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여 장거리 송전에 유리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연계 송전에 필수 설비로 꼽힌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도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미국 내 변압기의 상당수가 2000년 전후 설치돼 교체 시기에 접어든 데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따라 송·변전 설비 투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 여기에 보안 이슈 등으로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배제된 시장 구조 역시 한국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 확대는 쉽지 않다. 초고압 변압기는 수작업 공정 비중이 높고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데 길게는 10년 이상이 걸린다. 공장을 증설하더라도 품질 인증과 납품 실적이 쌓여야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해 단기간 공급 확대가 어렵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납기와 품질을 우선하는 발주 환경이 굳어지고 있다.


로아 캐릭터 슬롯중공업 창원공장이 지난달 7일 초고압 변압기 누적생산 10조원 돌파 기념식을 개최한 모습.ⓒ로아 캐릭터 슬롯중공업

이런 환경 속에서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수주 확대에 힘입어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795억원, 영업이익 995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2.8%, 46.8% 증가했다. 효성중공업 역시 매출 5조9685억원, 영업이익 747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국내 전력기기 주요 업체들이 나란히 실적 고점을 경신한 셈이다.


미국 시장의 전력기기 수요 확대는 수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선·변압기 등 전력기기 수출액은 71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장기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고전압 변압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 226억 달러에서 2034년 434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2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 멤피스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미국 최대 규모로 증설할 계획이다.


기술 경쟁력 강화도 병행되고 있다. 로아 캐릭터 슬롯일렉트릭은 유럽 시장에서 친환경 변압기 비중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폭발 방지 기능과 전력 안정성을 강화한 특수 변압기 공급을 늘리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소수 기업이 과점해온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제품 가격은 꾸준히 인상되고 있으며 판매량도 증가세를 유지 중”이라며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의 리드타임(주문 후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5년까지 늘었고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도 18개월 이상 소요되는데, 데이터센터 설계 단계의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리드타임은 이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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