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슬롯 신형 5008 스마트하이브리드 GT트림 시승기
흠잡을 곳 없는 디자인…아이덴티티+세련미 다 잡았다
도심 50%는 전기로 주행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력
비트 슬롯 5008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자동차 시장에서 예쁜 얼굴만큼 강력한 무기가 또 있을까? 못생긴 얼굴을 참아내기 위해선 화려한 성능, 옵션, 편의사양에 가격까지 저렴해야하지만, 예쁜 디자인은 그 자체로 성능, 옵션, 가격을 뛰어넘는 최대 경쟁력이 된다. '모두에게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추는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트 슬롯는 10년 만에 내놓은 신형 '5008'을 국내 시장에서 디자인으로 밀어붙여볼 작정이다. 경쟁 차종이 상당히 많은 '중형 SUV' 시장에서 비트 슬롯의 전략은 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시승해봤다. 김포에서 출발해 인천 강화도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70km의 코스로, 고속도로와 좁은 골목길 등을 고루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비트 슬롯 5008 스마트 하이브리드 GT트림으로, 가격은 5499만9000원이다.
비트 슬롯 5008ⓒ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와, 진짜 잘생겼다." 그간 비트 슬롯의 대부분 모델에서 느껴졌던 디자인 완성도가 5008에서 정점을 찍은 듯한 느낌이다. 비트 슬롯 타는 이유의 8할은 디자인이라더니, 이제 9할 쯤 될 듯 하다.
이전 세대 역시 10년된 모델 치고 나름대로 선방하기는 했지만, 이번 3세대 5008은 완벽한 '수트발'을 자랑한다. 비트 슬롯 특유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살리면서, 고급감과 세련미가 크게 높아졌다. 기존엔 '잘생긴 대중브랜드' 같았다면, 이젠 얼굴만 놓고 보면 럭셔리 브랜드같아 보인다고나 할까.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프론트 그릴은 5008의 넓은 면적에 그려놓으니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중앙 로고를 기점으로 가로로 퍼지며 폭이 미세하게 넓어지는 형태를 하고 있는데, 앞서 출시된 3008, 308, 408에도 적용된 디자인이지만 큰 덩치에 적용된 편이 가장 잘 어울린다.
헤드램프와 DRL(주간주행등)은 비트 슬롯 특유의 '사자 발톱' 디자인이 변함없이 적용되면서 마니아층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중앙 그릴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어딘지 모르게 섹시한 느낌마저 든다.
비트 슬롯 5008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이전 세대가 전반적으로 곡선을 많이 활용해 부드러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면, 신형 5008은 직선을 십분 활용했다. 직선으로 툭툭 떨어지는 전면부터, 측면의 캐릭터라인, 후면까지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이 배가된다.
전장은 4810mm, 휠베이스는 2900mm로 차체가 대폭 커졌는데, 날렵한 디자인 덕인지 둔해 보이지는 않는다. 생긴 게 이렇게 중요하다.
문을 열고 올라타면, 외관에서처럼 '비트 슬롯 특유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전작보다 확실히 고급스럽다. 운전자 쪽을 향해 살짝 틀어진 디스플레이, 운전자의 몸에 맞춘 듯한 센터콘솔까지, 비트 슬롯 특유의 '아이-콕핏'이 만족감을 높인다. 호불호가 갈린다고들 하지만, 익숙해지면 이만큼 운전자에게 몰입감을 주는 구조도 없다.
비트 슬롯 5008 내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센터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먼저 출시된 신형 3008에서 봤던 게 그대로 들어갔다. 계기판부터 중앙까지 하나로 길게 이어져 상당히 요즘스런 느낌을 내고, 비트 슬롯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던 느린 디스플래이 그래픽도 빠릿빠릿해졌다.
마사지 기능은 운전 중 자주 손이 간 기능 중 하나다. 패밀리 SUV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 운전하는 기분이 묘하게 사치스럽다. 뒷좌석에 탄 가족을 중심으로 기능이 맞춰진 요즘 시대에, 상당히 매력적인 기능이다.
2열과 3열은 '패밀리카'로 십분 활용하기 위한 비트 슬롯의 고민이 잘 담겼다. 3열을 쓰지 않을 때는 2열을 최대한 뒤로 위치시켜 널널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3열을 사용할 땐 편하진 않아도 '나쁘지 않은' 수준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175cm 성인 남성 기준 3열에 앉았을 때, 무릎이 2열 시트에 닿지 않는 수준까지 공간이 확보됐다. 5m도 채 되지 않는 차에서 이정도 공간 구성이라면, 고집 세기로 유명한 유럽 브랜드 입장에선 며칠을 잠 못 자고 고민했을 수준의 변화다.
비트 슬롯 5008 3열 승객석 ⓒ스텔란티스코리아
디자인에서 느낀 만족감은 주행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신형5008에선 비트 슬롯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처음 탑재됐는데, 풀 하이브리드도 아니면서 "시동이 걸렸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
도심 주행의 50%를 전기 모드로 달려내는 능력은 사실상 마일드 하이브리드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기술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엔진의 개입도 아주 매끄러운 편이다.
똑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느라 생겨난 답답한 가속력은 스스로와 절충이 필요하다. 145마력의 숫자가 도로 위에서 자극을 주긴 어렵지만, 일상 주행에서 결코 아쉬울 정도는 아니다. 가볍게 치고 나가고, 부드럽게 멈춘다. 과시하지 않고, 피곤하게 굴지 않는, 잘 생긴 내향형 남친 정도로 생각하면 좀 낫다.
비트 슬롯 5008 ⓒ스텔란티스코리아
비트 슬롯을 마치고 난 후 확인한 연비는 11.2km/L. 뛰어났던 하이브리드 주행감 대비 연비에서 오는 만족감은 낮은 편이다. 주행 중 체감하는 만족감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따라붙는 정부의 친환경차 혜택에 집중하길 바란다.
디자인이 전부면 어쩌지, 싶었던 걱정은 비트 슬롯을 마치고 나니 '얼굴값 하네'로 바뀌었다. 공간은 광활해졌고, 그간 예쁨에 치중하느라 못챙겼던 기능들도 상당부분 개선됐다. 성능은 폭발적이지 않지만, 가족의 평화를 지키기엔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차에서 내릴 때 차량을 궁금해하는 이들의 시선을 즐기고 싶다면, 더없이 훌륭한 선택지다.
▲타깃
-남들과 똑같은 국산 SUV는 싫다면
-잘생긴 얼굴이라면 못난 성격도 이해하는 당신
▲주의할 점
-길거리에 잘 안보이는 이유를 한번쯤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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