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수도권 6만가구 공급
대책 발표 직후 서울시 비롯 지자체 곳곳 ‘반발’
“협의 없는 일방통행 정책”…정책 동력 약화 불가피
서울 노원구 태릉CC 전경.ⓒ뉴시스
시큐리티 슬롯가 지난달 29일 사실상 두 번째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문어게인’(문재인 시큐리티 슬롯 반복), ‘문재인 시큐리티 슬롯 시즌2’라는 차가운 반응이 나온다.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을 강조하던 것과 달리 정책 발표 이후 지역 내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정책 신뢰 저하 및 동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시큐리티 슬롯가 발표한 추가 주택공급 대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과 수요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도심 내 노후 공공청사 및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수도권 일대 6만가구 주택을 공급하는 1·29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 이후 국토부는 지난 1월 출범한 주택공급추진본부를 필두로 주요 대상지가 위치한 지자체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대책은 도심 내 생활 기반이 갖춰진 데다 역세권 등 선호도 높은 입지를 중심으로 공급 대상지가 선정됐단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이미 지자체에서 추진 중이거나 과거 시큐리티 슬롯에서 발표했다가 무산된 사업도 대거 포함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대책에 담긴 5만9694가구 물량 중 새로 발굴된 물량은 전체의 26%(1만5378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용산 캠프킴 부지와 노원 태릉CC(6800가구)는 문재인 시큐리티 슬롯가 지난 2020년 8·4 대책을 통해 발표한 곳이고 독산 공군부대는 윤석열 시큐리티 슬롯에서 2024년 7월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한 곳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가 추진하던 사업에 계획 물량을 늘려 발표했고 경기 과천에선 한 차례 엎어진 시큐리티 슬롯과천청사 부지 대신 경마장 및 국군 방첩사 부지 일대로 대상지를 조정했다.
진행 중이거나 좌초됐던 대상지가 재차 선정된 만큼 주민 설득과 지자체와의 협의가 신속한 주택공급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된다.
국토부 ‘현장행정’ 강조, 지자체 간 협의 마쳤다더니사전 협의 없이 ‘선 발표’, 文시큐리티 슬롯 8·4대책 실패 반복하나주요 대상지에선 ‘당혹’…난개발·기반시설 부족 등 지적
도심 내 유휴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문재인 시큐리티 슬롯 당시 장관이 이런 곳(도심 주택공급 후보지)에 한 번이라도 찾아가 주민과 협상을 해봤을까 싶다”며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현장 행정을 중시하겠단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에 포함된 곳들은 지자체 간 협의를 마친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는 물론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이란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1만가구 공급 계획을 놓고 “시큐리티 슬롯의 공급 확대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협조해 왔으나 오늘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와 서울시의 제안이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용산구 역시 “자치구와 주민 협의 없는 일방적 물량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며 “기반시설 대책 없이 물량 중심으로 접근하면 전형적인 난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대문구도 국방연구원 부지에 1500가구 공급을 놓고 “자치구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사안”이라며 “단순한 주택 물량 확대가 아닌 홍릉 일대 기능과 지역 발전 전략을 함께 고려한 종합 구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큐리티 슬롯가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마사회 소유의 경마장. ⓒ연합뉴스
경기 과천시 역시 경마장 및 방첩사 부지 9800가구 공급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과천시는 이미 지식정보타운, 과천과천·주암·갈현지구 등 공공택지에서 대규모 공급을 준비 중인데 도시 기반시설을 더 확충하지 않고 1만가구가량 더 짓는 건 무리가 있단 견해다.
과천시는 “과천 도시 여건과 시민 주거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일방통행식 행정을 멈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사회 노조와 인근 거주 주민들은 비상대책위까지 결성했다. 마사회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당사자인 공공기관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된 불통 행정의 전형”이라며 “2만4000여명에 달하는 종사자와 경마장 인근 상관 생태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과천시 인근 의왕시에서도 “공급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시민이 권리를 지키기 위한 모든 합법적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와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시큐리티 슬롯가 꾸준히 강조하는 공급 속도전은 실행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충분한 소통 없이 정책을 추진하려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대책 역시 아쉬움이 남는단 목소리가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은 대상지별 사업 여건이 제각각이어서 사정에 맞게 개별 접근을 해야 한다”며 “문재인 시큐리티 슬롯의 8·4대책처럼 시큐리티 슬롯 정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민, 지자체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수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자체 간 협업 체계도 갖추지 않은 채 덜컥 발표가 이뤄진 점은 과거 시큐리티 슬롯의 실패를 답습한다는 인식을 심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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