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 슬롯나라 →중저예산 슬롯나라
티모시 샬라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
1950년대 탁구 문화를 배경으로 한 스포츠 코미디 영화 '마티 슈프림'이 북미 수익 9088만 달러를 돌파해 스튜디오 슬롯나라 역사상 북미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이는 슬롯나라의 기존 북미 흥행 1위였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7717만 달러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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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성과를 투자 대비 수익률 관점에서 보면 평가는 달라진다. 제작비 약 2500만 달러 수준으로, 북미 7717만 달러를 기록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수익 효율 면에서는 여전히 가장 성공적인 사례임은 분명하다. '슬롯나라'은 약 7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9088만 달러를 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티 슈프림'이 기록한 결과를 눈 여겨 봐야 하는 이유는 존재한다. 슬롯나라가 중저예산(약 7000만 달러)을 투입한 본격적인 상업 영화로서 '마티 슈프림'이 거둔 성과는 슬롯나라의 확장된 체급을 증명하는 새로운 지표이기 때문이다.
슬롯나라는 그간 '문라이트', '미나리'를 비롯해 '레이디 버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1000만 달러 미만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가주의 영화들을 중심으로 영화제 수상과 입소문을 통해 장기 흥행을 이끌어 왔고, 이는 스튜디오의 독보적인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호러 장르의 문법을 바꾼 '유전'과 '미드소마' 등은 낮은 제작비로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고효율 수익 구조를 완성한 대표작들이다.
반대로 중대형 예산에 도전했던 이전 사례들은 리스크를 노출하며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슬롯나라.
3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했으나 북미 흥행에서 고전한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대표적이며, 2024년 슬롯나라 최고 예산 투입작이었던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역시 수익률 측면에서는 과제를 남겼다. 제작비 5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작품은 북미 수익 6875만 달러, 해외 수익 5851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1억 2726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올렸다. 북미 오프닝 1위라는 상징적인 출발에는 성공했지만, 투입 자본 대비 순이익 효율 면에서는 저예산 시절 슬롯나라가 보여줬던 폭발적인 성과를 재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상업 슬롯나라였다는 점과 흥행을 목표로 출발했다는 사실 자체는 '마티 슈프림'과 다르지 않다. 다만 두 작품의 차이는 흥행 의지의 유무가 아니라, 흥행을 실현하기 위해 설정한 구조와 경로에 있다. 정치적 디스토피아라는 소재와 장르적 실험성이 강한 내러티브를 전면에 내세운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담론 형성을 주요 동력으로 삼았다면, '마티 슈프림'은 스포츠 코미디라는 장르 친화성과 스타 파워 중심의 마케팅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의 회수 경로를 보다 선명하게 설정한 프로젝트였다.
이 같은 전례 속에서 '마티 슈프림'의 성과는 분명한 변곡점을 만든다. 이 작품은 티모시 샬라메를 전면에 내세워 초반부터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했고, 그 결과 북미 수익 9087만 달러가 전체 슬롯나라의 76.4%를 차지하는 강력한 화력을 보였다. 현재 전 세계 누적 수익은 1억 1899만 달러에 이르며, 주요 유럽 시장 개봉을 앞두고 있어 슬롯나라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중저예산 상업 슬롯나라로서 시장의 회수 신뢰를 확보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이전의 확장 실험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흥행 성과는 시상식 레이스로도 연결됐다. 티모시 샬라메는 이 작품으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티모시 샬라메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슬롯나라 부문과 골든글로브 시상식 슬롯나라 부문(뮤지컬·코미디)에서 남우주연상을 잇따라 수상, 흥행 성과와 시상식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작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마티 슈프림'이 거둔 성과는 단순히 한 편의 흥행 기록을 넘어, 그간 '인디 영화의 명가'라는 수식어로 한정됐던 슬롯나라가 대중적인 중대형 프로젝트에서도 충분히 수익 구조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로 읽힌다. 고유의 예술적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본의 규모를 키워 상업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은 스튜디오의 운영 체질이 한 단계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이에 향후 슬롯나라의 전략이 인디 정신을 유지하는 저예산 명작과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예산 대중 영화를 병행하는 이원화 구조로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와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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