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9번째 합류’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의 명과 암은?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6.01.23 08:44  수정 2026.01.23 08:44

LG, 40대 베테랑 투수 김진성과 2+1년 계약

파칭코 슬롯들 일찌감치 붙들 수 있는 선제적 카드

베테랑 파칭코 슬롯 또한 안정된 환경서 큰 동기부여

40대 나이에 2+1년의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을 보장 받은 LG 김진성. ⓒ 뉴시스

베테랑 투수 김진성(40)을 최대 3년간 붙잡을 수 있는 LG 트윈스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9번째로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을 맺은 팀이 됐다.


LG는 22일 김진성과 2+1년 최대 16억원(연봉 13억 5000만원+인센티브 2억 5000만원)에 계약했다.


김진성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난 시즌 78경기에 나와 6승 4패 1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하며 팀의 통합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LG는 40대에 접어든 김진성에게 단년 계약이 아닌 파칭코 슬롯 계약을 제시하며 그동안의 공을 인정함과 동시에 미래 가치에 큰 기대감을 실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단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FA 자격 획득 전, 일찌감치 붙들 수 있는 선제적 카드이며, 선수 또한 불확실한 미래를 조기에 확정 짓는 결단의 계약이다. 과거 존재했던 ‘FA 우선 협상 기간’이 제도적으로 사라진 자리를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이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베테랑 파칭코 슬롯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2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보장받는다면 보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다. 이번 김진성을 비롯해 이지영(SSG), 최주환(키움) 등이 이에 해당하며 1+1년 계약을 맺은 뒤 멋지게 부활한 최형우(당시 KIA)의 사례도 있다.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FA 권리를 취득하기 이전에 체결되는 계약이라 타 구단은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 구단 입장에서는 핵심 선수를 외부 변수 없이 잔류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그만큼 선수가 시장에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도록 상당한 금액을 안겨줘야 하지만, 일단 계약서에 사인을 받는 순간 구단은 ‘미션 하나를 조기 클리어’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력 구상은 단순해지고, 미래 계획의 불확실성도 크게 줄어든다.


대개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 대상은 팀 내 핵심이자 팬덤을 끌고 가는 간판급 선수들이다. 계약 체결 소식만으로도 팬심을 결집시킬 수 있고 전력 안정과 마케팅 효과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KIA 시절의 최형우는 베테랑 선수에 대한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 뉴시스

구조적으로도 구단에 유리하다.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은 정식 FA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KBO 규약상 계약금은 신인과 FA에게만 허용된다. 구단은 연봉과 옵션 위주로 계약을 설계하게 되는데, 연봉은 1군 미등록 시 감액이 가능하다. 계약금보다 연봉 비중을 키우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미래 FA 협상에서의 우위다.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으로 연봉 수준이 높아질수록, 추후 FA 자격을 취득했을 때 전년도 연봉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보상금이 커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이적의 허들을 높이고, 원소속 구단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만든다.


선수에게도 장점은 존재한다. 야구 선수의 커리어는 부상과 부진이라는 변수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예비 FA’라는 신분이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어 커리어 하이를 찍는 선수도 있지만,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량이 급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은 FA가 되기 전에 심리적·금전적 안정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선택지다. 메이저리그에서 젊은 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선호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림자도 분명하다. 장기 계약의 숙명인 ‘먹튀’ 리스크는 FA 계약과 다르지 않다. 제도 도입 이후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 사례가 늘고있지만 제 값을 해낸 선수가 극히 일부라는 냉정한 평가가 따른다. 무엇보다 샐러리캡이 도입된 현 시점에서 고액 계약자가 전력 외로 전락하는 것은 구단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구단 수뇌부 사이에서는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에 대한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


시장 경쟁 부재로 인한 가치 왜곡도 발생한다. FA가 되면 복수 구단의 경쟁을 통해 몸값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만, 파칭코 슬롯 다년계약은 그렇지 않다.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과소평가한 채 계약을 맺었다가 이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다면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구단은 경쟁이 없다는 이유로 선수의 진짜 몸값을 책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은 2022년 SSG 랜더스가 박종훈, 한유섬, 문승원과 한꺼번에 계약하며 시작을 알렸다. 특히 SSG는 무려 7명의 선수들과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을 추진, 이 제도를 적극 활용 중이며 4명의 선수들을 묶었던 키움도 뒤를 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총 21명의 선수들이 계약을 맺었는데 이중 LG 오지환과 키움 송성문은 각각 FA 계약 전환, 메이저리그 진출로 파칭코 슬롯다년계약이 파기돼 실제로는 9개 구단 19명의 계약이 이뤄졌다. 10개 구단 중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구단은 두산 베어스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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