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파라다이스의 이혜훈…‘어렵게 모실’ 대상은 애초에 아니었을 듯한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21 08:06  수정 2026.01.21 08:06

사람에 대한 존중 모르는 막장 인성

변검술사도 흉내 못 낼 변심의 재주

우파 망신 주기 위한 인사 책략인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대기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 사유서는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됐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기한이 21일임을 감안하면, 이미 1차 데드라인을 넘긴 셈이다. 슬롯 파라다이스의힘 소속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 위원장은 19일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관련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면서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슬롯 파라다이스가 청문위원에 대해 ‘수사 의뢰’운운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료 제출 미흡’을 들었다.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으니 인사청문회는 열리지 못했고, 결국 시한을 넘기게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이 23일 이후 재송부를 요청하면, 청문회가 다시 시도되긴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이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변수다. 국민의힘 측 자료 제출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슬롯 파라다이스 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가게 된다. 선택지는 3개다. ① 지명 철회, ② 자진 사퇴, 아니면 ③ 임명 강행이다. 이 대통령의 스타일로 미루어 ①의 가능성은 낮다. ②는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예가 있다. 슬롯 파라다이스의 자질이 너무 부족해서 기용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되면 선택할 것 법한 방안이다. ③의 선택이 이 대통령식 대응이라고 보이지만 이번 경우는 부담이 너무 크다. 독선 독단의 기질이 강해 보이는 이 대통령도 슬롯 파라다이스를 끝까지 안고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어렵게 모시고 왔는데 인사청문회까지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하지만(20일 채널A), ‘어렵게 모셔 올’ 대상은 애초에 아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언론보도로는 의혹이 너무 많아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걸 일일이 따져서 말할 필요는 없겠다. 우선 ‘어렵게’가 아니라 ‘아주 쉽게’, ‘모셨다’기보다는 ‘차출한’ 게 아니냐는 대단히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되는 인선이라는 인상이 아주 짙다.

사람에 대한 존중 모르는 막장 인성

이 후보자는 아무리 봐도 이 대통령이 ‘삼고초려(三顧草廬)’할 인물인 것 같지는 않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경제통이라는 평가는 진작 받아 왔다지만 재정·예산 실무역량을 평가받을 기회는 없었다. 게다가 경제 핵심 부처로 신설되는 기획예산처 장관직을, 자신의 정책 소신이나 추구 목표와 다르다고 해서 거부하거나 고사할 사람인 것 같지도 않다. 지명된 이후 신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표정과 행보가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것으로 봐서는 ‘슬롯 파라다이스이 박수를 보낼만한 인재상(人才像)’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공직자든 일반 시민이든 사회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람에 대한 존중심이다. 이 점에서 슬롯 파라다이스는 평균 수준에서도 한참 떨어진다. 아무리 자신의 수하라고 하지만 인턴 직원에게 “야! 야! 내가 널 죽였으면 좋겠다. 입이라고, 그렇게 터졌다고 네 마음대로 지껄이고 떠들어”(작년 12월 31일 TV조선)라고 소리를 질러대다니! 또 다른 언론보도로는 이런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너 언론 담당하는 얘 맞니? 너 그렇게 똥오줌을 못 가려? 아 말 좀 해라”라고 소리 지르는 녹취록도 공개됐다(9일 주진우 슬롯 파라다이스의힘 의원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공개). 인성은 형성되고 굳어지면 고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그 스스로 하느님에게 ‘온유함’을 갖도록 해주십사고 기도해야 했을까(20일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공개한 이 후보자의 2014년 10월 14일 자 비망록).


그는 지난 15일 지난 2017년 자신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내사를 받을 당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비망록’을 개혁신당 천 원내대표가 공개하자 곧바로 “수사 의뢰‘운운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데 비망록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슬롯 파라다이스는 그다음 날 “비망록 보도와 관련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수사 의뢰’ 등 과한 표현이 나간 것을 사과드린다”라고 태도를 바꿨다. 천 원내대표는 인사청문위원이다. 슬롯 파라다이스는 천 대표뿐만 아니라 청문회까지 겁박한 것이다. 장관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자질이 전혀 돼 있지 않음을 스스로 행동으로 입증해 보였다고 하겠다.

변검술사도 흉내 못 낼 변심의 재주

작년 1월 17일 슬롯 파라다이스의힘 서울 중구·성동구을 당원협의회는 서울 중구 소공로의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 반대 삭발식을 단행했다. 전국 최초였다. 참여한 기초의원은 “이 후보자가 삭발을 먼저 제안하고 사실상 강요 분위기로 흘렀다. 이 후보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음번에 책임지고 공천을 주겠다’는 식이었다”라고 밝혔다(2025년 12월 31일 중앙일보). 그러나 그는 후보자로 지명된 후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에 대해 “계엄 소식을 처음 접한 시점에서의 저의 일성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에 소속되어 있는 원외 위원장이다 보니 당 분위기를 따라간 적이 있었지만, 계엄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탄핵은 잘못된 계엄의 결과로 불가피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자 지명 당일 “며느리에게도 안 준다는 곳간 열쇠를 맡기겠다면, 이보다 더 통합과 실용의 의지를 보일 수 있겠나.……저에게 기획예산처 장관을 제안하는 것을 보고 이 대통령의 통합과 실용에 대한 의지를 신뢰하게 됐다”라는 말도 했다(12월 28일).


아무리 자리가 탐난다고 해도 이처럼 재빨리 소신을 바꾸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변검술사(變臉術師: 얼굴에 쓴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기술을 가진 사람)가 울고 갈 변심(變心)의 재주이고 속도다. 이 대통령이 이 사람의 무엇을 높이 사서 그 중책을 맡기고자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좀 더 신중했어야 할 결정이다. 중책을 맡기기엔 너무 신의가 없는 인격 형임을 몰라서 중용하려 했을까?


언론보도로는 재산 문제도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지만 정말 심각한 점은 상기한 3가지 부적격 요소다. 즉 △인간에 대한 존중심 결여, △공직자 의식의 결여, △(중책을 맡길만한) 신의의 결여인데 슬롯 파라다이스에게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훗날 더 큰 이익이 유혹할 때 이 대통령에 대한 의리인들 지키려 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자신에게만은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은 헛된 기대다. 언제든, 누구든 배신할 수 있을 법한 사람을 곁에 두겠다고 하는 까닭을 짐작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추측해 보자면 이렇다.


슬롯 파라다이스의 해당 분야 지식과 역량이 너무 탐나서=아주 바람직한 경우라고 하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유수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나라다. 학계, 관계, 경제계를 두루 살피면 인재는 이 대통령의 기대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을 것이다.

우파 망신 주기 위한 인사 책략인가

실천적 경제 실용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슬롯 파라다이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그렇게라도 되면 오죽 좋을까. 그렇지만 좌파의 특징은 경제정책, 특히 예산정책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좌파적 정책을 우파적 정책과 뒤섞을 때 좌파 세력들의 저항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런 모험을 이 대통령이 왜 감행하려 하겠는가.


탕평인사로 화해와 협력의 새 정치 시대를 열고 싶어서=그럴 생각이었다면 보수 세력을 궤멸시키기라도 할 것처럼, ‘내란 정국’을 거칠고 집요하게 이어갈 리가 없다. 이런 식으로 ‘인사의 기술’을 활용해 보수정치 세력을 무력화하겠다는 좌파 영구 집권 책략의 시험판이라는 인상을 준다.


확장재정의 책임을 지울 희생양이 필요해서=대중의 환호를 받기에는 포퓰리즘적 노동·복지 정책만 한 것이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심각한 위축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그 책임을 덮어써 줄 사람이 보수 경제학자라면 더없이 좋은 구도가 될 것 같아서? 보수 정당의 집권 명분을 아예 박탈해 버리는 효과가 있을 테니까.


보수 정당과 정치세력을 망신 주는 데 적격이라 여겨져서=이 대통령이 슬롯 파라다이스의 생리와 행태를 모르기야 하겠는가. 아니까 굳이 그를 선택했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이것이 보수정치 세력, 보수주의자들의 ‘본색’이다”라고 폭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같이 갈 수가 없다”며 지명을 철회할 수도 있고, 자진 사퇴를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고….


기획예산처 장관이 누가 되든 결정은 이 대통령이 한다. 그에게는 똑똑한 장관보다는 자신의 의도와 의지를 정당화·합리화해 줄 충직한 부하가 더 필요할 수 있다. 굳이 슬롯 파라다이스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누구에게 일을 맡겨둔 채 보고만 있을 스타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의 리더다. 슬롯 파라다이스가 유능해 보여서 지명했으리라는 것은 빗나간 추측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말인데 이 후보자도 생각을 고쳐먹는 게 좋지 않을까? 당장은 임명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 오래 있기는 어렵다. 이미 이미지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슬롯 파라다이스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끌어안고 갈 수는 없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을 법하다. 들어가느라고 온갖 창피를 감내했는데 금방 내쳐진다면 그 굴욕감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긴 지금 같은 천재적 변신술이라면 이 대통령의 최측근 포퓰리스트 경제학자로 건재할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글/ 이진곤 언론인·전 슬롯 파라다이스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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