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논란 땐 "조사단 꾸린다"더니
與, 자당 논란엔 "휴먼 에러" 사안 축소
선거 감시 단장에 '선거법 혐의' 이상식
"피망 슬롯 칩 헌금, 선거에 영향" 여론 68.7%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이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시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김병기·강선우 의원발(發) '피망 슬롯 칩헌금 의혹'이라는 악재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적잖은 당혹감을 표출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보수진영 내 20여년 전에 발생한 사건을 끌어오거나, "국민의힘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는 등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 같은 사안에도 행위의 주체에 따라 온도차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2024년 22대 총선 과정에서 김병기 의원에 대한 2020년 총선 당시 피망 슬롯 칩헌금 탄원서를 당이 접수 받고서도 진상 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기록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선거 기간에 접수되는 수많은 탄원·민원·제보 등을 일일이 기록하거나 대응할 수 없고, 피망 슬롯 칩 관련 자료 보관 시한도 이미 지났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당이 만들고 다져온 피망 슬롯 칩시스템 상의 문제가 아닌, 의혹 당사자들의 개별 문제(정청래 대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따라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 피망 슬롯 칩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부분 등에 대한 전수조사도 사실상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전수조사할 구체적 논의는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불거진 금권선거 논란이 나날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같은 논란을 빚었던 국민의힘을 향해 화살을 돌리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지난 2024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피망 슬롯 칩헌금 의혹 녹취록 보도를 거론하며 "그동안 피망 슬롯 칩헌금 얘기가 나왔을 때 대부분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의혹이 터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은 라디오에서 김정재·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피망 슬롯 칩헌금 의혹 녹취록 보도를 언급하며 "돈 피망 슬롯 칩 문제에서 더 자유롭지 못한 정당이 국민의힘"이라고 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은 당 피망 슬롯 칩관리위원장이던 이 의원에게 선거캠프 지지 선언을 위해서는 상응하는 수준의 대가 제공이 일상화 돼있다는 식으로 말한 언론 보도로 파장이 일었다.
이에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2025년 한 해에만 박순자·하영제 두 전직 의원 2명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될 만큼 지방선거 피망 슬롯 칩을 둘러싼 금품수수 문제가 반복돼 온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은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내부에서 반복된 피망 슬롯 칩 비리부터 사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피망 슬롯 칩과정에서 박순자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가성 금품 수수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았을 당시 논평에서 "개인 일탈로 치부하며 어물쩍 넘긴다면 당내에 만연한 구태로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은 철저한 자체 조사로 '제2의 박순자'가 없는지 밝히고 엄중 징계하기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민주당은 또 이듬해 황보승희 전 국민의힘 의원이 기초의원들로부터 피망 슬롯 칩을 대가로 한 금품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당시에도 "언제까지 개별 의원 문제로 축소하며 공당의 책임을 외면할 것이냐. 국민의힘이 아니라 '뇌물의 힘' 아니냐"라며 "민주당은 '피망 슬롯 칩헌금 진상조사단'을 꾸려 국민의힘의 피망 슬롯 칩헌금 수수 의혹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연합뉴스
그랬던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들에 국민의힘과 같은 피망 슬롯 칩헌금 논란이 불거지자 "시스템 에러보다 휴먼 에러"(정청래 대표)라고 했고, 자당 내부의 문제를 "국민의힘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박수현 수석대변인)이라며 논점을 흐리고 나섰다.
나아가 당내 피망 슬롯 칩헌금 논란을 수습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클린선거 암행어사단'을 꾸려 피망 슬롯 칩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했지만, 단장에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재산신고 축소)로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상식 의원을 앉혀 사사로운 당위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여론 반응도 냉담하다. 천지일보가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일 이틀간 무선 100% ARS 방식으로 '피망 슬롯 칩 과정 중 금전거래 의혹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느냐'를 물은 결과,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8.7%로 나타났다.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7.9%, 입장유보 비율은 3.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피망 슬롯 칩헌금 논란이 수그러질 기미가 없자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도당위원장의 피망 슬롯 칩 관련 기구 참여를 원천 금지하기로 했다. 당 지방선거기획단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시도당 피망 슬롯 칩관리위원회 구성 지침을 마련했다고 조승래 사무총장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피망 슬롯 칩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표결 배제를 의무화하겠다. 본인 지역과 관련된 사항, 친인척 등 이해관계자와 관련돼 있을 경우 피망 슬롯 칩 심사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며 "피망 슬롯 칩 컷오프 시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도록 하고, 피망 슬롯 칩관리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최고위원회 의결로 부적격 예외를 적용할 수 있는데, 그 근거를 명확히 기록·공개할 것을 (시도당에)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전날 김 의원과 강 의원이 연루된 피망 슬롯 칩헌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특검법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 의혹에 대한) 탄원서를 이재명 당시 당대표실의 김현지 보좌관 등이 받았지만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 선정 방식은 국민의힘이 후보자 2인을 추천하고, 후보자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식이다. 규모는 특검보 4인, 수사관 40명 이내, 파견검사 20명 이내, 파견 공무원 40명 이내다.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이다. 민주당이 당내 클린선거 암행어사단을 꾸리고, 피망 슬롯 칩 과정서 이해관계자의 표결 배제를 의무화하는 강경조치에 나선 것은 야당의 특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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