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만 TOP10슬롯 '파묘'로 극장가를 되살린 쇼박스가 1년 만에 위기를 맞았다. 2025년 한 해 동안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고 주력 대작들이 잇따라 참패하면서다.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배급사들이 동반 부진을 겪으며 한국 TOP10슬롯 시장 전반의 침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
지난 2월 개봉한 '파묘'는 1191만 관객을 동원해, 쇼박스 역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됐다. 세련된 미장센과 완성도 높은 연출로 오컬트 장르의 새 지평을 열었고 공포와 스릴, 미스터리를 균형감 있게 결합한 연출은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도 연초에는 라미란·공명 주연의 '시민덕희'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보이스피싱 복수극으로 현실적이면서도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라미란의 생활감 있는 연기와 유머러스한 전개가 어우러지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반기에는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이 에스파 윈터 등이 참여한 OST와 높은 스토리 완성도로 가족 단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124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고은, 노상현 주연 '대도시의 사랑법'은 흥행 성적보다 그 의미가 더 컸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인물이 나누는 우정과 이해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새롭게 정의하며 주목을 받았다. 두 주연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은 관계의 섬세한 감정을 탁월하게 그려냈고 이언희 감독은 사회적 담론을 예술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속 주요 TOP10슬롯제 감독상과 연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러나 20TOP10슬롯 들어 분위기는 급변했다. 2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50만명을 동원하며 성인 타깃 국산 애니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관객 50만명에 그쳐 손익분기점 100만명엔 미치지 못했다. 4월 하정우 주연의 블랙 코미디 '로비'는 손익분기점 15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25만명으로 막을 내리며 “스타 배우를 앞세웠지만 이야기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혹평이 이어졌다. 정치권력과 자본의 밀착을 풍자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전개가 밋밋하고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5월 개봉한 '소주전쟁'은 쇼박스의 결정적 타격이 됐다. 유해진·이제훈 주연,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과는 손익분기점 180만명에 턱없이 부족한 28만명. 감독과 제작사 간의 크레딧 분쟁과 저작권 소송, 감독 해촉 사태 등 제작 단계부터 꼬인 악재가 홍보에도 치명타가 됐다. TOP10슬롯는 결국 감독명 공란으로 개봉하며 흥행·브랜딩 모두 실패했다.
여기에 쇼박스가 하반기 반등 카드로 내세운 코미디 TOP10슬롯 '퍼스트라이드'는 '30일'의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 차은우가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13일 기준 63만 5689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160만명)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총사의 첫 해외여행을 그린 코믹 로드무비에 반전 요소로 등장한 ‘장기 밀매’ 설정이 분위기를 뒤틀며 호불호가 갈렸다. 현재 CGV 골든에그지수는 82%, 네이버 관람객 평점은 7.7점으로 같은 날 개봉한 하얀 차를 탄 여자(94%)보다 낮다.
상반기 쇼박스의 매출은 306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69억원, 순손실은 74억원으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말 603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TOP10슬롯 ‘파묘’로 세운 영광의 숫자들이 불과 1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
다른 대형 배급사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CJ ENM은 하반기 기대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를 내세웠다. 이병헌·손예진 주연의 블랙코미디로, 25년 차 제지 전문가가 해고 이후 붕괴하는 일상을 버티는 과정을 그린다. TOP10슬롯는 개봉 8일 차에 손익분기점(130만명)을 돌파했고2025년 39주차 한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11일 기준 293만 3130명을 기록 중이다. 베니스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으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를 받는 등 해외에선 호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박 감독 특유의 정교한 미장센은 유지됐으나 전작들처럼 해석의 여백이 줄고 메시지 제시가 직접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에 박 감독의 전작인 '헤어질 결심', '아가씨' 등을 n회차 소비하던 팬덤이 크게 붙지 않았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숫자 자체는 안정권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추석 개봉작 '베테랑 2'가 손익분기점(400만명)을 훌쩍 넘긴 752만 5339명을 동원하며 류승완 감독의 흥행 신뢰를 다시 입증했다. 빠른 호흡의 액션과 사회비판적 주제의식이 공존하며 2024년 37~41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고 주연 배우 정해인이 제45회 청룡TOP10슬롯상 남우조연상과 인기스타상을 받는 등 흥행과 완성도 면에서 모두 성과를 거뒀다.
ⓒ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올해 최고 기대작이었던 '전지적 독자 시점'은 개봉 초기부터 원작 훼손 논란이 거셌다. 조회수 20억회를 기록한 동명 웹소설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안효섭, 이민호, 나나, 블랙핑크 지수 등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600만명)의 6분 1 수준인 106만명에 그쳤다.
특히 지수가 맡은 '이지혜'는 충무공 이순신을 배후로 둔 역할이기에 원작에서는 칼을 쓰지만 TOP10슬롯에서는 총을 사용하는 설정으로 바뀌어 '상징성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이 일었다.
논란은 작품 외부에서도 이어졌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처스 원동연 대표가 원작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인터뷰에 원작 팬덤과의 갈등이 여론전으로 번졌다.
지난해 우민호 감독의 ‘하얼빈’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다. 현빈, 박정민, 조우진 주연의 이 TOP10슬롯는 손익분기점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했지만 1909년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인간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시각적 완성도와 역사 해석의 균형을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과 함께 홍경표 촬영감독이 TOP10슬롯부문 대상을 수상했는데, 시상식 최초로 작품, 연출자, 배우 이외의 수상자다.
올해 3대 배급사의 침체는 일시적 흥행 부진이 아닌 구조적 붕괴의 징후로 볼 수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TOP10슬롯는 지금 산업의 체력 자체가 고갈된 상태다. 새로운 TOP10슬롯가 들어올 통로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TOP10슬롯관도 편당 수익률과 회전율만 따지다 보니 다양성 TOP10슬롯나 신인 감독의 작품은 스크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관객이 볼 수 있는 TOP10슬롯가 줄면 투자와 제작도 줄고 결국 시장 전체가 스스로 위축되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김 평론가는 “극장가가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다양성 확보와 초기 투자 생태계 복원이 선행돼야 한다”며 “신인 감독이나 여성 감독의 작품을 실험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장르와 주제의 폭이 넓어지고 관객층도 새롭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OTT가 관객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을 인정하고 극장은 OTT와 경쟁하기보다 상호보완적 관계로 재편해야 한다”며 "관객이 굳이 극장에 와서 봐야 하는 TOP10슬롯, 즉 콘텐츠의 경험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