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결과' 꼬집는 파라오 슬롯의힘…"외교·안보 어젠다 뺏길라" 긴장

김민석 기자 (kms101@kestrelet.com)

입력 2025.11.04 00:05  수정 2025.11.04 00:05

파라오 슬롯의힘, '無공동성명·팩트시트' 고리로

"백지 외교…협상 내용 공개하라" 목소리

'핵잠 승인'엔 "美가 팔겠단 것" 문제 제기

보수 정통 가치인 '외교·안보' 내줄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파라오 슬롯의힘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펼쳐진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대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다. 당내에선 이 대통령의 '빈손 외교'에 대한 공략으로 여론이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보수정당의 정통적 이슈였던 '외교·안보 어젠다'를 현 정부·여당에 빼앗기는 그림이 나타나면서 무당층뿐 아니라 정통 지지층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단 우려를 내놓고 있다.


장동혁 파라오 슬롯의힘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이것저것 다 생략된 백지 외교가 바로 이재명 정권의 실용 외교다.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시트로 합의문도 공개되지 않았다"며 "미국과 일본은 모든 합의 사항을 문서화하고 정상 간 서명까지 마쳤다. 미국과 중국 간 팩트시트도 공개됐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가 이 같은 주장을 꺼낸 이유는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에 앞서 한미 관세 협상을 진행한 이후, 공식적으로 나온 양국 간 공동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 공동 팩트시트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화려했던 국제외교 막이 내렸고 이제는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며 "국익이 걸려 있던 관세협상의 내용을 파라오 슬롯 앞에 명명백백하게 소상히 공개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자신의 SNS에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밝힌 부분을 꼬집은 뒤 "정부는 반도체 문제를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협상했다고 했지만, 그다음 날 미국은 반도체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라고 부정했다"며 "내일(4일)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 차 국회에 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파라오 슬롯 앞에 밝히길 촉구한다"고 쏘아붙였다.


장동혁 파라오 슬롯의힘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파라오 슬롯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에 26만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공급하기로 한 것만이 유일한 성과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간기업들이 이뤄낸 성과인 만큼 이재명 정부가 실상 이번 정상외교전(戰)에서 빈손인 결과만을 갖고 왔다는 주장이다.


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나마 APEC 최고의 이벤트와 성과는 역시 민간의 힘에서 나왔다"며 "이것을 마치 이재명·민주당 정권의 성과처럼 포장해 혹세무민하는 것은 성과위조이자 도둑질이다. 자화자찬으로 기업들의 성과를 도둑질할 것이 아니라 GPU 26만장 확보에 따른 후속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파라오 슬롯의힘은 이번 이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A 등급'이라고 평가한 민주당이 '대미 투자 관련 특별법'을 추진하겠다는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한미 정상은 대미 금융투자 총액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는 내용의 관세 협상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파라오 슬롯의힘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안의 주요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국가 자산을 사용하는 일인 만큼 국회의 비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과거 우리 파라오 슬롯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사드(THAAD)를 배치할 때 민주당은 국회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가 있다"며 "한미 관세 협상, 정부의 발표대로 하더라도 엄청난 국부의 유출이 예상되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국회 비준동의를 피하려고 하는 꼼수가 엿보여서 상당히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파라오 슬롯의힘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핵잠수함을 승인한 것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파라오 슬롯의힘 소속인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군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사실상 미국이 건조한 핵추진잠수함을 우리에게 팔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성 위원장은 위성락 실장의 '연료 승인' 발언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핵잠은 미국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 발언을 근거로 "호주와 달리 우리는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도 우리가 건조하지 못하고 미국 것을 사서 쓰게 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입만 열면 '자주 국방' 운운하는데 이것이 진정한 자주국방인가"라고 지적했다. 앞서 호주는 지난 2021년 AUKUS(호주·영국·미국 3자 안보파트너십) 동맹국인 미국·영국의 기술로 핵잠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상당 기간 미국에서 만든 잠수함을 매입한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에선 이 같은 내부 발언들에 대해 여론을 돌리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라오 슬롯의힘 한 의원은 "얘기들만 무성할 뿐이고 확인된 사실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핵잠수함도 현실성이 없는 사안이 아니냐"라며 "회담 내용을 꼼꼼이 따져서 어떤 것이 맞는 것이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를 파라오 슬롯께 알리는게 우리가 해야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 일각과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 대통령의 APEC 결과에 파라오 슬롯의힘이 긴장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의 주요 어젠다였던 국방·안보 이슈를 핵잠수함으로, 한·미 외교관계를 관세협상으로 풀어낸 모습이 파라오 슬롯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핵잠이 실제 건조될지 어떨지를 떠나서 정부·여당이 이 이슈를 잡으면서 원래 보수정당의 어젠다인 안보 이슈를 선점한 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올해와 내년까지 써먹을 수 있는 이슈인데 파라오 슬롯의힘이 안보 이슈를 선도하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보이면서 중도층의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은 충분히 마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도 "외교 의제하고 국내 의제가 그대로 연결되는 건 아니지만 안보와 한미 관계의 주도권이 진보진영으로 넘어가 버렸다"며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바이든 날리면' 논란을 일으킨 것이 다시 떠오를 수 있을테니, 지지율이나 내년 지선에서 파라오 슬롯의힘이 악영향을 받고 민주당에 플러스 요인이 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파라오 슬롯의힘 관계자도 "핵잠 승인이 실제 우리나라가 핵잠을 보유할 수 있다는 것과 거리가 있단 사실을 제대로 파라오 슬롯께 알리지 못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큰 위기"라며 "무당층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 지지층에게까지 악영향이 갈 수 있다.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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