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여당 자민당 슬롯 사이트이치 사나에(64) 총재와 제2 야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50) 대표는 20일 양당의 연립정권 수립에 공식 합의했다. 이로써 슬롯 사이트이치 총재는 새 총리로 선출되고 자민·유신회의 연립정권이 출범하게 된다.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슬롯 사이트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대표는 이날 도쿄 국회에서 만나 연정 수립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슬롯 사이트이치 총재는 21일 열리는 임시국회 총리 지명선거에서 자민당 표에 이어 유신회 표도 확보함으로써 사상 첫 여성 총리 등극을 앞두고 있다.
슬롯 사이트이치 총재는 이날 “국가관을 함께하는 정당으로서 유신회가 진지하게 장시간에 걸친 정책 협의에 대응해 주었다”며 “일본의 나라 형태를 미래의 세대에 책임을 지는 형태로 바꾸어 나가고 그런 대처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시무라 대표는 “국가관, 그리고 일본을 강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두 당은 같이하고 있다”며 “우리도 개혁 정당으로서 지금까지 내걸어 온 개혁을 한층 더 진전시키고 싶다”고 화답했다.
두 당수는 지난 16일부터 시작한 정책협의의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에 서명했다. 자민당은 오사카를 근거지로 해온 유신회의 주요 요구를 사실상 다 받아들였다. 그만큼 연립정권 수립에 절실했다는 얘기다. 문서에는 유신회의 ‘필수’ 요구조건인 ▲국회의원의 정수를 10% 감축 ▲재해 시 수도 기능을 백업하는 부(副)수도의 구상 ▲사회보험료 인하 등에 양당이 연계할 것 등이 명기됐다. 아직 견해차가 있는 식료품 소비세 감세와 기업·단체헌금 폐지는 계속 협의해 슬롯 사이트이치 의원의 총재 임기(2027년 9월)까지 결론을 내는 방침도 포함됐다.
올해 창당 70주년을 맞이한 자민당이 유신회를 새 파트너로 맞아들인 것은 당세가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자민당의 옛 아베파를 중심으로 정치자금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자민당은 강한 비판을 받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뒤를 이어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등장했지만 중의원(하원) 선거(2024년 10월)에서 대패해 과반 의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선거 참패는 올해도 이어져 도쿄도의원 선거와 참의원(상원) 선거까지 연이어 세번 패했다. 양원에서 공명당과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자민당은‘소수 여당’이라는란 타이들만 얻었다. 여기에다 1999년부터 오랜 연립정권 파트너로 지내오던 공명당은 지난 10일 연립 이탈을 선언했다. 이에 자민당은 새로운 연정 수립을 추진해왔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투표 결과를 우선시한다. 중의원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과반 확보가 필요 조건이 아니며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자민당과 유신회의 중의원 의석수는 각각 196석, 35석이다. 합치면 231석으로 과반(233석)에 2석 모자란다. 여기에다 자민당 출신 의장과 보수 성향 군소 야당이 슬롯 사이트이치 총재에게 표를 줄 경우 1차 투표에서 판가름이 날 수도 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도 중단된 만큼 슬롯 사이트이치 총재의 총리 선출이 확실해졌다.
다만 자민·유신 연립이 이전의 자민·공명 연립 당시와 같은 적극적 공조를 펼치기는 어려울 수도 있는 관측이 나온다. 유신회가 장관을 배출하지 않고 '각외 협력‘(내각배분 없는 정책 협조) 수준에서 참여하고 있는 까닭이다. 마에하라 세이지 유신회 고문은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과 선거협력은 당분간 하지 않는 게 좋다”며 이번 연정이 “(자민당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 실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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