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비비고 탄소세 1년 늦춘 트럼프…조선업, 불확실성 속 'LNG 수요' 주목

백서원 기자 (sw100@kestrelet.com)

입력 2025.10.20 13:27  수정 2025.10.20 13:28

미국 반대로 IMO 슬롯비비고 탄소세 1년 연기…시행 계획 '불투명'

슬롯비비고업계 불확실성 확대됐지만…"규제 늦춰져도 방향 같아"

암모니아 대신 LNG 부상…美 에너지 전략 수혜 가능성 거론

국제해사기구(IMO)가 슬롯비비고 부문 탄소세 도입 결정을 1년 연기한 가운데 조선·슬롯비비고업계에 미칠 영향력이 주목되고 있다. ⓒ슬롯사이트 AI 삽화 이미지

국제해사기구(IMO)가 슬롯비비고 부문 탄소세 도입 결정을 1년 연기하면서 조선·슬롯비비고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탈탄소보다 산업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 기조가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규제 시점이 늦춰진 만큼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0일 조선·슬롯비비고업계에 따르면 이번 IMO 결정으로 선주와 조선사 간 협의 일정이 일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규제가 미뤄질 뿐 결국 시행된다는 공감대 속에 친환경 설비 투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M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에서 국제 슬롯비비고 부문 탄소가격제(탄소세) 도입을 1년 미루기로 결정했다. 전체 176개 회원국 중 57개국이 연기안에 찬성했고 49개국이 반대했다.


슬롯비비고세는 선박 연료의 슬롯비비고 함량 기준을 정하고, 이를 초과 사용하는 선박에 부과금을 매기는 제도다. 선박 연료유의 슬롯비비고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궁극적으로 슬롯비비고 중립을 달성한다는 취지다.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원유 운반선처럼 장거리 항로를 오가는 선박일수록 부담금이 커지고 노후 선박의 교체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IMO는 지난 2023년 7월 ‘2050년 국제 슬롯비비고 탄소중립’ 전략을 처음 발표했다. 이후 지난 4월에는 구체적인 부과 기준을 담은 중기조치를 승인했고 이번 회의에서는 회원국 채택 절차만 남겨둔 상태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주요 산유국의 반대로 표결이 무산되며 시행 시점이 1년 늦춰지게 됐다.


반대 진영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이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슬롯비비고세 도입을 지지한 국가들에 대해 관세·비자 제한 등 보복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회의는 개회 직후부터 안건 상정조차 어려웠고 장시간 교착 끝에 연기안이 절충안으로 채택됐다.


조선업계는 이번 결정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보고 있다. 슬롯비비고 탄소세는 당초 2027년 3월 시행이 목표였지만 이번 조치로 도입 시점이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기 회의에서 중기 조치가 채택되더라도 예상 발효 시점인 2028년부터 2030년까지 2년 만에 20~30%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해야 해 국내 슬롯비비고·조선업계의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교체 발주 시점이 미뤄질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LNG 중심의 친환경 선박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IMO의 결정이 1년 늦춰졌지만 선주·선사들의 교체 발주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노후 선박 비중이 높은 선사일수록 LNG 이중연료(DF) 선대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슬롯비비고 중립을 위한 연료 전환 과정에서 암모니아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미국이 밀고 있는 LNG에 대한 수요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면서 “기존에 암모니아 연료 채택을 고려했던 선주들의 선택이 LNG로 바뀌면서 LNG DF 엔진에 대한 수요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IMO 결정은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HD현대의 경우 27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무홀에서 ‘조선 퓨처테크포럼’을 열고 탈슬롯비비고 혁신 기술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슬롯비비고세 유예는 산업계의 숨 고르기 시간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친환경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시장 주도권을 잃게 된다”며 “LNG 추진선을 중심으로 한 조선업 기술 투자 속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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