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한미 관세파라오 슬롯, 국익 중심 디테일이 중요 [기자수첩-정책]

임은석 파라오 슬롯 (fedor01@kestrelet.com)

입력 2025.10.20 07:00  수정 2025.10.20 07:00

APEC 정상회의 계기 최종 합의문 서명 가능성도 제기

'졸속 합의' 시 장기적으로 경제 악영향 불가피

안정적 對美 교역 환경 유지 가능한 균형있는 방안 필요

김용범(오른쪽)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 파라오 슬롯 후속 협의를 위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워싱턴 D.C.로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한미 관세 파라오 슬롯을 둘러싼 긴장감이 최고조에 임박한 가운데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다"며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를 예상한다"고 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빠른 속도로 조율 중"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구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경제·통상팀 수장들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했다. 비슷한 시기 삼성·SK·현대차·LG 등 그룹 총수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민·관이 총력전에 나선 만큼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최종 합의문에 서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이 파라오 슬롯 테이블에 올려놓은 조건이 너무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은 25% 상호관세 완화를 전제로 일본과 같은 방식의 직접 투자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3500억 달러 선불 투자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적극 부인하면서 미국과 구체적인 파라오 슬롯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라오 슬롯의 파국은 막아야 하지만, 국익을 지키기 위한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만 특별 대우해 달라'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계산해야 한다. 파라오 슬롯 타결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주는 '졸속 합의'는 단기적인 위기는 모면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당장 관세 부과를 막는 것에만 치우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산업의 생태계와 안정적인 대(對)미 교역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번 파라오 슬롯이 타결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등 미국의 추가 조치는 어떤 형태로든 계속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라오 슬롯의 끝이 아닌 새로운 통상 환경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갖고 국익을 위한 끈질긴 설득과 치밀한 전략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최근 많이들리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문구처럼 정부는 대미 파라오 슬롯팀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동시에 국회와 민간 전문가의 지혜를 모아 이 복잡한 통상 현안을 '최소 피해, 최대 실리'의 관점에서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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