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중도하차’ 예고된 컵대회 파행…슬롯존연맹 국제적 망신

국제슬롯존연맹 규정에 따라 컵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된 레오와 바야르사이한 등 현대캐피탈의 외국인 선수들이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한국슬롯존연맹

개막 하루 만에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가 수 시간 만에 번복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빚은 프로슬롯존 컵대회가 결국 ‘디펜딩 챔피언’이 빠진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하게 됐다.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현재 전라남도 여수서 진행 중인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슬롯존대회(KOVO컵) 잔여 일정을 소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대캐피탈의 이탈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매 시즌 정규리그를 앞두고 각 팀의 전력을 미리 점검하는 V리그 전초전인 KOVO컵은 지난 13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제1경기를 시작으로 남자부 막이 올랐다.

하지만 이어 열리기로 한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의 경기부터 대회가 잠정 중단됐다.

국제슬롯존연맹(FIVB)이 지난 12일 개막한 2025 세계남자슬롯존선수권 기간 중 열리는 KOVO컵을 정식 대회로 간주하며 대회 취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FIVB는 세계선수권 종료(28일) 후 3주 이상 휴식기를 갖고 각국 리그를 시작하라고 명시했는데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슬롯존연맹(KOVO)은 ‘KOVO컵은 이벤트 대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행했다가 결국 14일 자정을 기해 대회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KOVO는 수 시간 뒤 다시 FIVB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면서 대회 재개를 공지하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맞대결이 하루 연기됐다. ⓒ 한국슬롯존연맹

KOVO에 따르면 FIVB는 대회 진행을 위해 국제이적동의서(ITC) 미발급, 외국 클럽팀이나 외국인 선수는 참가 불허, 2025 FIVB 남자부 슬롯존 세계선수권 대회에 등록된 선수들의 출전 불가 등의 조건을 달았는데 이에 대해 복수의 구단들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신무철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이 세계슬롯존선수권대회가 진행 중인 필리핀으로 급하게 날아가 FIVB 측 관계자들과 만나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포함됐던 선수들의 컵대회 출전 허가를 요청했지만, FIVB는 대회 재개 승인 조건을 철회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FIVB에 제출한 예비 명단에는 현재 슬롯존대표팀 명단에 포함돼 세계선수권에 나서고 있는 14명과 각 소속팀으로 돌아간 11명의 선수가 포함돼 있다. 예비 명단에 포함됐던 선수들이 컵대회에 나설 수 없다면 팀 구성에 당연히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리베로 박경민이 대표팀에 차출돼 현재 컵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리베로는 임성하뿐이다. 하지만 임성하는 대표팀 예비 명단에 포함된 적이 있어 FIVB 조건에 따른다면 현대캐피탈은 리베로 없이 컵대회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제대로 전력을 꾸리기 힘든 현대캐피탈은 결국 대회를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KOVO의 안일한 대처에 남자부 컵대회는 ‘디펜딩 챔피언’이 대회 도중 이탈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하며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