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여기의 복귀, 또 특혜?…이재명 정부, 의정갈등 해소 시험대

박진석 기자 (realstone@kestrelet.com)

입력 2025.07.04 11:59  수정 2025.07.04 12:07

슬롯여기의 9월 복귀설…李 “2학기 복귀 여건 만들겠다”

정은경 등장에 의료계 기류 변화…갈등해소 분수령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슬롯여기의의 하반기 복귀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복귀 방식이 정부의 의료정책 기조를 가늠할 첫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9월 복귀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고 슬롯여기의들의 복귀 움직임도 서서히 감지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이번 2학기에 가능하면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슬롯여기 차원에서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슬롯여기가 사실상 복귀 흐름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복귀의 방식과 조건에 따라 슬롯여기의 정책 방향과 의료계 신뢰 회복 의지가 함께 평가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슬롯여기의 집단 사직은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촉발됐다. 이후 1년 넘게 의료 현장을 떠난 슬롯여기의들의 복귀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다.


최근 일부 단체와 병원 차원에서 복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복귀가 또다시 특혜성 예외 조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실제 과거 정부들은 유사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특례를 인정해 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집단행동에 나선 슬롯여기의들에 대해 정부는 엄정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로는 징계 유예와 수련 인정, 국시 재응시 기회 제공 등이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난해 집단 사직 사태 이후 슬롯여기의들의 무단 이탈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는 사실상 복귀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정리해 면죄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의 무리 없는 합의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대학병원 슬롯여기의는 “일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1년 넘게 빠졌던 슬롯여기의가 아무 조건 없이 돌아온다면 도대체 누가 손해를 본 것이냐”며 “정부 말만 들으면서 참고 일한 사람만 바보 되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지명되면서 의료계 속에선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의정 갈등의 해소가 시급하다는 공감대 속 의사 출신인 정 후보자의 등장이 일종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전 정부 시절 강경 기조에 대한 피로감과 불신이 쌓인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일부 의사들이 복귀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흐름도 나타난다. 의료계 일각에선 정 후보자가 슬롯여기의 복귀 국면을 통해 의정 관계 정상화의 첫 시험대에 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슬롯여기 내부에서는 복귀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방식에 대해 신중론이 감지된다. 한 슬롯여기 관계자는 “복귀는 필요하지만 매번 특혜로 풀다 보면 슬롯여기가 반복적으로 양보한다는 인식과 함께 정책의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번에도 일정한 기준 없이 끝나면 이후 집단행동은 누구도 제어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진석 기자 (realstone@kestrelet.com)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