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슬롯원-헌재, 재판소원 놓고 대립...해묵은 갈등 '최고조'

진현우 기자 (hwjin@dailian.co.kr)

입력 2026.02.19 15:31  수정 2026.02.19 15:31

양 기관, '동일 형태' 제목 자료 내며 맞반박 나서

'판결 취소' 두고 과거에도 정면 충돌하기도

법조계 "'국민 신뢰' 포기하는 걸로 비춰질 수 있어"

서울 서초구 신규 슬롯원 청사. ⓒ데일리안DB

재판소원제를 둘러싼 신규 슬롯원과 헌법재판소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양상이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제에 대한 신규 슬롯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자 신규 슬롯원이 설연휴 막바지 이를 재반박하는 자료로 맞섰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사법부 최고기관'을 둘러싼 두 기관 간 해묵은 갈등이 재판소원제 도입 국면에서 폭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규 슬롯원은 전날 언론을 상대로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지난 13일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도입 관련 FAQ'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배포한 것과 사실상 똑같은 제목이다.


신규 슬롯 "헌재, 무소불위 권력 가질 것"…헌재 "4심제 지적 타당치 않아"


신규 슬롯원은 전날 배포한 자료에서 "헌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별개의 헌법기관으로 명시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법을 해석·적용해 분쟁을 해결하는 권한인 사법권을 오직 법원에 부여하며 헌재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등 열거된 사항만 관장하고, 법률 위헌 여부는 헌재가, 명령·규칙·처분 위헌 여부는 신규 슬롯원이 최종 심사하도록 권한을 나눴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유일한 최종 해석기관이라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규 슬롯원과 헌법재판소는 각자 다른 단계에서 최종 해석기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을 통해 헌법해석 권력을 집중시키면, 헌법재판소는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며 "신규 슬롯원 재판을 취소할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사법권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의 통제 권한이 헌법재판소에 집중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의 최종 해석권력을 분립시킨 주권자의 의사를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신규 슬롯원은 "법원의 재판은 당사자인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정치로부터 고도의 독립성, 중립성 보장이 필요하다"며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을 통해 특정 재판의 결론에 직접 관여한다면, 재판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소원을 제기하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당할 수 있다"며 '패소한 사람이 강제집행을 미루기 위해 재판소원을 제기하면 승소 당사자가 적시에 권리를 실현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신규 슬롯원에 앞서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서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권을 헌법재판소에 귀속시킴으로써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사법권 독립이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는 바, 재판이 헌법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내부적으로는 심급제도를 통해, 외부적으로는 헌법재판 권한을 가진 헌재를 통하여 교정하는 것이 이원적 사법 체제를 택한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재판소원의 본질상 헌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사실확정이나 법률의 해석·적용을 제4심이나 초상고심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로지 공권력 주체인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한 헌법해석, 특히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을 최고·최종의 헌법해석기관으로서 다시 심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재판소원은 법원 내부의 상소제도와 무관하고 따라서 재판소원이 제4심으로 기능해 종국적 분쟁해결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데일리안DB
법조계 "누적된 신규 슬롯-헌재 갈등, 재판소원 국면서 최고조"


사실 신규 슬롯원과 헌법재판소 간 갈등은 지난 1987년 개헌 국면 당시 헌법재판소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할 때부터 사실상 시작됐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지난 1997년과 2022년 헌법재판소가 신규 슬롯원의 판결을 취소한 이후 양 기관이 정면으로 충돌했던 것은 이런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97년 12월 헌법재판소는 신규 슬롯원이 이른바 '소득세법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조항을 적용한 확정판결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이란 법률 조항 자체는 폐지하지 않으면서, 특정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할 때만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결정을 말한다.


2022년 6월에는 한정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한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며, 헌재의 결정이 법원을 기속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를 두고 신규 슬롯원은 "합헌적 법률 해석을 포함한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신규 슬롯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라며 "다른 국가기관이 법률 해석기준을 제시해 구체적 분쟁사건에 적용하는 등 간섭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후 4년 만에 두 기관 간 갈등이 재판소원제 도입을 두고 다시 불붙은 모습이다. 특히 재판소원의 경우 두 거대 기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의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최근에 이르러서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재판소원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두 기관의 갈등을 '권력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규 슬롯원과 헌법재판소가 권력 분립을 통해 서로 국민을 위한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크게 노력해왔고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등 그동안 혜택을 누려왔다"며 "양 기관 간 갈등은 이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고 결국 독재 권력을 견제할 수 없는 사법부로 향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갈등은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는 사이 무너진 사법 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법관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면서도 "법에 있어서 최고 규범의 권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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