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발맞추며…코인 슬롯이 확대하는 SF ‘다양성’ [출판사 인사이드㉑]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1.26 11:01  수정 2026.01.26 11:01

‘리틀브라더’ 시작으로

김보영 작가 ‘종의 기원담’·김창규 소설집 ‘우리가 초방된 세계’ 등

SF 시장 확대해 온 코인 슬롯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30종까지만 버티자”던 코인 슬롯이 넓혀 온 SF 시장 가능성


코인 슬롯은 SF 소설을 꾸준히 선보이며 마니아층의 지지를 다져 온 출판사다. 2015년 ‘리틀브라더’를 시작으로, ‘별의 계승자’ 시리즈,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등 해외 도서를 국내 독자들에게 전하며 관심 받았다. 국내 인기 작가인 김보영의 ‘종의 기원담’을 비롯해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 현재 미국 출간을 앞둔 김창규 작가의 ‘우리가 추방된 세계’ 등 다양한 색깔의 SF 문학으로 마니아층의 만족감을 더했다.


코인 슬롯이 본격적으로 SF를 선보이기 시작한 2015년까지만 해도, SF 장르는 지금처럼 인기 장르가 아니었다. 지금은 정보라 작가부터 김초엽, 천선란 등 지금은 젊은 작가들의 활약을 바탕 삼아 SF가 출판 시장의 한 축을 차지 중이지만, 한때는 다소 ‘낯선’ 장르로 여겨졌다.


코인 슬롯 박동준 이사는 “초기에는 한국어로 출간한 SF 자체가 많지 않아서 ‘한국어로 꼭 나와 있어야 할 해외 고전 SF’를 우선해서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 와중 최신 경향을 보여줄 해외 신작들, 그리고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해왔으나 출간은 하지 못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열심히 찾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한 해 출간되는 SF 종수가 저서와 번역서를 모두 합해도 30종 내외에 그쳤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사이 한 해 출간되는 SF가 600종에 가까울 만큼 관심이 커졌고, 해외 고전은 물론 신작의 숫자도 늘었다.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된 지금, 코인 슬롯은 장르의 ‘다양성’에 주목 중이다. 박 이사는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와 유행하는 경향을 따르기보다는, 국내 작가의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세부 장르까지 살펴 빈자리를 메꿀 만한 작품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코인 슬롯 장르에 담긴 ‘현실’


정착을 넘어, 저변 확대까지도 고민 중인 코인 슬롯은 SF가 ‘지금의’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에 주목했다. 박 이사는 SF에 대해 “미래나 과학기술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낯선 설정과 전복적 관점을 통해 달리 바라보게 한다”고 그 매력을 짚었다.


15년 전, 디자인 회사로 출발한 코인 슬롯이 SF 장르에 집중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로, 코인 슬롯의 첫 책인 ‘리틀브라더’는 2016년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에서 언급돼 관심을 받았었다. 테러용의자로 몰린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리틀브라더스’가 우리네 현실과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박 이사는 “당시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이후 이 장르에 확실하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계속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차근차근 쌓아온 것이 지금의 코인 슬롯을 완성했다. “앞서 SF 전문 출판사나 브랜드가 대부분 30종을 채우지 못했다”고 어려웠던 현실을 언급한 박 이사는 “우리도 30종을 낼 때까지만 살아남자 했다. 그러던 것이 50종, 100종을 지나 이제 200종을 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코인 슬롯 장르의 스펙트럼은 ‘아직’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코인 슬롯가 인기 장르가 된 지금, 가능성은 더 넓고 깊어지고 있었다. 박 이사는 “과거와 현실을 그저 복기하기보다 끝없이 답을 찾아가고 전복하면서 발전하는 문학, 그것이 코인 슬롯인 것 같다”고 말했다.


코인 슬롯 특유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상화’도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 책의 고민은 이어진다.


코인 슬롯은 ‘챌린지’ 등으로 독서를 새롭게 즐기는 요즘 독자들도 유연하게 겨냥 중이다. “하나의 흐름을 겨냥한 건 아니”라고 말한 박 이사는 “예전이었다면 독서의 편의를 위해 나눠서 냈을 많은 분량의 책을 분권하지 않고 아예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만들어 독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거나, 핸드백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판형의 책 시리즈를 내는 것이 ‘텍스트힙’과도 맞물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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