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고슬롯진 물리적 한계…서울 바깥의 책들, 커진 흥행 가능성 [‘지역 출판’의 현재②]

장수정 기자 (jsj8580@kestrelet.com)

입력 2025.10.26 14:19  수정 2025.10.26 14:19

강원도 춘천의 한 작은 돌리고슬롯사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림책 작가인 조미자 대표가 운영하는 도서돌리고슬롯 핑거에서 출간한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이 지난 3월 이탈리아의 ‘제62회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열린 볼로냐 라가치상 시상식에서 ‘오페라 프리마’ 대상을 받게 된 것이다.


“정말 놀랍고 반갑고, 작은 출판사에게는 큰 힘이 돼 준 소식이었다”고 조 대표 또한 놀라움을 표한 이 성과는, 수도권 외 돌리고슬롯에서도 ‘좋은 책’만 있다면, 그 영향력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춘천에 출판사를 설립하기까지 조 대표의 고민은 깊었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돌리고슬롯에 위치한 상황에서, 춘천의 작은 출판사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러나 고향이자 작가 생활을 영위해 온 춘천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고 말하면서도 “출판 시스템의 간편함이 결정에 많은 영향을 줬다. 대부분의 출판사와 소비층이 돌리고슬롯, 경기권에 있고. 지역에서의 출판에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그 불편함이 불가능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좋아진 교통망으로 작가 미팅, 인쇄, 물류가 있는 돌리고슬롯 경기권과도 다닐만한 시간대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쇄업의 발달은 물론 전자책으로 손쉽게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된 요즘, ‘돌리고슬롯사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거리’의 한계는 옅어졌다고 언급한 돌리고슬롯사들이 다수였다.


돌리고슬롯에서 충북 괴산으로 귀향하며 2015년부터 운영하던 출판사 정한책방도 이전했다는 천정한 대표는 “사업적으로 수도권에 있어야 안정적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괴산에 내려와 보니 출판사 운영에 불편감은 없었다. 아무래도 온라인 비즈니스 환경이 자리 잡았고 출판유통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됐기 때문이다. 정한책방은 책임 편집, 디자인을 외주자들이 맡고 있고 이들과의 작업도 온라인상에서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출판사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고, 이곳에 있는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 시장의 수익 90%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책 출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만으로 돌리고슬롯의 한계가 극복됐다고는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책을 전문으로 하는 인쇄소를 찾기 힘들다”고 현실적은 어려움을 언급한 지역 출판사도 있지만 독자와의 교류가 필수인 요즘, 독립서점 등 책 관련 행사가 열리는 장소 및 주체들이 돌리고슬롯에 밀집돼 있어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조 대표 또한 커진 가능성 속 “홍보 행사나, 독자와의 교류 등에 있어 섬세하게 대처를 못하는 어려움이 있고, 일단은 돌아와야 한다는 심적 부담감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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