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 허용 관점 전환"…李대통령, '네거티브 슬롯 무료' 기조 방점

김주훈 기자 (jhkim@kestrelet.com)

입력 2025.10.17 00:00  수정 2025.10.17 00:01

"'고정관념'이 현장에선 족쇄"

공직사회 '경직성' 질타…"자세 바꿔야"

슬롯 무료 개혁 성공 관건은 '공무원 적극성'

이재명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핵심슬롯 무료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탈탄소 녹색 문명 대전환을 주제로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래 산업에 발목을 잡는 소위 '거미줄 슬롯 무료'를 걷어내기 위해 칼을 꺼냈다. 슬롯 무료로 인해 민간 기업이 동력을 얻지 못하자, 기존 슬롯 무료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초혁신 성장 지원자'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 활동을 활성화해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2차 슬롯 무료합리화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는 '민관합동 회의 플랫폼'으로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 거미줄 슬롯 무료를 해소하기 위해 신설됐다. 한 달여 만에 2차 회의가 개최될 정도로 이 대통령은 산업 전반에 만연한 슬롯 무료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5일 1차 회의에선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봇, 경제형벌 등 주요 신산업 슬롯 무료 완화 방안이 의제로 올라온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복잡한 이해관계, 또 부처 간 입장 차이 때문에 정말 거미줄처럼 슬롯 무료가 얽혀 있는데. 과감하게 확 걷어내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도 슬롯 무료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슬롯 무료 패러다임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네거티브 슬롯 무료는 법률과 정책에서 금지된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것을 허용하는 슬롯 무료를 뜻한다. 반면 포지티브 슬롯 무료는 법률과 정책상 명시된 것만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기조가 '네거티브'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을 줄곧 밝히며, 친(親)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꼭 문제되는 것 아니면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과점으로 모드 전환을 해야 한다"면서 "꼭 필요한 것을 최소한으로 슬롯 무료한다는 관점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거나 행정 편의를 위한 것이나, '모르니까 일단 막고 보자'라는 것은 특히 산업 경제 영역의 경우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대원칙을 가져야 한다"며 "슬롯 무료를 공무원이 정하기엔 이제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빨리 변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핵심슬롯 무료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K-바이오 관련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슬롯 무료를 조정하는 공무원들을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는데, 공직 사회 경직성으로 인한 과도한 슬롯 무료가 기업 동력을 약화시키자, 공무원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당부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은 첨단 산업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라면서 "공무원이 미리 답을 정해놓고 '이건 안 돼'라고 하지 말아야 하고, '일단 돼' 쪽으로 마음가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사회·환경 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행정 편의적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며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회의에선 AI 데이터, 자율주행, 로봇산업의 핵심슬롯 무료에 대해 다룬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선 미래산업의 또 다른 핵심 축인 문화·바이오·에너지 산업이 슬롯 무료 테이블에 올랐다.


먼저 'K-컬처'에 대해 "'문화 영역 슬롯 무료가 많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보면 필요성이 있는 영역이 일부 있다"며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이라는 대원칙이 있음에도 문화 산업에 대한 여러 슬롯 무료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산업에 대해선 "재생에너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슬롯 무료를 완화해야 하지만, 거리 제한을 막 풀어주면 동네는 흉물이 됐는데 아무런 이익은 없고 혜택은 소수 업자가 모두 차지해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며 "주민을 환영하게 하는 혜택을 제도화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는 만큼, 굳이 엄격한 이격 거리를 강제할 필요가 없지만 이를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K-바이오'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인 슬롯 무료 개혁도 주문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심사가 지지부진 탓에 현장에선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는 심사 인력이 1~2명 불과한 탓이 크지만, 그동안 정부 입장에선 인력 증원은 곧 공무원 증원이기 때문에 쉽게 개선 의지를 밝히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숫자 왜 늘리냐면서 반대하겠지만 신경 쓰지 말고 하자"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인력을 300명 늘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이재명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과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를 토대로 문화·바이오·에너지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슬롯 무료 개혁에 돌입했다. 특히 국무총리실은 "정부는 더 이상 슬롯 무료 기관이 아닌, 지원·육성 기관으로 거듭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핵심 슬롯 무료'를 선제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K-바이오'의 발목을 잡았던 심사 절차는 동시·병렬적 심사로 전환하고 개발부터 허가까지 전 주기에 걸친 슬롯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슬롯 무료 정합성을 검토하고 이후 임상단계와 허가신청 전 각각 사전상담과 예비검토를 통해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산업에 대해선 이 대통령 주문대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지역 주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기존 농업진흥지역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던 규정을 개선해 '재생에너지지구'로 지정될 경우 발전사업을 허용하고 나아가 마을협동조합 법인도 사업 주체로 허용해 농업인 중심 '영농형 태양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K컬처 재도약을 위한 정부 투자 및 세제 등 지원도 확대된다. 현재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으로 극장 중심 영화산업이 침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 영화의 경우, 관객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42% 수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국내 신규 영화 제작을 위한 자금 공급과 세액공제 확대를 위해 제작자를 대상으로 '모태펀드·콘텐츠 전략펀드' 지원을 확대하고, 콘텐츠 투자 장려를 위헤 문화산업전문회사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핵심슬롯 무료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네거티브 슬롯 무료' 정착에 총력을 쏟는 배경엔 경제 회복 절실함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직사회 '경직성'이 해소되지 않아, '슬롯 무료개혁이 곧 기업 활동 활성화' 실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공공 영역은 민간 영역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경직된 공직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는 정부 출범 직후 공직자의 태도 변화를 줄곧 당부한 것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슬롯 무료합리화 전략회의에서 "경제를 회복시키고 민생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기업 활동 또는 경제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정부는 각 분야 활동을 진흥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데, 대개 관료화되면 '고정관념·기성관념'에 의해 권한을 행사하고 그게 현장에선 큰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바이오, 문화 분야 산업을 크게 진흥하려고 한다"며 "장애 요소가 있다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위험 요소를 최대한 제거하면서 (기업이)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재명 정부의 슬롯 무료 개혁 성공 여부는 공직 사회의 변화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공무원의 임기는 정년(60세)을 보장하지만, 정부는 5년에 불과한 탓에 그동안 공직 사회의 변화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방침을 정하고 추진해도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적극성이 담보돼야 시너지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슬롯사이트과의 통화에서 "공직 사회에 자유를 주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책임을 확실하게 묻겠다는 기조는 실용주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역대 정부 모두 임기 초반 기강을 세우고 실제 (공무원들이) 긴장을 가지고 일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공직 사회가 경직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쉽게 변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가 뿌리 깊게 있기 때문인데 쉽게 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주훈 기자 (jhkim@kestrelet.com)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