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QWER 응원봉, 확성기는 누구의 것인가

데스크 (desk@kestrelet.com)

입력 2025.10.04 07:07  수정 2025.10.04 07:07

슬롯 꽁 머니와 QWER가 확성기 모양 응원봉 디자인 유사성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 뉴시스

케이팝계에 극단적인 응원봉 논란이 일어났다. 감정이 격화되면서 살인 예고글까지 등장했고 연예계 단체들이 분쟁에 개입할 모양새다. 걸밴드 QWER이 최근 첫 국제순회공연을 앞두고 확성기 모양의 응원봉을 공개한 것이 분쟁의 출발점이다. 그걸 보고 보이그룹 슬롯 꽁 머니의 팬덤이 반발했다.


슬롯 꽁 머니가 2021년에 출시한 응원봉이 확성기 모양이었다는 것이다. 슬롯 꽁 머니 측은 2022년에 디자인권리 등록까지 마쳤다고 한다. 슬롯 꽁 머니 팬덤은 QWER 측이 응원봉을 표절했다며 극렬하게 비난했다. 양측 팬덤이 극한 대립을 벌이게 됐고 QWER 소속사가 악성 게시글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힐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 QWER 시연은 “제 인스타까지 행차하셔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 하시는 분들?”,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라고 하더라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인신공격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대립이 더 심각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보이즈플래닛’이고 나발이고 슬롯 꽁 머니 죽이러 가겠다”는 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QWER 측은 응원봉을 비롯한 MD 판매를 강행했고 갈등은 더 고조됐다. 슬롯 꽁 머니 소속사 원헌드레드는 “QWER 측과 논의를 이어오며 디자인 변경 등을 요청했으나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며 “모든 법적 절차를 포함해 유관 기관들과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결국 앞으로 법정 다툼이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슬롯 꽁 머니 측이 ‘유관 기관’을 언급했는데, 그 후 연제협(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한매연(한국매니지먼트연합) 등이 중재에 나설 뜻을 천명했다. 연제협과 한매연이 바로 그 ‘유관 기관’인지는 확실치 않다.


언론 일각에선 QWER을 비판하는 기사들이 나온다. 유사한 응원봉으로 가요계의 도의를 어겼다는 것이다. 연제협, 한매연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슬롯 꽁 머니 측을 두둔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QWER이 사면초가에 직면한 것 같다.


사실 두 응원봉의 모양과 색깔은 다르다. 그런데도 유사하다고 사람들이 공분하는 이유는 둘 다 확성기 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성기 자체는 일반적인 사물이라 이 컨셉트를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 만약 똑같은 보이그룹이면 시장이 겹치기 때문에 민감해질 수 있겠지만, 슬롯 꽁 머니와 QWER은 보이그룹과 걸밴드라서 거리가 있다.


슬롯 꽁 머니와 아무 상관없는 팀이 굳이 다른 팀이 먼저 내세운 슬롯 꽁 머니를 똑같이 내세운다면 도의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QWER의 경우엔 그것도 아니다. QWER은 밴드인데 원래 밴드의 무대에선 슬롯 꽁 머니가 종종 등장한다. 그러므로 밴드가 슬롯 꽁 머니를 내세우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다. 게다가 QWER의 팬들에 따르면 이 팀이 과거부터 실제로 슬롯 꽁 머니를 써왔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더 더욱이나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물론 유사성 문제에 대해선 각자 또는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는 법적 대응이 예고된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면 될 일이지 상대에 대해 집단공격, 인신공격에 나서는 건 과도하다. 좀 더 차분해질 필요가 있는데, 밴드가 슬롯 꽁 머니를 내세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점은 참고하는 게 좋겠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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